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최재형·안철수는 '이준석 버스' 탈까
조채원
ccw@kpinews.kr | 2021-06-14 17:03:54
"모든 선택 열려있어…택시 타고 직행할 수도"
애매한 태도에 '최재형 대안론' 고개 들기도
李, 安과 화해모드…합당으로 이어질지 주목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키며 당권을 거머쥔 이준석 신임 국민의힘 당대표에게 가장 큰 임무는 대선후보 경선 관리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감사원장,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등 당외 잠룡 영입이다.
이 대표는 과연 '8월 경선 버스'에 이들 잠룡을 모두 태울 수 있을까.
이 대표는 지난 11일 전대 승리 직후 기자회견에서 "경선 일정은 8월 중순, 8월 말 이후에나 시작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 주자가 들어오는 것을 배제하기 위해 경선 일정을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윤 전 총장과 안 대표, 최 감사원장도 만약 정치 참여 의사가 있다면 제가 안내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분들이 입당하거나 합당하기 전까지는 우리 당의 룰 세팅 과정은 우리 당내 인사의 의견이 주(主)가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입당은 빠를수록 유리하고 '버스'는 기다리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천명한 것이다.
타이밍 보는 윤석열 "모든 선택은 열려있다"
경선 과정에서 이 대표는 윤 전 총장 입당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반부패·공정 측면에서 "윤 전 총장 없이는 대선 승리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보수 심장인 TK(대구·경북)를 방문해선 "박근혜 탄핵은 정당했고 사면은 반대한다"고 정면돌파하며 윤 전 총장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은 14일 이 대표를 긍정 평가하면서도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과 연쇄 접촉하는 과정에서 확산되고 있던 '이르면 7월 입당설'에 선을 그은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이동훈 대변인을 통해 "만 36세 이준석이 국민의힘 당대표에 당선된 데에 큰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입당 문제와 관련해서는 "(윤 전 총장은) '나는 국민이 불러서 나왔다', '국민이 가리키는 대로 따라간다'고 했다"고 답했다. "모든 선택은 열려 있다",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도 했다.
이 대표의 '8월 버스론'을 놓고선 미묘한 신경전도 벌어졌다. 윤 전 총장 대선캠프에 몸담은 장예찬 시사평론가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버스 먼저 출발해도 택시 타고 목적지로 직행할 수 있는 사람에게 언제 들어오라고 으름장을 놓을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버스비 두둑하게 낼 수 있는 손님이 한 명도 없는데 먼저 출발하면 버스 기사만 손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정해놓은 대선시간표를 윤 전 총장에게 강요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 발언에 대해 "어차피 8월까지 시간이 있고 윤 전 총장은 타이밍을 잴 수 있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충분한 대중적 인지도를 갖고 있는 윤 전 총장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선방'이라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윤 전 총장이 '갑'이고 입당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얘기로 들린다.
김 교수는 "그가 검증 절차에 대한 부담감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대표가 '통보'한 스케줄에 따라야 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아직 야권 대선 주자군이 정리되지 않았고 이 대표가 변화와 쇄신 요구에 부응할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준석 버스'는 섣부른 결단일 수 있다는 의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윤 전 총장이 결국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범야권 대선 주자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국민의힘 입당 외 선택은 윤 전 총장에게 유리한 국면이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이 어떤 선택을 하건 기존 정치권 쇄신이라는 측면에서 현재 '이준석 현상'만큼의 주목을 받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개 드는 '최재형 대안론'
윤 전 총장의 애매모호한 태도 탓일까. 당 내에서는 '최재형 대안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최 원장의 강력한 후원자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10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만났던 6개월 전을 오전 9시, 대권 도전 결단의 시각이 오후 3시라고 한다면, 지금 정오쯤 온 것 같다"고 했다. 그의 감사원장직 사퇴, 정계 진출이 임박했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 리스크는 최 원장에게는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윤 전 총장이 넘어야할 자신과 가족에 대한 사정당국의 수사 등 '네거티브의 벽'이 최 원장에겐 없다. 공수처는 윤 전 총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중이고 검찰은 윤 전 총장 장모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최 원장은 국민에게 박수 받을 인생 스토리도 갖고 있다. '3대째 모범적으로 병역을 이행한 집안', '미담 제조기' 평가에다 두 아이를 입양한 훈훈한 인간미도 잘 알려져 있다. 대권 무게추인 PK(부산·울산·경남) 출신이라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두 전직 대통령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총장에 비해 보수층 반감이 덜하다.
이 대표는 당선 뒤 언론 인터뷰에서 최 원장에 대해 "매우 훌륭한 분이라는 전언은 2년 전부터 듣고 있었다"며 "대권을 감당하기에 충분한 인물이라는 제 개인적 판단이 있다"고 호평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홍준표 전 대표와 안철수 대표, 링 밖에서 등단을 준비 중인 윤 전 총장, 최재형 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에 대하여도 환영의 꽃다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적었다.
김 교수는 "최재형 카드는 당 입장에서 '청렴'·'유능' 등 다양한 경쟁력을 갖춘 후보들을 내세워 경선 주목도를 높이고자 하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그는 "최 원장은 윤 전 총장을 꺾을만큼 파괴력을 지닐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이미지가 대선 경선 과정에서 분명히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갈등 넘어 화해 모드?…국민의당과의 합당 전망은
이 대표가 안 대표와 악연을 털고 합당 논의를 추진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두 대표는 바른미래당 시절 2018년 서울 노원병 보선 공천 갈등 등을 넘어 이번 전대 과정에서도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이른바 '소 값' 발언을 두고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두 대표 간의 팽팽했던 긴장감은 전당대회를 전후로 빠르게 풀리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안 대표에게 "동네 카페에서 차 한잔 모시겠다"며 화해 제스처를 보냈고, 실제로 당선 다음 날인 12일 전격 만남을 가졌다. 두 대표는 양당 통합 문제를 조만간 공식 논의하자는 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당의 '화해 모드'가 합당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신 교수는 "국민의힘은 중도로의 외연 확장이 필요하고, 안 대표도 3석에 불과한 의석으로는 후일을 도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필요로 하느냐에 따라 합당 여부가 좌우될 것이라는 뜻이다.
김 교수는 "이 대표가 국민의당을 흡수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오히려 몸이 달은 것은 이 대표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바른정당 시절부터 이어 온 '오랜 악연'은 불편한 감정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서로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지율은 윤석열이 높지만 정치라는 제도적 영역에서는 안 대표가 앞서 있는 것도 현실"이라며 "안 대표는 이준석 효과, 윤석열이라는 유력 주자 가운데 자신이 묻혀버릴 수도 있는 가능성에 대해 누구보다 신중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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