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英번역은 가부장제에 저항하는 페미니즘 번역"
권라영
ryk@kpinews.kr | 2021-01-21 14:37:35
"번역, 창조적 글쓰기…순수하고 중립적인 텍스트 아냐"
맨부커상 수상자인 소설 <채식주의자>의 영어 번역에 대해 가부장제에 저항하는 페미니즘 번역이라는 분석을 담은 논문이 나왔다.
한국외국어대학교는 21일 윤선경 영어통번역학부 교수의 논문 '데보라 스미스의 불충실성: 페미니스트 번역으로서의 <채식주의자>(Deborah Smith's Infidelity: The Vegetarian as Feminist Translation)'가 국제저명학술지 '젠더학 저널'에 출판했다고 밝혔다.
작가 한강이 쓰고 데보라 스미스가 영어로 번역한 <채식주의자>는 2016년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이후 본격적으로 오역 논쟁에 휘말렸다. 일부 학자들은 스미스가 한 작가와 한국문학을 배신했다고, 또는 원본에 성형수술을 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윤 교수는 스미스의 번역이 가부장제를 비판하는 페미니즘 관점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라고 봤다. 그의 논문은 스미스의 번역을 새로운 관점으로 조명하면서 한국 번역학계와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한국에서 번역은 종종 직역 또는 단어 대 단어 번역을 의미하며, 번역은 번역가의 해석 없이 단순히 언어만의 문제, 텍스트를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옮기는 문제로 환원되는 경향이 있다.
윤 교수는 논문에서 스미스의 번역을 분석하면서 번역이 원본의 베껴쓰기가 아닌 창조적인 글쓰기임을 보여주며 번역의 개념을 확장하고 원본과 번역의 오래된 서열에 이의를 제기했다.
논문은 또 번역이 정치적인 글쓰기로서 페미니즘에 공헌할 수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 윤 교수는 번역은 순수하고 중립적인 텍스트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특히 스미스의 번역은 가부장제 권력에 저항하는 페미니즘 번역이라고 분석했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가부장제로 고통받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이 논문에 담긴 윤선경 교수의 메시지는 특히 시의적절하며, 번역과 젠더 정치학을 연결시켜 번역의 지평을 넓히고, 원본과 번역, 남성과 여성 사이의 서열을 무너뜨리는 전복적인 번역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유의미한 연구라는 평을 받고 있다.
K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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