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규모' 日 강제징용 피해자 손배소, 1심서 각하
권라영
ryk@kpinews.kr | 2021-06-07 17:20:22
피해자 변호사 "있을 수 없는 일…즉시 항소할 것"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낼 권한이 없다는 1심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2018년 대법원 판결과는 다른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양호)는 이날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 등 일본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본안을 심리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청구권협정은 대한민국 국민과 일본 국민의 상대방 국가 및 그 국민에 대한 청구권까지 대상으로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면서 "청구권협정을 국민 개인의 청구권과는 관계없이 양 체약국이 서로에 대한 외교적 보호권만을 포기하는 내용의 조약이라고 해석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 "대한민국은 국제법적으로 청구권협정에 구속된다"면서 "이 사건 청구를 인용하는 것은 비엔나협약 27조 등 국제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비엔나협약 27조는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에 대한 정당화 방법으로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이는 2018년 대법원 판결과는 반대된다. 당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재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일본제철이 피해자 4명에게 각 1억 원의 위자료와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강제징용 위자료 청구권은 1965년 한·일 정부가 체결한 청구권협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다. 한·일 청구권협정은 샌프란시스코 조약 4조에 근거한 한·일간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권 관계를 정치적 합의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다만 당시에도 일부 대법관이 "청구권협정을 국민 개인 청구권과는 관계없이 양 체약국이 서로에 대한 외교적 보호권만 포기하는 내용의 조약이라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별개 의견을 낸 바 있다. 이번 1심 판결과 같은 맥락이다.
이번 소송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2015년 소송을 제기한 지 6년 만에 각하 판결이 내려지자 피해자 측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피해자 측 대리인 강길 변호사는 "기존 대법원 판결과는 정반대로 배치되는 판결"이라면서 "현 재판부 판결은 매우 부당하다"고 말했다. 장덕환 대일민간청구권소송단 대표는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즉시 항소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K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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