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이 쏘아올린 '여성·청년 할당제 폐지'…가능성은
장은현
eh@kpinews.kr | 2021-06-15 09:09:13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데 폐지하는게 맞냐는 의문 제기
전문가들 "제도 취지부터 살펴야"…"명확한 대안 필요"
대안은 당헌 아닌 입법으로 마련해야 사회적 공감대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는 6·11 전당대회에서 '여성·청년 할당제 폐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가 당권을 잡은 만큼 할당제 폐지 공약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는 취임 직후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할당제 폐지에 대해 "당헌당규 개정사항이라 일단 대안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토론배틀을 통한 대변인 선임 과정을 먼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성이나 청년이 인재선발에서 전혀 불리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자는게 제도 도입의 취지"라며 "할당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운동장은 그대로 두고, 결과만 보정하자는 얘기에 가깝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성·청년 할당제 폐지는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는 뜨거운 감자다. 공정·젠더·포퓰리즘 등 인화력 높은 이슈로 논쟁이 번지면서 갈등을 키울 수 있다. 그런 만큼 공약 실현을 위해 이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여성·청년 등을 위한 할당제가 '특정 계층에 대한 혜택'이라고 규정하며 '공정한 경쟁'을 부각했다.
이 대표 주장은 2030 세대 최대 화두인 '공정'을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비쳐 젊은층 공감을 끌어냈다. 특히 '이대남(20대 남성)'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팬클럽 같은 응원을 보내 이 대표는 자체적인 지지 기반을 다졌다.
이 대표는 동시에 '극우 포퓰리즘'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나경원 후보는 할당제 폐지를 '트럼프식 분열의 리더십'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선 먼저 당내 반론부터 정리해야한다.
먼저 할당제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은데 '폐지'하는게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폐지 반대론자는 지금의 할당제가 '허울'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여전히 청년, 여성의 공직 참여 비율이 낮다는 판단에서다.
우리나라는 2000년 정당법을 개정해 국회와 광역의회 비례대표 선거 후보자 가운데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의무화했다. 2005년엔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에서 여성 비율을 50% 이상으로 상향했다. 또 여성을 홀수 순위에 추천하도록 강제했다.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를 추천하는 경우에는 지역구 총수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권고했다. 그런데도 여성의 정치 참여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할당제를 본격 도입한 17대 국회의 여성 의원 비율은 13%에 머물렀다. 16대 국회(6%)보다 두 배 이상 늘었지만 할당제 목표치엔 한참 미달이다. 여성 의원 비율은 조금씩 늘어 21대 국회에선 19%를 기록했다. 2015년 여자 인구수가 남자 인구수를 추월했다. 반면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는 여성 대표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이다.
청년 할당제도 실효성을 따지기 힘들 정도로 효과가 미미하다. 각 당마다 청년 후보에 공천 가산점을 주기는 한다. 21대 총선에선 청년 후보 24명이 지역구에 출마해 10명만 살아남았다. 비례대표는 8명 입성하는 데 그쳤다. 6·11 전대에서 초선 김웅, 김은혜 의원이 할당제 폐지를 외치는 이 대표를 향해 '공정' 문제를 지적한 배경이기도 하다.
김웅 의원은 "이준석처럼 성공하지 못한 청년도 자유롭게 입당해 당직을 맡을 수 있어야 한다"며 "소수자 할당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은혜 의원은 "완전한 자유경쟁이 온전한 공정이 되는 것은 상위 1%의 리그에서만 가능하다"며 "지독한 엘리트주의"라고 이 대표를 공격했다. 소수자의 진입 문턱이 높은 공적 영역에서 도입 취지를 달성하지 못한 할당제를 없애면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이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여성 할당제 폐지와 관련해 이번 최고위원 선거 결과 조수진 의원 등 3명이 선출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전대에서 코로나19 때문에 조직 동원 같은 요소가 걷혀지고 나니 여성에게도 공정한 장이 펼쳐지고, 결과로 나온 것처럼 충분히 그런 제도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경쟁이 공정해지면 할당제가 필요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이준한 교수는 15일 UPI뉴스와 통화에서 여성 최고위원 3명의 인지도 측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반박했다. 이 교수는 "최고위원이 된 여성들은 언론인 출신이거나 대중에 노출이 많이 돼 인지도가 높다"며 "이러한 부분을 보지 않고 단순히 전대 결과를 할당제 폐지의 근거로 사용한다면 사안을 단편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할당제가 폐지되면 공천 과정이 과열되는 등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교수는 "당선이 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의원이 언론에 노출되려 하거나 이슈를 끌기 위해 방안을 찾으려고 하면서 '이미지 정치'가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준한 교수는 입법 과정이 아닌 당헌, 당규를 개정하는 방식으로 할당제 폐지를 논의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공청회나 토론회 등을 거쳐 입법 형식으로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경우 찬반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거세질 우려가 있다.
이 교수는 "당대표의 주장에 따라 당헌이 바뀌면 그것도 우스운 것"이라면서 "당대표가 할당제를 폐지하겠다고 나섰는데 당내 의원들이 반대 의견을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대표가 할당제 폐지 공약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대다수가 공감하는 명확한 대안이 제시돼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남성 중심 사회 타파, 성별 다양성 확보라는 할당제의 목표를 이행할 방안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의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인구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지만 목소리를 충분히 못 내니 할당이 필요한 것"이라며 "호남 할당제 대신 석패율제 도입을 주장한 것처럼 청년·여성에 대해서도 대안을 내놓는다면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대안 찾기가 이 대표 책무"라고 했다.
KPI뉴스 / 장은현 인턴기자 eh@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