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만 갖고 그래'…동네북 이재명 '4중 위기'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1-06-09 11:22:17
심상찮은 세대교체 바람…與서 50세 박용진 3위로 부상
재부상하는 대선경선 연기론…저의 의심스런 개선카드
갈수록 노골화하는 反李 전선…친이 대거 '부동산 희생'
이재명 경기지사가 동네북 신세다. 남보다 '친정'이 더 독하다. 여권 대선 경쟁자들은 요즘 이 지사를 때리며 하루를 시작하는 모양새다. '윤(尹)모닝'이 아닌 '이(李)모닝'인 셈이다.
차기 대선 지지율도 영 미덥지 않다. 최근 이 지사는 나름 열심히 뛰는 편이다. '기본소득' 등 정책 논쟁을 피하지 않고 SNS 글도 부지런히 올린다. 그런데도 좀체 지지율이 안 오른다.
게다가 야당발(發) '세대교체' 바람이 심상치 않다. 여권도 감염될 가능성이 적잖다. 대선 환경을 흔들 변수가 꼬리를 무는 형국이다. 9일 발표된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5∼7일 전국 성인 1001명 대상으로 실시)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여권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최연소(50세)인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5.3%를 얻어 3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사는 28.9%,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11.5%.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역대급 흥행중인 '이준석 돌풍'이 여권 대선 구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재선의 박 의원은 71년생으로, 여권 대권주자 중 유일한 79세대(70년대생·90년대 학번)이다.
박 의원이 바람을 타면 이 지사로선 긴장해야할 '다크호스'가 출현하게 된다.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젊은 정치 지도자에 대한 선호도 상승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 이 지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다자대결, 가상 양자대결에서 모두 오차범위 밖에서 뒤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무리 '용'을 써도 윤 전 총장을 따라잡지 못하는 현실이다.
윤 전 총장은 33.7%, 이 지사는 24.5%. 격차는 9.2%p다. 이 전 대표 9.2%, 무소속 홍준표 의원 5.7%, 정세균 전 국무총리 3.7%다.
윤 전 총장은 가상 양자대결에선 45.8%를 얻어 이 지사(34.5%)를 앞섰다. 격차는 11.3%p로 전달 조사때(2.8%p)보다 더 벌어졌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연쇄 접촉하며 대선 행보를 본격화한 게 지지율을 올렸다는 분석이다. 반면 이 지사는 여야로부터 기본소득 십자포화를 맞아 손해를 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이 지사에겐 외풍도 문제지만 내부 여건도 불편해지고 있다. 1위 후보에 대한 견제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반이재명 전선'이 노골화하는 건 사실이다. 이재명표 기본소득 상품에 악평이 쏟아지는 건 대표적이다.
대선후보 경선 연기론이 다시 불거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 지사는 원칙을 고수하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런데도 나머지 잠룡들이 '짠듯'이 경선 연기를 합창하고 있다.
한 정치 전문가는 "국민의힘 전대에서 이준석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되면 변화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야권의 정권 교체 기대감이 고조될 것"이라며 "그런 만큼 여권 대선주자들이 경선 연기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지사에겐 대권 경쟁자들이 앞다퉈 개헌카드를 흔드는 것도 못마땅하다. '저의'가 의심스럽다.
정 전 총리는 연일 개헌 찬가를 부르고 있다. 그는 이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토론회에서도 "개헌은 어떤 문제보다 매우 시급하고 긴요하다"고 했다. 또 정권 재창출 3대 쟁점으로 △개헌 △기본소득 △경선 일정을 꼽았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와 경선 후보 모두가 비상한 판단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그간 정치권 안팎에선 여권 주류 세력인 친문 진영이 경쟁력 있는 '적자'가 없어 개헌카드로 대선판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줄곧 제기돼왔다. 친문이 '권력 분점'을 유인책으로 '반이재명' 연대를 구축해 개헌을 추진한다는 시나리오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전 총리가 지지율이 오르지 않자 이슈를 주도하고 뭔가 변수를 만들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로선 부동산 불법 의혹이 제기된 민주당 의원 12명 전원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한 결정도 탐탁치 않을 수 있다. 친이재명계 의원들이 대거 포함된 탓이다. 12명 중 김한정 임종성 문진석 서영석 양이원영 의원 5명은 이 지사 지지모임인 '성장과 공정 포럼'(성공포럼) 창립 멤버다.
임 의원은 이재명계 조직 총괄 역할로, 해외까지 망라하는 지원조직 '공명포럼' 출범 준비작업을 주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가 강경 조치를 결정한 배경에 '친문 강경파' 김용민, 강병원 최고위원이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속터지는 지지율에다 밖에선 야당발 세대교체 바람, 안에선 대선후보 경선 연기론과 개헌 주장. '4중 위기'에 이 지사가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그러나 담담하게 대응하며 뚜벅뚜벅 내 길을 가겠다는 태도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탈당 권유를 한 송영길 대표님과 당 지도부의 고뇌어린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행동할 차례다. 민주당 12명 의원의 출당 결정이 헛되지 않으려면 본질로 직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다른 페북 글에선 기본소득 논란에 대해 "건전한 비판과 논쟁은 정책 완결성을 높여주니 언제나 환영"이라고 밝혔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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