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올려 놓고 '영끌'해 집 사라는 격"…與부동산대책 논란

김이현

kyh@kpinews.kr | 2021-05-28 15:54:37

LTV 우대율 최대 70%…"과도한 대출로 집사라는 건 본질 왜곡"
"임대사업자제도 개선해도 매물 거의 안 나올 것…주택유형 달라"
"종부세 완화는 선거전략…상위 2% 부과 시 가격억제선 사라져"

여당이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무주택자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 완화'와 '임대사업제 제도 개선' 카드를 꺼내들었다. 4·7 보궐선거에서 죽비를 맞은 만큼, 서민 대출 한도는 늘려주고 집값 폭등의 원흉이 된 정책은 손질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평가는 싸늘하다. 이미 집값이 너무 올라 대출 한도를 완화해줘도 살 수가 없을뿐더러, 이제 와서 과도한 대출을 끼고 사라는 건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여당은 임대등록제도를 폐지하면 매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만 향후 자산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있는 만큼, 제도를 개선해도 시장에 나올 아파트 매물은 많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재 논란이 분분한 종합부동산세 완화는 국민들의 집값 안정 바람에 역행하는 '표심 잡기'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 관련 정책의원총회에서 김진표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 등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LTV 최대폭 늘려도 대출한도 4억 원 제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가 지난 27일 발표한 주택시장안정을 개선안을 보면, 무주택자가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을 때 적용받는 LTV 우대폭을 현재 10%포인트에서 최대 20%로 확대하기로 했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아파트를 사기 위해 대출을 받을 경우 LTV 한도가 40%에서 60%(우대 20%p 적용 시)로 늘어나고 조정대상지역은 50%에서 70%로 늘어나게 된다.

다만 LTV 최대폭을 늘려도 대출한도는 4억 원으로 정해져 있다. 대출 최대한도가 차주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인 4억 원 이내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현행 LTV 40%를 적용한 9억 원 아파트의 대출한도인 3억6000만 원보다 4000만 원 늘어나는 셈이다.

"이미 폭등한 집값에 대출만 늘려주는 건 무책임"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무주택 세대주에 대한 LTV를 최대 20%포인트 올려주는 것은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이미 주택 가격이 너무 올랐고, 7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강화되기 때문에 영향이 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위원은 "본질은 대출을 안 해주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집값을 안정화해서 무리하게 대출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선후 관계나 중요성 차원에서 지금 대출 완화를 해주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과도한 대출로 높은 가격에 집을 사라는 건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5억~6억 원 하던 시절에는 LTV를 60%까지 해주면 자기 자본이 2억 원 조금 넘게 있으면 됐지만, 집값이 10억 원이 넘은 상태에서는 대출이 된다 해도 현금 4억 원 정도는 있어야 한다"며 "실제로 구매가 가능한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든다. 사후약방문이고 뒤늦은 처사"라고 지적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대출을 많이 받을 텐데, 추후 금리가 인상되면 경제의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며 "4년간 규제를 강화하다가 이제 와서 대출을 풀어주겠다는 건 정부의 책임회피다. 대출해 줄 테니 각자도생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 본 서울 시내 아파트 [UPI뉴스 자료사진]

"임대사업자 제도 개선해도 시장 매물 큰 변화 없어"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꼽혔던 임대사업자 제도를 개선할 경우, 매물이 늘어나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의견이 우세했다. 민주당 부동산특위는 모든 주택유형에 대한 신규 임대사업 등록제를 폐지하고, 2020년 7월 이전 등록한 기존 사업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배제 혜택도 정비하기로 했다. 임대등록이 말소된 이후 6개월 내에 처분하면 양도세 중과를 배제해주는 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임대사업자가 내놓는 매물 유형에서 소형 평형 및 비아파트 주택은 실수요자들이 요구하는 주택 유형에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 안정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한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향후 자산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세부담보다 더 크기 때문에 임대사업자에 대해 양도세를 중과하더라도 나오는 매물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특히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주택 대다수는 원룸이나 다세대주택이라서 아파트와 달리 수요가 크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시장에서 세입자 보호까지 병행해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다주택자의 매물이 빨리 나오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임대사업 물량 중 아파트나 강남권 물량은 극소수다. 수요자가 원하는 아파트 등 매물 확보는 기대만큼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부세 감면은 표심잡기일 뿐…세밀한 기준 정해야"

종부세 완화에 대해선 시장 안정과는 상관없는 정치적 의도로 해석했다. 앞서 부동산특위는 △과세 기준 9억→12억 원 상향 △부과 대상자 '상위 2%' 한정 △현행 유지 및 과세이연제 도입 등 3가지 방안을 의총에 올렸다. 김진표 부동산특위 위원장은 "공시가격 상위 2%에 종부세를 부과하는 게 공평하다"며 '2% 부과론'을 밀고 있다.

상위 2%를 주택 가격으로 따져보면, 공시가격 11억5000만 원 이상 1주택자가 종부세 부과 대상이다. 약 27만 가구가 해당될 것으로 추산된다. 가령 현재 시세 15억 원(공시가 9억5000만 원) 수준인 마포구 아현동 마포 래미안푸르지오(전용59㎡) 1주택자의 경우,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고 보유세에서 기존 종부세 금액인 23만 원이 줄어든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상위 2%로 종부세를 적용할 경우 가격이 억제될 수 있는 상한선이 없는 채 고삐 풀린 가격이 될 수 있다. 부동산 정책보다는 정치에 가까운 방안으로 보인다"며 "금액 기준으로 가는 게 맞고, 상향할 경우 주택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다는 신호를 주게 된다"고 말했다.

최황수 교수는 "매물이 나오게끔 거래세를 인하한다든가 이런 건 의미가 있는데, 지금 이 시점에 고가 주택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종부세를 감면해주는 것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선거전략의 일환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종부세 감면에 대한 논의도 일률적인 금액을 기준을 정하는 것보다 소득이나 재산의 규모 등 세밀한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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