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공매도 차단·개인활성화 방안' 실효성 논란

박일경

ek.park@kpinews.kr | 2021-01-20 16:51:55

정치권 "외국인·기관 금지기간에도 공매도…개인보호 미흡"
금융당국 "제도보완 방안 마련중"…2월17일 재개 여부 결정

금융위원회가 오는 3월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시장 감시를 강화하고 나선 가운데, 금융당국이 마련한 공매도 감시 강화 조치가 실효성이 있는 대책인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국은 두 달 뒤 공매도 재개를 목표로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시장조성자 제도 개선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 제고 등 크게 3가지 방향에서 보완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 중 불법 공매도 처벌은 이미 강화된 상태고, 시장조성자 제도 개선과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 제고 등 나머지 두 가지 방안이 다음 달 중 발표될 예정이다.

▲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 브리핑실에서 2021년 금융위원회 업무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20일 금융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을 개정, 현재 1억 원 이하의 과태료에 머물던 불법 공매도 처벌 수위를 최대 주문 금액까지 과징금을 물리고 1년 이상의 징역 등 형사처벌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손질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전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년 금융위 업무계획' 브리핑을 열고 "금융발전심의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입장이 전해져 왔는데, 불법 공매도이지만 감옥까지 가야 되느냐. 이런 부분에서 '과잉이다'라는 지적이 있을 정도로 처벌을 대폭 강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불법 공매도는 생각조차 못 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불법 공매도 행위에 대한 제재 강도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서조차 불만이 터져 나올 만큼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게 만들었으니, 개인 투자자(개미)들은 공매도 재개로 인한 불안감을 지나치게 갖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 금융감독원·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 제공

공매도 연장론…"1년 금지해도 공매도 2.6兆 거래"

하지만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가 시작된 지난해 3월 16일부터 12월 말까지 시장조성자들의 공매도 거래 규모는 총 2조6000억 원에 달한다. 당시 공매도 금지 첫날 거래액은 4408억 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주식 및 파생 시장에 참여하는 22개 시장조성자들은 공매도 금지 기간에도 공매도 거래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시장안정 조치로 작년 3월 16일부터 공매도 금지를 시행했지만, 이들에게는 허용했다. 일부 기관·외국인만 공매도를 예외적으로 할 수 있음에도 시장조성자 22곳 중 불법 공매도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증권선물위원회가 제출한 불법 공매도 위반 현황을 보면 지난 2010년 이후 11년간 누적 과태료는 94억 원으로 외국인 42개사, 국내기관 7개사 등 49곳이 적발된 바 있다. 이번 시장조성자의 적발 건까지 포함되면 해당 위반 금액과 기관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UPI뉴스 자료사진

박 의원은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이 개인 투자자 보호보다는 기관 투자자에게 무게가 아직도 쏠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장조성자들이 공매도 금지 기간에도 공매도를 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시장조성자들의 위반 사항을 낱낱이 공개해야 함은 물론 제도 운영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개인의 공매도를 활성화하겠다고는 하나 지켜볼 여지가 많다. 금융당국은 개인이 공매도에 활용 가능한 대여 주식 규모를 앞으로 1조4000억 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증권금융에 의하면 작년 한해 외국인·기관이 공매도에 이용하는 대차시장 규모는 약 67조 원에 이른다. 턱없이 부족한 수준으로 앞으로 한 달 만에 얼마나 획기적인 대책이 나올지 물음표가 찍힌다.

▲ '4거래일 만에 3100선에 복귀한 코스피'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3092.66) 보다 21.89포인트(0.71%) 오른 3114.55에 마감한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공매도 재개론…"韓 증시 선진화에 외국인 필요"

다만 공매도 금지가 길어지면 득보다 실이 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 또한 만만치 않다. 지난해 3월 15일 공매도 한시 금지를 결정할 때 증시는 그야말로 패닉 상태였지만, 지금은 사상 최초 3100포인트를 돌파하며 3100선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모습이다. 지수 자체만 놓고 보면 공매도 금지를 유지할 명분은 없으며 글로벌 사례나 대외적인 시장 신뢰도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를 연장하게 되면 단기적으로 투자심리 안정, 국내 수급 유입에 힘입어 추가 상승세는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헤지 수단과 롱숏(매수-매도 양방향 매매)·헤지펀드 전략의 부재로 한국 증시에 접근을 꺼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게다가 글로벌 벤치마크 지수 산정 기준 중 시장 규제, 거래, 대주 등 운용 체제의 효율성 부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한국 증시가 선진화되려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시장에 편입돼야 하는데, 공매도를 금지하면 선진시장에 편입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 한국거래소 제공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한 달 남짓 후인 다음달 17일로 예정된 금융위 정례회의에 관심이 집중된다. 금융위원회 위원은 전부 9명이지만 현재는 1명이 결원이어서 3월 16일 공매도 재개 여부는 8명이 결정한다.

구성원은 은 위원장을 비롯해 도규상 부위원장, 최훈 상임위원, 심영 비상임위원 등 4명의 당연직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다.

KPI뉴스 / 박일경 기자 ek.par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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