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준 "통일 서두르지 말자…좋은 나라 만들면 북한 끌려올 것"
이원영
lwy@kpinews.kr | 2021-04-30 15:46:51
"흡수 아닌 합류 통일의 길 닦아야"
"통일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다만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복지 등 모든 분야에서 완전국가를 지향하는 데 더 치중해야 한다. 그러면 독일식 합류통일의 길이 다가올 것이다."
한국 정치학계의 원로 김학준 전 서울대 교수(현 단국대 석좌교수)가 오랜만에 마이크 앞에 섰다.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와 통일평화연구원이 30일 공동으로 주최한 '2021 한반도평화 석학 초청 강연'에서다.
김 교수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린 '이상 그리고 현실:북한에 대한 기존 접근법과 발상에 대한 스스로의 성찰'이란 주제의 강연에서 통일지상론을 경계하고 북한이 우리를 동경하는 나라로 만들면 통일은 저절로 이뤄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어느 학자가 우리나라의 현실을 결손국가로 명명한 것을 본 적이 있다. 남북이 분단되어 있으니 결손가정처럼 인식한 것이다"며 "그러나 통일 전 서독에서는 자기 나라를 결손국가로 말하는 사람 없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서독 사람들은 서독이 완전국가다, 언젠가 통일은 될 건데 그때까지 우리가 중심이다, 우리가 역사를 계승하고 있다는 의식이 있었다"면서 "굳이 통일을 서두를 필요도 없었고, 동독에 매달릴 필요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독은 민주주의, 인권, 경제, 복지, 전쟁 위험에서 해방된 국가에 치중했다. 다르게 말하면 만약 통일이 우리의 인권을 제약하고, 시장경제를 희생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우리는 하지 않겠다, 이것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통일이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좋다는 식의 이상론도 있는데 이것은 독일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며 "독일은 완결국가를 어떻게 충실하게 만드느냐, 이것에 역점을 두었고 민주공동체, 평화공동체 만들면 동독은 끌려올 것이란 자석이론에 기초했다"고 설명했다.
즉 서독이 자력은 강하고 자장이 넓은 자석이 되겠다는 발상을 가졌고 결국은 서독이 형성한 자장으로 동독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의견이다.
김 교수는 '흡수통일'이라는 말도 경계했다. 그는 "흡수통일이 아닌 합류통일로 불러야 한다. 비교-선망-합류 이론이다. 선망이 확산되니 뛰어드는 것, 이것이 독일 통일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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