공정위 2349억 과징금에 삼성, "행정소송 제기할 것" 맞불
박일경
ek.park@kpinews.kr | 2021-06-25 17:36:54
삼성電 "검찰 수사·법원 재판에 예단 생긴다"…이례적 '강력 반발'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그룹 계열사 5곳에 대해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삼성전자는 "사실 관계와 법리 판단이 일방적"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5일 "전원회의에서 심의된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납득하기 어렵다"며 "전원회의 의결서를 받으면 내용을 검토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앞으로 법적 절차를 통해 정상적인 거래임을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부당 지원을 이유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삼성전자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하면서, 삼성과 최 전 실장은 또다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지난 2016년 '국정 농단' 사태 이후 5년째 계속되고 있는 삼성그룹 수사 및 재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전날 공정위는 삼성에 '부당 지원' 역대 가장 많은 과징금인 2349억 원을 부과했다. 계열사별로는 △삼성전자 1012억 원 △삼성디스플레이 229억 원 △삼성전기 105억 원 △삼성SDI 44억 원 △삼성웰스토리 960억 원이다. 삼성전자에 부과된 1012억 원 역시 단일법인 과징금으로 사상 최고액이다.
'부당 지원→경영권 승계' 악용…총액·단일법인 사상 최대 과징금
공정위가 강력한 제재 수위를 택한 건 삼성이 사내 급식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 일가 사익 편취 확대에 위법하게 이용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삼성물산의 완전 자회사인 삼성웰스토리가 오너 일가의 '캐시 카우'라고 지목했다. 매년 약 1조1000억 원의 매출, 1000억 원 수준 영업이익을 거두는 삼성웰스토리가 옛 모회사 제일모직(현 삼성물산)의 가치를 높이도록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이 부당 지원했다는 것이다.
오너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삼성 계열사를 다수 거느린 삼성물산과 유리한 조건으로 합병해 결과적으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줬다는 구도다.
삼성 측은 "웰스토리가 핵심 캐시 카우로서 합병 과정에 기여했다는 등 고발 결정문에조차 포함되지 않았거나 고발 결정문과 상이한 내용이 언급돼 여론의 오해를 받고 향후 진행될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에 예단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즉각 배포하며 반발했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수감 중인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바이오 회계 의혹'으로 추가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권 불법 승계가 의심된다는 공정위 발표는 금융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가 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 회계 결론과 함께 재판에 불리한 증거로 작용할 수 있어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부회장의 8·15광복절 기념일 가석방 논의가 본격화했지만,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법치주의 몰각'이라며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반대한다는 논평이 줄을 잇자 공정위의 이번 결정이 석방을 호의적으로 생각하는 여론 향배에 악영향을 미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정위 vs 삼성 '정면충돌'…국정농단·분식회계 이은 사법리스크 또 터져
삼성은 삼성웰스토리가 오너 일가 및 삼성물산의 캐시 카우라는 전제부터 틀렸다고 지적했다. 웰스토리가 핵심 캐시 카우로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기여했다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은 "웰스토리 매출은 1조 원 정도로 삼성 전체 매출액 300조 원과 견주면 미미한데다 대주주에게 특별히 중요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삼성전자 등 계열사 4곳이 2013년 4월 웰스토리 전신인 삼성에버랜드와 식재료비 마진 25% 보장, 위탁수수료로 인건비의 추가 지급 15%(전기 10%), 물가·임금인상률 자동 반영 등 고(高)이익을 항시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계약 구조를 설정해 단체 급식 수의계약을 맺었다고 비판했다.
이런 계약 뒤 이들 4사를 상대로 한 웰스토리의 영업이익률은 15.5%로, 아워홈 등 단체 급식 업체 상위 11곳 평균 3.1%의 5배에 달했다고 공정위는 공개했다.
공정위는 "웰스토리가 취득한 이익은 배당금 형태로 삼성물산에 귀속돼 (오너 일가가) 대규모 자금 수요를 충당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실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총수 일가가 최대 주주인 삼성물산은 웰스토리가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의 상당부분을 배당금(총 2758억 원)으로 수취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구(舊)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후 통합 삼성물산이 최초로 공시한 2015년 3분기 보고서 기준 삼성물산 전체 영업이익의 74.76%가 웰스토리로부터 발생했다. 게다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전 삼정회계법인이 평가한 제일모직 측 웰스토리 부문 가치는 약 2조8000억 원으로, 피합병회사 삼성물산 가치 3조 원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높다는 점이 확인된다.
반면 삼성 측은 "이는 당시 건설업 부진과 해외 자원프로젝트 부실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뿐 평소 비율은 약 10%에 불과하고 삼성물산이 받는 배당에서 웰스토리 배당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8.6%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경영진의 부당 지시 또한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시 문건에서 최 전 실장은 '최상의 식사를 제공하라, 식사 품질을 향상하라, 직원 불만이 없도록 하라'고 언급했을 뿐 급식 개선 태스크포스 팀(TFT) 회의 문건 어디에도 '웰스토리 이익이 급감했으니 이를 보전해주거나 지원한다'는 취지의 내용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과거 회장 비서실로 인사 권한을 토대로 계열사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총수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전담하는 조직인 미래전략실이 '웰스토리가 재료비에 구애받지 않고, 최적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삼성전자 등에 지시했다"고 봤다.
KPI뉴스 / 박일경 기자 ek.par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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