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김예지 의정 1년…"이젠 조이와 함께 국회 누비고 다녀요"
장은현
eh@kpinews.kr | 2021-06-09 09:18:58
"정신 없이 바빴지만 뿌듯함 커…소외된 곳의 이야기 전할 것"
"본회의 안건 늦게 나와…회의하며 점자단말기로 숙지 다반사"
"비례대표 0번 안내견 조이, 의사봉소리 기억해 들으면 갈 준비"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시각장애인 국회의원, 국민 메신저, 피아니스트."21대 국회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의정생활을 처음 해본 여야 초선의원은 소회가 남다를 것이다. 개개의 '입법기관'으로서 보람을 느껴 열정을 키우거나 한계를 겪어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을 수 있다. 이들의 경험은 보다 나은 의정생활을 위해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초선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릴레이 인터뷰를 게재한다.
국민의힘 초선 김예지 의원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김 의원은 지난해 3월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한국당 인재 영입 1호로 정치에 발을 들였다. 이전까지는 모교인 숙명여대에서 실기 강사로 학생에게 피아노를 가르쳤다.
학교와 교육만 알던 그가 정계 입문을 결심한 데는 장애인 '당사자'로서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서다.
비단 장애 영역에서만 한정된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김 의원은 예술인이자 체육인이다. 피아노를 전공한 것 외에 텐덤 자전거(2인용 자전거) 선수로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이런 이력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느꼈던 어려움과 동료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메신저'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해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11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다.
그에게 '껌딱지'처럼 붙어 하루 24시간을 함께하는 안내견 '조이'. 조이는 '비례대표 0번'으로 어딜 가든 시선을 모은다. 본회의장에 들어간 첫 안내견이다. 김 의원과 조이의 존재는 국회 내에서 장애인과 안내견에 대한 인식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도 개선 과제도 던졌다. 김 의원을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났다.
ㅡ국회의원 임기 1년을 맞았는데 소회가 어떤가.
"24시간이 부족하다. (웃음) 무언가를 느낄 겨를이 없을 만큼 바쁘게 지냈다. 국회에 들어오기 전부터 생각했던 사회의 여러 문제와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법안에 담기 위해 공부를 많이 했다. 지금까지 법안을 74건 정도 발의했다. 큰 이슈에 집중하기보다 비교적 관심을 못 얻는 부분, 당사자가 아니면 필요성을 느끼는 데 한계가 있는 부분에 더 신경 썼다. 법안이 통과되고 변화가 일어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보람차다."
ㅡ발의한 법안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접근성'을 보장하는 법안을 여러 개 발의했다. 보통 접근성이라고 하면 어디에 가고, 얼마나 가깝고 먼지를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이 개념은 모든 영역에 존재한다. 각각의 상황을 고려해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달 시행을 앞둔 '점자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전자문서 시대가 도래했지만, 여전히 시각장애인은 공공기관 발급문서 등을 확인할 때 어려움이 있다. 이들의 정보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이 법안을 발의했다."
이 외에도 '전자서명법 일부개정법률안', '도로교통법 개정안' 등을 냈다. 전자는 전자서명 인증업무 운영 기준에 장애인·고령자 등과 관련한 사항을 추가하는 것이 골자다. 후자는 신체장애인이 탑승한 차량의 경우 정차로 인정받는 시간을 5분에서 10분으로 늘린다는게 주요 내용이다.
지난 1월에는 '정보접근성 향상을 위한 TF'를 발족했다. 입법 활동 외에도 더 많은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김 의원은 "IT전문가와 함께 전자책이나 키오스크 같은 도구에서 제한적인 정보를 얻는 이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ㅡ카페나 음식점 등 민간 사업장에 있는 키오스크 기기는 여전히 장애인이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데, 이런 문제도 법으로 해결 가능할까.
"법률이 하나 더 늘어난다는 것은 규제가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다. 법으로만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는 않다. 이러한 이유로 유튜브 활동을 시작해 '공감 문화 확산'에 힘쓰고 있다. 자발적인 움직임을 만드는 것이다. 최근 국회 안을 돌아다니면서 각종 키오스크 기기를 이용해보는 영상을 찍어서 올렸다. 그중 일반 카페에 있는 키오스크 기기를 이용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 우선 점자 안내 등 보조 장치들이 없었다. 또 기계를 다루는 높이가 기본적으로 높아서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려웠다. 이런 부분을 영상으로 남겨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영상을 본 구독자 중 몇몇은 '이런 어려움이 있는지 몰랐다'고 댓글을 남겨주기도 했다."
ㅡ시각장애인 당사자로서 의정활동을 하는 데에 있어 불편함은 없었나.
"본회의 때 자리마다 있는 단말기를 이용할 수가 없다. 찬반, 기권 등의 의사표시는 버튼으로 하는데, 몇 명이 찬성했는지 등과 같은 정보는 바로 확인할 수 없다. 무엇보다 본회의 안건이 굉장히 늦게 나온다. 회의하면서 동시에 '점자정보단말기'를 이용해 내용을 숙지하는 일이 다반사다. 의원님들이 미리미리 안건을 제출해주면 좋을 텐데. (웃음) 문서를 점자로 바꿔야 할 때도 있다. 이 작업을 담당해 주시는 분이 있어 도움을 받는다. 국회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촉박하게 돌아가는 회의를 경험하면서 '뭐 이런 데가 다 있나' 싶을 정도로 흐름을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제는 익숙해져 요령이 생겼다. 다른 유형의 장애를 가진 의원님들은 이동하는 데 물리적 어려움을 겪는다. 국회 안에 다양한 분들이 더 많이 들어오면 아마 환경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ㅡ21대 국회 개원 후 초기에 안내견 조이의 본희의장 출입 문제 때문에 논란이 있었다.
"사실 본회의장 출입을 거부당하거나 제지당하는 일은 없었는데, 그때의 논란 덕분에 오히려 안내견에 대한 정보가 많이 알려져서 좋았다.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 약간의 혼란이 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로는 불편함 없이 조이와 함께 국회를 누비고 다녔다."
"월!" 김 의원이 조이의 이야기를 하는데 때마침 엎드려 자고 있던 조이가 잠꼬대를 했다. 김 의원은 "아이고, 잠꼬대까지 하네. 회의가 길어져도 편하게 잠 잘 잔다"라고 했다. 국회에 '완벽 적응'한 조이를 보며 웃는 얼굴엔 사랑이 넘쳤다.
김 의원에 따르면 조이는 의사봉 두드리는 소리를 기억한다. 자다가도 그 소리를 들으면 깨서 갈 준비를 한다고 한다. 최근 현충원을 찾아 6·25 전사자 묘역을 참배했던 장면이 페이스북을 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의원과 함께 찍힌 사진에 조이가 고개를 숙인 듯한 모습이 담겼기 때문이다.
ㅡ앞으로 남은 3년 동안의 의정활동 계획은.
"앞으로도 꾸준히 나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 나갈 것 같다. 큰 이슈엔 공동 발의 등을 통해 동참하겠다. 그러나 사각지대에 묻힌 사안들이 많아 여기에 집중하려 한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SNS도 직접 운영하는데, 코로나로 국민들을 직접 만날 기회가 적어 이 활동 또한 이어가고 싶다."
김 의원은 4일 국민의힘 2기 원내대표단 부대표에 임명됐다. '국민 메신저'에 이어 '당내 메신저'가 된 셈이다.
그는 요즘 국민들이 국민의힘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젊은 세대의 이야기에 집중하려고 하는 움직임에 대해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힘줘 말했다. 지금 부는 바람을 맞아들이는 것은 좋지만, 현재의 변화를 기반으로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앞으로도 소신 있게, 소외된 곳의 이야기를 알리겠다"고 다짐했다.
KPI뉴스 / 장은현 인턴기자 e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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