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vs 'CJ ENM' 콘텐츠 사용료 갈등…OTT 시장 파워게임?
주현웅
chesco12@kpinews.kr | 2021-05-24 16:02:46
CJ ENM "콘텐츠 가치 저평가되고 있어…정상화해야"
업계의 '선공급, 후계약' 관행이 문제…중소 콘텐츠가 반대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IPTV 업계와 CJ ENM이 콘텐츠 사용료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CJ ENM이 콘텐츠 공급 대가 인상을 요구하자 IPTV 업계가 "너무 비싸다"고 공개 저격한 게 계기가 됐다. 이에 CJ ENM이 "저평가된 대가를 정상화하려는 것"이라고 재차 맞서면서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업계에서는 이런 양상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방송송출이 안 되는 '블랙아웃'이다. 더한 문제는 이 같은 양측의 대립이 연례행사라는 사실이다. 현재는 법 개정을 통해 '선공급-후계약' 관행을 깨는 게 유일한 개선책으로 꼽히는데, 이는 중소 콘텐츠사의 경쟁력을 악화시킬 소지가 커서 갈등이 확산할 조짐마저 거론된다.
'OTT란 무엇인가' 규정이 관건
양측의 이번 논쟁이 대외에 드러난 건 지난 20일 '한국IPTV방송협회'가 낸 성명서 때문이다. 협회는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명의로 "대형 콘텐츠 사업자는 불합리한 사용료 인상, 불공정 거래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규탄 대상이 '대형 콘텐츠 사업자'로 표시됐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국내 유일의 대형 콘텐츠 사업자인 CJ ENM을 특정했다.
실제로 CJ ENM은 이날 공개 반박에 나섰다. 공식 입장문을 통해 "IPTV 3사가 콘텐츠의 가치를 지나치게 저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가의 프로그램 사용료는 방송사의 콘텐츠 투자 위축을 불러온다"며 "이는 결국 플랫폼사 유료가입자 이탈을 일으켜 유료방송산업의 경쟁력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은 현재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률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인상 자체는 이뤄질 예정이지만, 그 정도를 낮추려는 IPTV 업체와 높이려는 CJ ENM의 기 싸움이 한창이다. 업계에 따르면 CJ ENM이 바라는 상승 폭은 전년 대비 25% 이상으로, IPTV 업체는 '과도하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갈등의 핵심 쟁점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꼽힌다. KT가 운영 중인 'KT시즌', LG유플러스가 선보인 'LG유플러스 모바일' 서비스를 OTT로 볼 수 있는지에 따라 CJ ENM의 협상력이 달라질 전망이다. 해당 상품에 대해 IPTV 업체는 '기존 IPTV 서비스를 모바일로 옮긴 것'이라는 입장이고, CJ ENM은 '명확한 OTT라며 별도 협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춰 양측의 갈등 이면에는 OTT 시장 지배력을 둘러싼 파워게임 양상도 보인다. 한 IPTV 업체 관계자는 "CJ ENM이 자사 OTT인 '티빙'의 성장을 위해 IPTV 사업자를 불합리하게 차별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J ENM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자료에도 KT 및 LG유플러스의 해당 서비스는 'OTT'로 분류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피해는 오롯이 시청자들 몫이다. 자칫 CJ ENM이 콘텐츠 공급 불가 방침을 내세우면, IPTV 시청자들의 선택권도 그만큼 제한될 수 있어서다. CJ ENM 관계자는 "공급이 안 이뤄지는 이른바 '블랙아웃'은 전례 없는 일인 만큼, 앞으로도 결코 있어선 안 될 일"이라며 "IPTV 업계가 전향적으로 협상에 나서길 원한다"고 말했다.
원인은 '선공급, 후계약' 관행…중소 콘텐츠사 안정성 보장도 과제
양측의 콘텐츠 사용료 갈등은 매해 반복되는 일이다. 업계에서는 '선공급, 후계약' 관행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일반적인 경우와 다르게 유료방송업계는 콘텐츠 공급이 먼저 이뤄지고 당해 연말 혹은 이듬해까지 이르러서야 콘텐츠 가격 협상이 진행된다. 그렇다 보니 가격 산정의 불투명성 및 협상 지체 등의 문제가 계속 지적돼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시도가 없지는 않았다. 지난 4월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이 해당 관행을 금지한 내용의 '방송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달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제2소위에서 이 법에 관한 논의가 진행됐으나 추후 재논의로 결론이 지어졌다. 협상력이 낮은 중소 콘텐츠사들은 선공급 관행이 없어지면 계약 자체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에서다.
중소 콘텐츠사들은 벌써 선공급 관행 유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24일 중소방송채널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선공급 후계약 금지 등은 언뜻 공정한 협상을 위한 발판 같지만, 자세히 보면 대형 콘텐츠사 이익을 위한 중소 콘텐츠사의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주장했다. 기존 관행 개선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된 게 아님에도 사전 대처에 나선 셈이다.
결국 국회가 묘안을 마련하는 게 최선이라는 지적의 배경이다. 중소 콘텐츠사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선공급 관행을 타개할 방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관계자는 "중소 콘텐츠사의 피해가 따르지 않을 대책 마련은 방송법 일부 개정안 통과의 전제"라며 "올해에는 본회의 통과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PI뉴스 / 주현웅 기자 chesco1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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