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왜 지금인가…서울시장 출마선언 타이밍의 정치학
남궁소정
ngsj@kpinews.kr | 2020-12-22 13:54:32
서울시장 적합도 조사, 安 17.4%…나경원 누르고 1위
"기막힌 타이밍·적절한 워딩…野 당황한 기색 역력"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를 100여일 앞두고 출사표를 던지면서 보수 진영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안 대표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겠다"라고 언급하면서 여야 셈범이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안 대표의 출마 선언에는 '왜 지금인가'라는 의문이 따라 붙는다. 여러 차례 오로지 2022년 대선 출마 뜻을 고수했던 그다. "서울시장 선거는 절대 안 나간다"라고 했던 안 대표가 지난 20일 돌연 이 시점에 입장을 선회한 이유는 무엇인가.
안 대표의 출마선언을 두고 22일 전문가들은 "최적의 타이밍이었다"라고 입을 모았다. 우선, 3석의 의석수, 한자릿수 차기 대선 지지율이라는 안 대표의 불리한 처지를 반전시키면서 야권 전체를 리드하는 이미지를 챙길 수 있는 시기라는 것이다.
내년 4월 임기가 끝나는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보다 한 발 앞서 당장 눈 앞에 있는 보궐선거 이슈를 선점해야 야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지도자로 부각되며 야권 재편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 안 대표는 대선을 겨냥해 내놓았던 '야권혁신 플랫폼'에 이어 이번 출마선언에서도 '야권 단일화'를 거론했다. 지난 21일에는 "다음 서울시 집행부는 '범야권 연립 지방정부'가 돼야 한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내에선 벌써 단일후보 선출 방식이 쟁점으로 떠오르는 등 정치권의 관심은 안 대표의 입에 쏠렸다. 사실상 선거 체제로의 국면전환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 당직자 출신 한 인사는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치는 '타이밍'과 '워딩'인데, 안 대표가 기막힌 타이밍에 적절한 워딩을 썼다"라며 "국민의힘도 대선주자급 인사를 서울시장 필승카드로 출격시키려고 했는데 안 대표가 선방을 날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곤란한 건 안 대표에 싸늘한 김종인 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이 끝까지 안 대표를 반대해 단일화에 실패하거나 내홍이 불거지면 또 다시 위기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
여기에 연말·연초에는 각종 여론조사가 쏟아진다는 점도 안 대표가 출마선언 시기를 잡는 이유였을 것으로 보인다. 보통 25일 전후에 여론조사가 시작된다. 안 대표는 차기 서울시장과 대선주자 후보 명단에 각각 이름을 올려 민심을 파악할 수 있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다수의 서울시장 여론조사 구도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 포함되고 여론의 관심이 집중될수록 자연스레 몸값도 상승한다. 실제 이날 발표된 서울시장 후보별 적합도 조사(한길리서치·쿠키뉴스, 19~20일, 800명)를 보면 야권에서 안 대표는 17.4%로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과 격차는 1.1%p로 오차범위(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안이었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길리서치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코로나19 '3차 대유행' 본격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경제 침체, 부동산값 폭등 등이 당면 과제로 떠오른 시기라는 점도 안 대표에겐 유리한 국면이다. '의사 안철수', '성공한 벤처사업가'라는 경쟁력을 최대한 부각할 수 있는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치는 명분이다. 자기 것을 포기하고 대의를 향해 갈 때 유권자들은 지지한다"라며 "안 대표는 전혀 어색하지 않은 명분과 대선 포기 결심으로 출마를 선언했다"라고 평가했다.
출마 선언으로 안 대표가 잃을 것이 없다는 것도 중요한 계산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서울시장 임기는 4년이 아닌 2022년 6월까지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잔여 임기 1년 2개월여를 채우면 된다. 2022년 3월엔 대선이 있고, 6월엔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있다. 선거가 많으니 당선된 이후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 있고, 당선되지 않아도 몸값을 올려 당권을 잡아 '차차기 대선'을 노릴 수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안 대표는 현재 변동성이 많은 야권 전체 판을 보고, 승패를 떠나 단기적으론 서울시장, 중·장기적으론 국민의힘을 흡수하는 등 야권 재편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해 전략적 출마를 선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형준 교수는 "야당이 관심도 받고 지지를 받으려면 덧셈 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라며 "유권자들은 1년 짜리 서울시장에게 그 사람의 능력을 기대하지 않는다. 시대의 흐름을 평가한다. 야당이 단일화를 꾀하고 여당의 독주를 제어하는 흐름 속에서 안 대표 출마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K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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