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서비스 받아 월급 주는데, 전기 끊긴다는 통지서가 날아왔어요"
김지원
kjw@kpinews.kr | 2021-01-19 16:18:13
PC카페 운영 김재선 사장 "장사하며 방역하게 해달라" 호소
코로나 장기화에도 '영업제한' 등 방역방침은 초기 그대로
선진국처럼 재난지원금 더해 영업 제한 따른 보상금 필요
100여 좌석 규모의 24시간 PC카페. 컴퓨터를 하며 음식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곳. 월 고정지출은 2000여만 원. 1시간 이용료는 1000원. 코로나19로 줄어든 손님에, 손님이 가장 많은 한창 시간 때에 영업할 수도 없는 상황. 절반인 50명이 이용한다 쳐도, 매출은 5만 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는 삶의 터전을 할퀴었다. 수많은 자영업자가 닫히거나 빈 곳이 쉽게 눈에 띄는 삶의 자리에서 희미한 숨을 쉰다. 병원 내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코로나19는 '생존'의 문제로 연결됐다.
"오늘 아침, PC카페 사장님들끼리 만든 협회에 계신 한 분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상황 때문에)우울증으로…."
김재선 사장(41)이 인터뷰 도중 말했다. 서울 도봉동에 위치한 순수PC카페. 오전 11시 이곳에서 김 사장을 만났다. 내부는 한산했다. 학생들의 겨울방학 기간인 1월. 원래대로라면 좌석의 70~80%가 차있을 시간이라고 했다. 현재는 50%도 채 차지 않는다.
김 사장은 '숨통이 트일 수 있게'란 표현을 반복했다. 김 사장의 표현 속에서, 생존의 문제라는 현 상황이 생생히 다가왔다. 김 사장은 코로나19로 힘들어진 상황 속 PC카페 사장들이 모여서 만든 한국인터넷서비스협동조합에서 활동 중이다.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된 지 40일이 넘은 상황에서 또 다시 2주 연장. 영업은 재개했지만, 저녁 9시 이후엔 금지라는 제한이 걸렸다. 이에 코인노래방, 선술집 등의 사업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PC카페도 마찬가지다.
"저희는 24시간이라, 원래 저녁 8시부터 새벽2시까지가 손님이 가장 많아요. 그 시간 때에 나오는 매출이 전체의 60~70%를 차지하는데, 그 때에 영업을 못하게 되니 매출에 영향이 큽니다."
PC카페는 24시간 운영을 해야만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한국인터넷서비스협동조합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 사이 총매출의 50%가 발생한다.
김 사장은 매출이 전년 대비 3분의 1토막이 났다고 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PC카페의 경우 수도권 100대 매장을 기준으로 미운영 시 매월 평균 약 1500만 원이, 운영 시 2450~2800만 원의 고정지출이 발생한다.
"금전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대출만 벌써 6000여만 원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저번 달부터는 현금 서비스를 받아서 직원들 월급을 주고 있어요. 현재 고지서가 두 달 밀렸고, 전기가 끊긴다는 통지서가 날아온 상태입니다. 월세도 밀리고, 너무 힘든 상황이다 보니 건물주분들이 먼저 연락을 하셔서 임대료를 감면해주셨습니다"고 김 사장은 털어놨다.
'이 상태가 더 지속된다면 2~3개월 후 자영업자는 정말 못 살아남는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김 사장 역시 "2~3개월 후가 정말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 부가세를 한 달 유예 해줬어요. 그런데 다음 달 같은 경우에는 종합소득세가 나오고, 여기에 유예된 부가세를 내야 해서 감당 못 하시는 자영업자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물론 사업자가 부가세를 내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요즘 거의 다 카드 결제하시기 때문에 자영업자분들도 세금을 잘 내고 있고요. 그래도 부가세라도 좀 감면해주면 저희가 조금은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부의 방역방침을 잘 따랐지만, 어려움은 여전하다. '영업금지·제한' 등 방역방침은 코로나19 발생 초기와 달라지지 않았다.
김 사장은 "코로나가 근 1년 가까이 됐다. 코로나 발생 초창기에는 제한을 해서라도 막아야 하는 게 당연하고 맞다고 생각해서 방역방침에 따랐다. 그런데 1년이 지났는데도, 방역이 초창기에 했던 거랑 현재랑 바뀐 게 없다는 게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방역대책을 '자영업자들이 손님을 안 받으면 코로나 확산세를 막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니까 울분을 토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코로나가 장기화된 상황에서는 업장을 운영하게끔 하면서 다른 대책을 내준다든가 아예 문을 닫으면 일부 보상을 해준다든가 하는 정부 지원책이 필요한데, 그런 방안은 일절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선진국들은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더불어, 코로나로 인한 영업 제한 조치를 내릴 시 해당 업종에 그에 상응하는 현금 지급을 하는 대응을 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7일 긴급 사태 선포와 함께, 영업 제한 조치를 받은 식당업종에는 해당 기간 동안 하루에 6만 엔(63만 원)을 보상하기로 결정했다. 독일 역시 전면 봉쇄시 보상금 지급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리나라 역시 여야 모두 영업 제한에 따른 손실을 국가가 보상하도록 한 법안을 여러 건 제출했다.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 때 자영업자 손실보상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피해 산정 기준과 규모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종료될지 알 수 없어 재원 규모 예측이 어려운 점도 있다. 지원정책 시행 시기가 늦춰질수록, 자영업자의 한숨도 길어진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된 만큼, 업장을 닫는 게 아닌, 영업을 '안전하게' 할 새로운 대책도 필요하다. 김 사장은 현재처럼 확진자가 나온 후 업장을 방문하기보다는, 감염 위험성이 높은 시설에 공공근로자 등이 상주하는 등의 방안을 생각해 봤다고 설명했다.
"공공근로를 하시는 분들이 상주하시면서 감염되지 않도록 환경을 신경쓴다든가 하는 식으로 정부에서 다른 대책을 같이 해주면서 위험업종을 영업하면 부담도 덜하고, 이용하시는 시민 분들 입장에서도 신경을 써준단 생각을 하실 것 같아요. '어느 시설에 갔더니 정부에서 관리를 하고 있더라' 이런 식으로요. 영업 금지나 제한이 아니라 영업을 하면서도 방역을 하는 방안이요."
"확진자 분들이 왔다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자영업자분들은 그 이후 문제가 안 생기게 하려 최선의 노력을 다해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어요. 실제 확진자와 동시간대에 매장을 이용해서 감염되는 경우는 있어도 그 이후에는 방역을 더 철저히 합니다."
김 사장은 "코로나 사태가 해결된다고 해도, 기존에 이탈했던 손님들이 돌아오시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게 문제입니다. 바로 정상화되진 않을 거라는 게 힘든 부분이에요"라고 불안한 앞날을 걱정했다.
K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