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정신'에서 '터널의 끝'까지…국정운영의 방점은?
김당
dangk@kpinews.kr | 2021-01-12 11:29:05
2021년 국민∙경제∙코로나∙회복…2020년 국민∙경제∙평화∙수출
2019년 경제∙성장∙국민∙혁신…2018년 국민∙삶∙평화∙일자리
4년간 국민(152회)∙경제(90회)∙평화(51회)∙혁신(48회) 강조
'코로나'로부터의 '회복'.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사용한 핵심 키워드는 '코로나'(16회)와 '회복'(16회)이다.
두 단어는 지난해까지는 대통령 신년사에서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어휘들이다. 그만큼 지난해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민 경제와 일상에 미친 여파가 컸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1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이제 (코로나19) 터널의 끝이 보인다"며 "올해 우리는 온전히 일상을 회복하고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으로 새로운 시대의 선도국가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에게는 2022년에도 신년사를 할 기회가 있다. 하지만 내년 3월에 예정된 대통령선거 일정을 감안하면 올해가 사실상 마지막 신년사이다.
그런 점에서 2017년 취임사를 포함해 2018~2020년 동안의 연도별 신년사와 올해 신년사를 비교해 지난 4년 동안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의 방점이 어디에 찍혔는지를 살펴보았다.
우선 문 대통령의 취임사(2017. 5. 10)와 2018년부터 이번까지 4차례 신년사의 연설 분량을 비교하면 △2017년 667 단어 △2018년 1968 단어 △2019년 1907 단어 △2020년 2014 단어 △2021년 1834 단어였다.
가장 간결했던 취임사의 분량은 가장 긴 2020년 신년사의 1/3에 불과했다. 또 취임사를 제외한 신년사 중에서는 올해 신년사가 가장 분량이 짧아 지난해 취임사보다 180 단어가 적었다.
연설 분량이 줄어든 것은 문 대통령이 이번 신년사에서 코로나19 백신의 '전국민 무료 접종'을 약속하고, 주거 문제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했던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UPI뉴스는 연도별로 국정운영의 방점이 어디에 찍혔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신년사에 사용한 용어의 형태소 분석을 통해 5회 이상 사용한 단어의 빈도수를 분석해 '상위 5개 키워드'를 추려보았다. 취임사는 신년사에 비해 분량이 현저하게 적어 3회 이상 사용한 단어의 빈도수를 기준으로 해서 마찬가지로 '상위 5개 키워드'를 추렸다.
다만, '우리'처럼 1인칭 대명사이면서도 친밀감을 표시하는 간투사처럼 관용적으로 쓰는 단어여서 '상위 5개 키워드' 선정에서는 제외했다.
또한 신년사(취임사 포함)에 사용된 어휘의 형태소 분석을 통해 빈도수가 5회 이상인 단어를 추려서 '워드 클라우드'로 시각화했다.
[표]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 및 취임사의 빈도수 상위 5개 키워드
연도
2021년
2020년
2019년
2018년
2017년(취임사)
4년 합계(신년사)
1위(빈도수)
국민(34)
국민(33)
경제(35)
국민(61)
대통령(34)
국민(152)
2위(빈도수)
경제(29)
경제(17)
성장(29)
정부(27)
국민(26)
경제(90)
3위(빈도수)
국가(18)
평화(16)
국민(24)
삶(20)
대한민국(10)
정부(66)
4위(빈도수)
코로나(16)
수출(16)
혁신(21)
평화(16)
나라(10)
국가(55)
5위(빈도수)
회복(16)
노력(14)
국가(18)
일자리(14)
저(9)
평화(51)
연설 분량
1834 단어
2014 단어
1907 단어
1968 단어
667 단어
총 7723 단어
연도별로 보면, 2017년 취임사에서 가장 빈도수가 높은 단어는 뜻밖에도 '국민'(26회)이 아닌 '대통령'(34회)이었다. 이어서 '대한민국'(10회)과 '나라'(10회), 그리고 '저'(9회)의 순이었다.
이는 전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한 조기대선을 통해 취임한 대통령으로서 국민 앞에 자기를 '저'라고 낮추면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강조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2018년 대통령 취임 후 첫 신년사에서는 '국민'(61회)이란 단어를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했다. 그 뒤를 '정부'(27회)와 '삶'(20회)에 이어 '평화'(16회)와 '일자리'(14회) 순이었다.
문 대통령이 첫 신년사에서 '국민'의 '삶'과 '한반도'(10회)의 '평화'를 강조한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그해 1월 1일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향과 함께 평창올림픽 대표단 참가 의사를 밝힌 것에 호응한 것이다.
실제로 남북한은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박근혜 정부 시절 개성공단 폐쇄로 단절된 판문점 연락채널을 복구하고 대통령 특사단을 평양에 파견해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하게 된다. 또한 판문점 정상회담을 고리로 그해 6월 역사적인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도 개최되었다.
문 대통령의 첫 신년사는 "지난 일 년, 저는 평범함이 가장 위대하다는 것을 하루하루 느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 "평범한 삶이 민주주의를 키우고 평범한 삶이 더 좋아지는 한 해를 만들어보겠다"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문 대통령은 '촛불'(9회)을 든 평범한 국민을 언급하며 촛불정신의 제도화와 '개헌'(6회)을 '약속'(5회)했다. 또한 신년사에서 취임 후 첫 현장 방문지였던 인천공항공사에서 비정규직 1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청년들의 '정규직'(5회) '일자리'(14회)를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와 저의 목표는 국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고,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라며 "그것이 바로 나라다운 나라다"라고 강조했다.
첫 신년사에는 다소 생경한 '할머니'(5회)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바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다. 문 대통령은 "저는 지난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청와대로 모셨다"면서 "정부는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해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의 해인 2019년 신년사에서 가장 빈도수가 높은 키워드는 '국민'(24)이 아니라 '경제'(35회)와 '성장'(29회)이었다. 집권 3년차를 맞이해 그 어느 해보다도 경제 성과를 거두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 다음은 '혁신'(21)과 '국가'(18회), '정부'(17회) 순이었다. 특히 2019년 신년사에는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6회)까지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약속을 많이 한 것이 눈에 띈다.
그해 2월 말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이어서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한반도'(6회)의 '평화'(13회)가 강조되었다. 사회적으로 이른바 '갑질'이 논란이 된 가운데 '공정'(10)과 '포용'(9) 경제도 강조되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라는 뜻깊은 해를 맞이해 그 어느 해보다도 '경제 성장'을 더 강조하며 더 많은 장미빛 약속을 했지만, 돌이켜보면 나라 안팎에서 가장 큰 갈등과 시련을 겪은 해이기도 하다.
지지층의 분열과 중도층의 이탈을 불러온 이른바 '조국 사태'와 한일 갈등과 무역분쟁 등이 2019년 7~8월부터 시작된 것이 대표적이다. 그보다 앞서 기대를 모았던 하노이 북미회담이 '노딜'로 끝남에 따라 남북관계도 더 이상의 진전이 어렵게 되었다.
집권 4년차를 맞이한 2020년의 신년사는 역대 신년사 중에서 분량(2014 단어)이 가장 길었으나 길이에 비해 이렇다할 키워드는 눈에 띄지 않았다.
빈도수가 가장 높은 단어는 '국민'(33회), '경제'(17회), '평화'(16회), '수출'(16회) '노력'(14회) 순이었다. 그 다음으로 빈도수가 높은 단어가 '지난해'(13회)인 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지난해'의 북미 관계의 교착과 대일 무역분쟁에도 불구하고 '평화'와 '수출'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남북'(12회), '협력'(12), '기업'(11회), '변화'(11회), '강화'(10회) 순이었다.
사실상 마지막 신년사에 해당하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빈도수가 높은 단어는 전년과 마찬가지로 '국민'(34회)과 '경제'(29회)다. 다만 예년과 달리 올해는 그 다음으로 '코로나'(16회)와 '회복'(16회)이 키워드로 등장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그 다음 빈도수가 높은 단어는 '지난해'(12회)였다. 2019년 북미 관계의 교착과 대일 무역분쟁에도 불구하고 2020년에 '평화'와 '수출'을 위해 '노력'하겠다던 공약 역시 '지난해' 엄습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정지된 탓이다.
문 대통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판 '뉴딜'(11회)을 앞세워 '고용'(11회) '위기'(11회)를 극복하고 '올해'(7회)를 '포용'(6회)과 '도약'(7회)의 해로 만들자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4번의 신년사를 종합하면 문 대통령이 연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국민'(152회)과 '경제'(90회)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은 '정부'(66회), '국가'(55회), '평화'(51회), '혁신'(48회) 순이었다.
문 대통령이 지난 4년 동안 신년사에서 했던 대국민 약속이 잘 지켜졌는지 그 판단은 이제 국민의 몫이 되었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