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공공기관 직원들, 이전 우려에 지자체 과열 유치까지...패닉

안경환

jing@kpinews.kr | 2021-04-12 15:01:57

일·가정 선택 강요, 기관 역량 저하 등 피해..."왜 우리만?"
평가 점수 높이기 위해 불법 집회까지...경찰 출동해 해산도

12일 경기도 3차 공공기관 이전 공모 마감일을 맞아 이전을 반대하는 측과 유치하려는 측간 '극과 극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소송까지 제기하며 이전을 반대하는 해당 기관 직원들은 예상되는 피해사례를 수집하며 긴 한숨을 내쉬고 있다.

 

반면, 유치하려는 지자체는 '유치 노력도' 점수를 더 받기 위해 이전 대상 기관을 찾아 불법 집회까지 벌이며 시름에 젖은 직원들을 자극, 경찰이 출동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경기도 3차 공공기관 이전을 반대하고 있는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지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지부 제공]

 

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맹(경공노총)에 따르면 경기도가 3차 공공기관 이전을 발표한 이후 각 기관별 예상되는 피해사례를 수집했다.

 

피해사례를 보면 우선 기관 이전은 '일·가정 선택' 뿐 아니라 가족해체 문제로까지 이어지는 데, 여성 직원이 많은 경기도여성가족재단과 경기복지재단 등에 우려가 집중됐다.

 

여성가족재단의 경우 전체 구성원의 89%가 여성으로 대부분 자녀가 있는 기혼 여성이거나 노부모와 동거하는 비혼여성이며 복지재단 역시 77명의 직원 가운데 현재 12명이 육아휴직 상태일 정도로 영유아 및 초중등 자녀를 둔 직원 여성 비율이 높다.

 

여성 직원들은 "거주지 이전은 배우자의 직장과 자녀의 전입학, 노부모 생활터전 변경 등 동거가족의 삶의 여건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특히 고령의 조부모가 함께 이전하기 어려워 결국 가족해체 문제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새로운 학업환경 적응에 따른 각종 스트레스를 받게 될 아이들은 무슨 죄"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각 기관 고유의 역할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여성가족재단은 연구기관인 만큼, 중앙정부 및 수도권 정책연구기관·대학·연구소 등과의 교류가 필요하나 동북부 이전 시 학문적 교류권에서 소외될 것으로 우려했다. 복지재단 역시 복지정책조사연구와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사회복지 자원 연계 및 네트워크 구축 등에 한계에 부딪칠 것으로 예측했다.

 

경기신용보증재단의 경우 기관 이전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금 지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됐다. 기관 이전에 따른 사무실 구축과 직원 이주·정착지원 등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자금 지원 토대인 기본재산을 소비할 수밖에 없어서다. 지역신용보증재단은 관련법에 따라 기본재산의 15배까지 신용보증을 할 수 있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은 직원 피해를 차치하고도 입주 및 보육기업 이탈 문제가 제기됐다. 현재 경과원이 관리를 맡고 있는 광교테크노밸리와 판교테크노밸리 내 본관과 경기R&DB센터·바이오센터·글로벌R&D센터 등에는 200여개 기업이, 또 창업보육센터와 스타트업캠퍼스에 100여개의 보육기업(스타트업 포함)이 각각 입주해 있다.

경과원이 이전하게 되면 이들 기업에 제공되는 각종 프로그램 등 지원 서비스의 질이 하락, 입주·보육기업 이탈이 가속화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거주지 이전에 따른 직원 개개인의 부동산 처분, 이전비용, 교통비 등으로 1인당 평균 1억 원 이상의 직간접적 재산상 손실도 발생할 것으로 우려됐다. 앞서 2019~2020년 정규직으로 전환된 시설운영직 약 250명의 경우 이전 시 역할이 불분명, 사실상 해고 통보를 받은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 바 있다.

 

▲포천시가 지난 8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을 찾아 유치 당위성을 설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천시 제공]


이전 대상 공공기관 소속 직원이 이 같은 피해사례까지 수집하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반면, 일부 지자체 등은 불법집회까지 감행하는 도를 넘은 유치전을 벌여 이들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포천시는 부시장 및 기업인과 함께 경과원을 찾아 유치 당위성을 설명하고, 시민들의 유치 의지를 전달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전의 불합리성을 주장하고 있는 경과원 노조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당시 경과원 노조가 불법집회라며 현장 유치전 및 사진촬영 등에 항의하자 포천시 측은 경과원 주차장 한쪽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포천시는 지난 2일에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를 찾아 어깨띠와 피켓을 들고 출근길 프러포즈 행사를 진행, GH 직원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경과원 앞에서 신고되지 않은 집회가 열리면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파주상공회의소 등으로 구성된 유치추진단은 경과원 앞에서 집회신고 없이 유치 행사를 벌이다 불법 집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자진 해산했다.

이들의 유치 과열 행태는 경기도가 공공기관 이전 대상 지자체 선정 점수 항목에 '유치 노력도'를 삽입함에 따라 점수를 높이기 위해 벌어진 일이다. 경기도가 불법을 부추긴 꼴이다.

경공노총 관계자는 "공공기관 이전을 위한 지자체의 노력은 충분히 이해하나 이전 대상 공공기관 소속 직원의 고충도 헤아려 달라"며 "이전 대상 공공기관 소속 직원들은 현재 강제이주 명령에 직장과 가정을 선택해야 할 갈림길에 놓인 처지"라고 말했다.

 

이어 "도는 균형발전이란 미명아래 이전 대상 직원의 이주원칙 외에는 어떠한 대책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공정과 노동권익을 강조하는 경기도에 소속 공공기관 노동자는 빠져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경기도는 이날 3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 공모를 완료, 기관별 선정 심의를 거쳐 5월 중 이전 선정 대상 시·군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전 대상 기관 가운데 지자체의 관심을 가장 크게 받고 있는 곳은 경과원과 GH로 지난 4일까지 각각 8곳의 지자체가 유치희망 의사를 밝힌 상태다.

KPI뉴스 / 안경환 기자 jing@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