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가는 의사 성범죄…"고작 정직뿐 면허취소는 없다"

이준엽

joony@kpinews.kr | 2021-04-30 11:28:51

의사 2016년 이후 성범죄 전문직 1위

2020년 3월 서울의 한 대형 병원 산부인과에서 수련을 받던 인턴 의사 A 씨가 여성 환자와, 동료들에게 상습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해당 인턴 의사는 3개월 정직을 받았을 뿐 의사면허는 취소되지 않았다.

2019년 한의사 B 씨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여성 환자에게 성관계를 통해 우울증을 호전시킬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 뒤 치료행위를 빙자하여 위계로 3회 간음해 고발당했다. B 씨도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받았다.

경찰청이 해마다 발표하는 범죄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2010~2019)간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수의사) 피의자는 점점 늘고 있다. 다른 전문직 직군이 증감을 반복하는 것에 비해 의사는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인다.

▲ 최근 10년(2010~2019) 간 강력범죄 일으킨 전문직 (단위:명) [이준엽 기자]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들은 2010년에는 77명, 2011년에는 73명, 2012년에는 90명, 2013년에는 88명, 2014년에는 81명으로 기존에는 다른 전문직들과 같이 증가와 감소를 반복했다.

그러나 2015년에 105명, 2016년에는 118명으로 이전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러면서 2017년에는(124명), 2018년(138명), 2019년(137명)으로 꾸준히 늘어나 의사는 전문직에서 가장 강력범죄 피의자가 많은 직업이 됐다.

▲ 최근 10년(2010~2019) 간 성범죄 일으킨 전문직 (단위:명) [이준엽 기자]

의사들의 강력범죄에서 주목할 것은 성범죄다. 2010년에는 67명, 2011년에는 64명, 2012년에는 80명, 2013년에는 86명으로 강력범죄가 증감을 감소했던 것에 비해 꾸준히 증가하는 흐름이다.

2014년에는 71명으로 잠시 감소했으나 2015년에는 101명으로 증가폭이 커졌다. 2016년부터는 118명으로 전문직에서 성범죄 피의자가 가장 많아졌다. 2017년에는 121명, 2018년에는 136명, 2019년에도 136명으로 2010년 67명인 것에 비해 10년 새 2배로 늘었다. 의사들의 강력범죄 중 성범죄 비율은 10년 간 평균 93%나 되는 점도 눈에 띈다.

의사들의 성범죄 증가, "느슨한 제재 탓"

전문가들은 의사들의 강력범죄, 특히 성범죄가 꾸준히 느는 배경으로 '느슨한 제재'를 지목했다.

박현정 조선대학교 공공인재법무학과 교수는 "2000년 의료법 개정으로 일반 성범죄 사건에 대해서는 면허정지 또는 면허취소에 관한 제재 규정이 삭제됐다"며 "성범죄를 범한 의료인을 제재할 법적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인의 성범죄는 의사와 환자 간 관계의 특수성을 가지고 있어 범죄 기준의 판단이 어렵고 증거수집이 어렵다"며 "그런 특수성 때문에 재판과정에서 합리적인 의심 없이 범죄가 증명되기가 어렵다"고 했다.

박 교수는 "국민의 의료의 이용편의와 의료서비스의 효율성은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지만, 성범죄의사에 대한 면책사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제재 강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성범죄는 1차적 피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2차 피해의 우려를 보이는 유형이다. 따라서 의사도 최소 타 전문가 집단과 형평성을 고려하여 소송 기간 중 면허를 정지하고 유죄판결이 확정되었을 때는 성범죄 신상공개와 같이 상응하는 제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의사들만 콕 집어서 성범죄가 늘어난다고 할 수 없다. 최근 범죄통계를 보면 의사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강력범죄 중 성범죄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라고 했다. 이어 "다만 늘어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다른 전문직들은 강력범죄를 저지르면 직업경력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의사는 계속 의료직에 머물 수 있다는 게 문제일 수 있다"고 했다.

이철갑 조선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의사의 직업적 윤리의식을 지목했다. "예전에는 의사가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그만큼 직업적인 윤리의식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서비스직에 가까워진 것 같다. 1000원을 받으면 그만큼만 서비스해주면 된다는 식이다. 때문에 직업윤리가 퇴색된 부분도 있다"는 얘기다.

의료집단 특수성 고려한 성범죄 기준 마련돼야

박현정 교수는 의료법 개정 외에도 의료인 성범죄 방지를 위한 개선안으로 3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의료집단에서 문제의식을 자각하고 자발적인 자체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체접촉에 대한 불쾌함을 고지를 의무화하고 성범죄 예방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둘째, 강력한 제재 조치를 위한 법률개정도 필요하지만 의료집단의 특수성을 고려해 어디까지가 의료행위인지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과정에서 성범죄 피해가 증명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박 교수는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2015년 '진료빙자성추행방지법'같이 위계에 의한 성추행사건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사법기관이 성범죄 사건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입법 노력이 없는 건 아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외 11인은 '금고이상 처벌 시 의사면허 취소' 의료법 개정안을 작년 9월 25일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금고이상 형을 선고받고 집행 기간이 끝난 의사·한의사·치과의사·간호사 등 의료인은 이후 5년간 면허가 취소된다.

또 금고 이상의 형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의료인은 유예기간이 끝난 시점부터 2년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유예 받은 의료인은 유예기간 동안 환자를 진료할 수 없다. 한 번 면허가 취소된 뒤 다시 취득한 의료인이 자격정지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다시 저지를 경우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 2월 19일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KPI뉴스 / 이준엽 인턴기자 joon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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