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기본주택, 덴마크 사회주택처럼 '착한 주거' 실현할까

안경환

jing@kpinews.kr | 2021-02-24 15:46:19

덴마크 '사회주택', 복지에 필수 역할로 저렴·양질의 주거 공간
싱가폴 HDB 아파트, 토지는 국가·아파트 개인소유…국민 94% 거주

지금 대한민국 집값은 미쳤다. 지난 2~3년의 폭등으로 서울과 수도권은 '주택지옥'으로 변했다. 적어도 무주택 서민에게는 그렇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주택'이 이 지옥도를 벗어날 탈출구가 될 것인가. 기본주택이 덴마크, 싱가포르의 공공주택처럼 '착한 주거'를 실현할지 기대를 모은다. 

'기본주택'은 정치계와 학계에 뜨거운 논란을 불러온 이재명의 국민 보편소득정책, '기본소득'과 뜻이 맞닿아 있는 이 지사의 핵심 주택정책이다. 무주택자에게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인 삶의 터전을 공급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경기도 기본주택 개요도 [경기도 제공]


실험적인 데다 '기본'이 붙어 있어 정치적이라는 '사시적' 시각도 있지만,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획기적 내용을 담고 있어 국내·외 주택시장에서 초미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지사의 '기본주택'은 '장기임대형'과 '분양형'으로 나뉜다.


'장기임대형'은 주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의 '공공임대'와는 다르다. 영구임대주택을 비롯해 여태까지 정부가 추진했던 공공임대주택은 저소득층의 주거 복지를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나 자산이 있는 가구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소득 1~2분위가 공공임대의 주요 입주층이었고, 그 결과 '임대주택은 시설이 좋지 않다'는 부정적인 낙인이 찍히기도 했다.

 
이에 반해 이 지사의 기본주택에는 단 하나의 기준만 있다. 무주택자가 기준이다. 소득 기준은 없다.

 

역세권 등 핵심 요지에 일반 분양 아파트 이상의 질 좋은 아파트를 건립한 뒤 무주택자에게 30년 이상 안정적으로 살게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임대료 상한도 둬 중위 소득 20%를 넘지 못하게 했다.

 

한마디로 정부의 공공임대를 기피하는 무주택 중산층에게까지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아파트를 평생 공급하겠다는 게 그 취지다. 그래서 '주택은 사는(Buy) 게 아니라 사는(Live) 것'이란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분양형 역시 입주자격 제한 없이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입주 가능하며 매달 적정 토지임대료만 내면 평생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게다가 공공이 토지를 소유하고 민간이 주택을 분양하는 기존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장점은 살리면서 공공의 주택환매를 의무화해 시세차익으로 인한 투기를 원천차단하는 등 문제점은 보완했다.

 

아울러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 공공이 토지를 소유하며 50년간 임대해 토지공공성을 확보한 뒤 토지비축 리츠로 사업주체의 토지보유에 따른 채무부담을 더는 장점도 담았다. 리츠 (REITs)는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공모해 부동산 등에 투자한 뒤 운용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상품을 말하며, 토지비축 리츠는 토지를 모아 임대주택을 건설한 뒤 그 수익금을 토지주들에게 나눠주는 투자 형태를 말한다. 

기본주택을 시행하는 GH 이헌욱 사장은 컨퍼런스에서 "기본주택은 주거복지가 아닌 보편적 주거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발상의 전환에서 출발했다"며 "공공임대주택과 달리 적자도 나지 않고 재정도 많이 들어가지 않는 지속 가능한 모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핵심요지에 임차인이 부담 가능한 고급형 임대주택을 많이 공급, 임차인에게도 행복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주거 선택권을 보장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에서 이 지사의 '기본주택'은 실험적이고 정치적이다. 전대미문의 정책은 아니다. 해외 선진국에서 비슷한 선례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25일 열린 경기도 기본주택 컨퍼런스에서 국내에 소개된 덴마크의 '사회주택'과 싱가포르 주택개발청(HDB)의 아파트가 비슷한 유형이라 할 수 있다. 

▲경기도 기본주택 컨퍼런스 포스터  [경기도 제공]


컨퍼런스 첫 번째 세션 '해외 공공임대정책의 시사점'에 전문가 패널로 나선 '마리아 엘싱하'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 교수는 '보편적 모델로서 덴마크 사회주택의 역사와 교훈'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덴마크 사회주택은 30~40년 장기 임대로 운영되는 협동조합형 주택 등 공공이 지원하는 민간 임대성격의 주택이라고 밝혔다. 신청자격 제한도 없다.
 

덴마크 주택시장의 절반가량인 49%가 바로 이 비영리 사회주택이라는 게 엘싱하 교수의 설명이다. 사회주택 재정은 86~90%에 달하는 자본을 은행과 주택연금에서 주택협회가 빌려오는 형태이며 지자체 자본금은 8~12%, 나머지 2%는 세입자가 부담한다.


한마디로 사회주택은 복지에 필수적 역할로 정부 산하에서 저렴하고 질 높은 수준으로 제공하는 주거 공간이란 의미다.


엘싱하 교수는 "덴마크 사회주택은 복지에 필수적 역할로 정부 산하에서 저렴하고, 양호하게 지어 제공하는 주택"이라며 "사회주택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사회를 재건하고, 건설하는 데 중심점 역할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부동산정책은 토지는 공공이 소유·임대하고, 주택은 개인이 분양받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형태로 이 지사의 기본주택 '분양형'과 유사하다.

 

'기본주택 분양형(공공환매 토지임대부) 모델'을 주제로 한 세 번째 세션 전문가 패널로 나선 탄에텡 싱가포르 주택개발청(HDB) 부동산정책과 수석매니저는 "싱가포르 거주민의 81%가 HDB 아파트에 거주 중이며 HDB 아파트의 94%는 자가 소유다. 이에 반해 토지는 대부분 국가 소유"라고 설명했다.

 

HDB는 아파트를 지을 때 정부로부터 통상 105년 임대해 만료 시 국가에 그 땅을 양도하며 건물은 HDB가 소유하고, 개인 아파트 소유자는 각 층의 구역을 소유해 정기적인 유지보수 책임을 진다.

 

싱가포르 정부는 국민에게 의무적으로 중앙연금기금(CPF)에 가입하도록 하고, 시장보조금과 대출요건을 관대하게 해 국민의 주택자금 조달이 가능하도록 한다.

 

탄에텡 수석매니저는 "싱가포르 주택정책의 성공 요인은 정부의 강한 의지, 자가소유 주력, 공적자금을 통한 재정확보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를 통해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해외 공공임대정책 사례를 포함한 '경기도 표준임대주택 모델개발'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연구용역은 3월 중순쯤 완료될 예정이다. 


한편, 경기도와 GH가 주최한 이날 '경기도 기본주택 컨퍼런스'에는 국내·외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각 나라별 주택정책 소개에 이어 '해외 공공임대정책의 시사점', '기본주택 임대형(장기임대) 방향과 모델', '기본주택 분양형(공공환매 토지임대부) 모델'에 대한 세션별 주제가 발표됐다.

 

세션별 주제 발표 뒤에는 이상영 명지대 교수, 장경석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피터 뱅스보(Peter Vangsbo) 주한 덴마크 대사관 이노베이션센터장, 이수욱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 등 국내·외 전문가가 참여하는 토론이 진행됐다.


KPI뉴스 / 안경환 기자 ji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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