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사실 적시 명예훼손' 규정한 형법 조항은 합헌"
김광호
khk@kpinews.kr | 2021-02-25 16:37:29
"개인 명예훼손 규제 통한 인격권 보호 포기할 수 없어"
유남석 재판관 등 4명 반대 의견…"표현의 자유 침해"
사실을 적시했더라도 타인의 명예가 훼손됐다면 이를 처벌하도록 하는 형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5일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을 규정하고 있는 형법 307조 1항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해당 법 조항은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하고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재판관 5대 4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가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해 결정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형법 307조 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A 씨는 지난 2017년 8월 자신의 반려견을 실명하게 한 수의사의 진료 행위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알리려 했다. 하지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해당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A 씨 측은 재판과정에서 "표현의 자유의 핵심은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자유이고 이는 원칙적으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진실을 말하는 것 자체는 죄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해당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헌재는 "개인의 외적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 행위를 규제해 인격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포기할 수 없다"며 "이를 비범죄화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표현의 자유의 무게를 충분히 인식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명예훼손적 표현이 유통되는 경로가 광범위해 피해자가 이를 모두 찾아내 반박하거나 삭제를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명예훼손적 표현 행위에 대한 실효적인 구제 방법이 없는 이상 게시물의 자발적 삭제 등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형법상 명예훼손죄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헌재는 형법상 위법성 조각 사유와 이에 관한 대법원의 해석을 통해 표현의 자유 제한은 최소화하고 있다는 점도 내세웠다. 형법 310조는 사실적시 명예훼손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제한을 두고 있다.
반면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과잉금지 원칙에 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일부 위헌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진실한 사실을 토대로 토론과 숙의를 거쳐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근간인데 이를 처벌하는 것은 반헌법적이라는 취지다.
그러면서 적시된 사실이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것이 아니라면 표현의 자유 보장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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