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윽박지르는 문 대통령…MB 넘어 朴 닮나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1-05-12 13:39:47
與 초선도 '부적격' 반기…지도부, 靑에 전달키로
이명박, 여당 반대로 정동기 감사원장 임명 접어
대통령, 여론 전달 여당 찍어누르면 민심 이반
임혜숙·박준영·노형욱 장관 후보자 임명 문제를 둘러싼 당청 갈등이 예사롭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임명 반대 기류가 번지고 있다. 초선 의원들은 12일 후보자 3명 중 최소한 1명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낼 것을 당에 공식 요구했다. 1명 이상 지명 철회를 주문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세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송부를 재요청한 다음날 당내 최대인 초선 그룹이 공개 반기를 든 형국이다. 중진과 재선에 이어 초선으로 불길이 마구 커지고 있다.
초선모임 '더민초'는 이날 전체회의를 갖고 "국민의 요구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한 명 이상의 공간은 필요하다'는 의견을 드리자"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회의에는 80여 명 중 40여 명이 참석했다.
청와대 민정비서관 출신 친문인 김영배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여당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할 수 없어 국민 눈높이를 고려하며 1명 이상의 후보자들에 대해 결단할 것을 청와대와 지도부에 촉구했다"고 전했다. 그는 "뼈를 깎는 심정"이라고 했다.
송영길 대표가 '당 중심' 기조를 강력 천명한 데 이어 당 지도부가 포함된 초선 그룹이 문 대통령 인사권에 대놓고 반발하는 것은 초유의 상황이다.
당 지도부는 '더민초' 요구와 관련해 당내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어떻게 할까. 여당 반발을 제압하고 3명 임명을 강행하면 '불멸의 기록'을 남길 수 있다. 야당 동의 없이 임명한 장관(급) 인사가 32명이 되기 때문이다. 노무현(3명)·이명박(17명)·박근혜(10명)정부 사례를 다 합친 것보다 많다.
이명박(MB) 대통령 집권 4년차인 2011년 1월. 당시 청와대는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을 위해 여당인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을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나 여당 지도부는 '국민 눈높이'에 맞춰 정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안상수 대표가 총대를 메고 최고위원회 의견을 수렴해 청와대에 전달했다.
정 후보자는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MB 측근이었다. 전관 예우 논란에다 감사원 독립성 훼손이 우려돼 내정 직후부터 부정적 여론이 거셌다. 여당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기도 전에 반대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집권당의 이런 문제제기 절차와 방식에 유감을 밝히는 등 노골적 불만을 표했다. 당청갈등도 불사했으나 결국 물러섰다. MB가 정동기 카드를 접은 것이다. 정 후보자는 청문회도 못하고 자진사퇴했다.
MB 정부에서 낙마 사례는 여러 건 더 있다. 김태호(총리)·천성관(검찰총장)·신재민(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재훈(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다. 이들은 인사청문회를 거쳤으나 부정적 여론에 대한 부담 탓에 사퇴했다.
그래도 MB 정부에선 여당이 여론을 수렴, 반영하는 '공당 기능'이 작동했던 것으로 평가됐다. MB도 이를 고려해 '막무가내 임명 강행'으로 일관하지 않았던 셈이다.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다. 정당은 민의를 대변한다. 대의민주주의 창구다. 대통령이 국정 주도권을 위해 여당을 윽박지르면 탈이 난다. 당이 할 말을 못해 민의가 왜곡될 수 있어서다. 수직적 당청관계는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해 민심 이반은 불가피하다. 4·7 재보선 참패는 교훈이다.
탄핵으로 임기를 못채운 박근혜정부. 불행의 씨앗도 일방적인 당청관계에서 싹텄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3년차인 2015년 4월. 당시 유승민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했다. 직격탄을 맞은 박 대통령은 유 전 원내대표를 '배신자'로 낙인찍었다. 2016년 총선 공천에서 그를 비롯한 비박계를 대거 낙천시키며 당을 친박계 일색으로 재편했다. 그 대가로 총선에서 참패하고도 새로 구성된 친박계 지도부를 통해 여당을 조종했다. 그러다 몇 달 뒤 탄핵을 당했다. 정권도 넘어갔다.
임기를 1년 앞둔 문 대통령. 집권 4년 동안 '당청 원팀' 기조하에 '제왕적' 권력을 누려왔다. 친문 지도부가 장악해온 민주당은 '청와대 2중대' 역할을 자처했다. 그러나 송영길 당대표가 취임하면서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재보선 참패에도 남은 임기 쭉 마이웨이하려는 문 대통령. 반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달라지지 않으면 안되는 송영길호. 그 첫 충돌 지점이 장관 후보자 3명 임명 문제다. 당청관계 분수령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통해 장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야당의 사퇴 요구를 일축한 것은 여당을 향한 가이드라인 성격이 강하다. 청문경과보고서 송부 데드라인인 14일 여당 새 지도부와 만나는 일정을 잡은 것도 최후 통첩을 위한 압박 조치로 여겨진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여당 반발이 확산되는데다 여론도 부정적이다.
에스티아이가 지난 10, 11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장관 후보자 3명에 대해 "임명해서는 안된다"는 응답은 57.5%로 나타났다. 절반이 넘는 국민이 불가 의견을 밝힌 것이다. 임명해야 한다는 의견은 30.5%였다.
문 대통령은 "야당이 반대한다고 인사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능력은 제쳐두고 흠결만 따지는 무안 주기식 인사청문회"라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도 2014년 6월 안대희·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한 뒤 비슷한 말을 했다. "국정 수행 능력이나 종합적인 자질보다는 신상털기식, 여론재판식 여론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국회가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에 개선할 점이 없는지를 짚어보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해 달라"는 당부도 곁들였다.
문 대통령이 끝내 3명 임명을 강행한다면 이·박 전 대통령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에스티아이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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