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망령 불러내는 野 당권투쟁…쇄신커녕 퇴행 조짐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1-05-26 14:23:24

보수분열·대선패배로 국민의힘 망가뜨린 계파갈등
미래 걸린 전대 앞두고 당심 잡으려 주자들이 소환
친이, 친박, 친유까지… 과거회귀하며 진흙탕 싸움
선거인단 확정…영남 51% vs 수도권 32% vs 호남 2%

국민의힘 당권 경쟁에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있다. 선두를 다투는 당권주자들이 '표심'에 눈멀어 계파 갈등의 망령을 불러내고 있는 것이다.

친이·친박 등 계파 정치와 대립은 제1야당, 나아가 보수 진영을 망가뜨린 주범으로 꼽힌다. '박근혜 탄핵'과 대선 패배, 보수 분열로 국민의힘은 민심을 잃고 내리막길을 걸었다.

▲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비전 발표회에서 당 대표 후보들이 각자의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주호영, 홍문표, 윤영석, 조경태, 김웅, 이준석, 김은혜, 나경원 후보.(발표순) [뉴시스]

여당의 4·7 재보선 참패로 기사회생한 제1야당. 국민 신뢰를 되찾겠다며 쇄신과 변화를 약속했다.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6·11 전당대회는 그 시험대다. 내년 대선을 관리하는 신임 당 대표는 미래 비전과 개혁 의지를 검증받아야한다.

그런데 당 대표 후보들이 계파 타령을 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나경원 후보가 선공을 날렸다.

나 후보는 26일 페이스북 글에서 이준석, 김웅 후보를 겨냥해 "특정 계파 당 대표가 뽑히면 윤석열·안철수가 과연 오겠느냐"고 말했다. 두 사람이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이 후보는 즉각 "구 친박계 전폭 지원을 받고 있는 나 후보가 대표가 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상당히 주저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그는 또 친이계 출신이 중심이 된 보수단체가 주호영 후보를 지원하기로 했다는 언론 기사를 링크하며 구태라고 몰아세웠다.

당 안팎에선 야권의 보수 단체인 국민통합연대가 지역 조직에 '긴급 중앙임원 회의 결과'라는 제목의 문건을 내려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문건에는 친이계 출신인 주 의원을 밀기로 했으니 협조 바란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당권주자들이 계파문제까지 소환하며 난타전을 벌이는 것은 선거 판세를 가를 '당심'을 잡기 위해서다. 당권을 위해 앞뒤 안가리는 과열 경쟁이 '과거회귀'의 이전투구를 부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 대표는 당원 투표 70%, 여론 조사 30%를 합산해 뽑는다. 당심을 얻는게 승부의 열쇠다. 그것도 선거인단 과반을 차지한 '영남권 당심'을 붙잡는게 포인트다.

▲ 국민의힘 제공

지난 22일 최종 확정된 6·11 전대 선거인단 구성안(예측안)을 보면 영남 표심의 위력이 잘 드러난다.

구성안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의 253개 당원협의회에서 대의원과 책임·일반당원 합쳐 32만8889명이 선거인단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중 TK(대구·경북)권은 당협이 25개에 불과한데 선거인단은 무려 28.0%(9만2118명)에 달한다. PK(부산·울산·경남)권은 당협 40개에 선거인단이 23.3%(7만6510명)이다. 영남인 TK와 PK를 합친 선거인단은 51.3%로 과반이다. 

반면 서울(당협 49개)과 경기(59개), 인천(13개) 선거인단은 다 합쳐도 32.3% 밖에 안된다. 호남권은 광주(0.6%), 전북(0.7%), 전남(0.7%) 합쳐 선거인단이 고작 2%다. 타 지역 인구·당협 수와 비교하면 영남권 선거인단의 비중은 눈에 띄게 두드러진 것이다.

영남, 특히 TK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애정과 향수가 아직도 강한 것으로 알려진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불복 심리도 상당하다. 그런 만큼 대구가 고향이자 '원조 친박' 출신인 유승민 전 의원이 탄핵을 찬성한데 대한 지역민들의 배신감과 원망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나 후보가 친유승민계를 겨냥하며 계파정치를 소환한 이유다.

이준석 후보가 나 후보에 대한 친박계 지원설로 맞불을 놓은 것은 '쇄신·변화 vs 올드·수구' 이미지 대비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나 후보에게 '친박' 딱지를 붙여 구태로 몰아가면 실보다 득이 클 수 있다는 셈법이다. 당심도 민심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엿보인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당권을 잡기 위해 중진 주자가 계파 갈등을 불사하고 신진 주자가 맞불을 놓은 것은 서로 공멸하자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당의 비전을 내놓고 미래 경쟁을 벌여야하는 전당대회가 되레 퇴행하는 것은 흥행에 찬물을 끼얹고 국민 신뢰를 잃는 자실골"이라고도 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