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 2개월 윤석열, 제자리 돌아와 칼 휘두를 수 있을까
김광호
khk@kpinews.kr | 2020-12-16 16:37:38
정직 이후 공수처 수사 대상 되면 또 다른 2라운드
윤석열 검찰총장이 결국 징계 받았다. 16일 새벽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17시간 30분 마라톤 회의 끝에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윤 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을 결정했다.
'정직'은 중징계다. 그러나 '2개월 정직'은 예상보다 약한 결정이다. "윤석열 찍어내기"라는, 세간의 관점으로 보면 오히려 경징계로 느껴질 정도다. 두 달 뒤면 자리로 돌아와 남은 임기를 채울 수 있다. 특유의 기질대로, 하던대로 문재인 정권을 향해 더 맹렬하게 칼을 휘두르면 어쩔 것인가. 변호사 J는 "해임 결정을 했어야지"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윤 총장의 여섯 혐의중 '판사사찰'을 가장 심각한 범법 행위로 봤다.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했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왜 스스로 제시한 징계안 중 가장 약한 '정직 2개월'을 선택한 것인가. 법리적 판단인가, 정치적 결정인가. 징계위 직전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정직 3∼6개월 전망이 우세했다.
법조계 한 인사는 "법리적 판단으로만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 총장 법률대리인 이완규 변호사는 "이미 (결과를) 정해놓고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의심했다. 물론 결론을 정해놓고 심의를 진행했을리 없다. 그러나 징계 수위에 대한 이심전심의 컨센서스는 있었을 것이란 추정은 가능한 얘기다.
우선 해임이나 사실상 해임인 정직 6개월로 가기엔 법리적으로 무리라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징계위 심의 과정을 둘러싸고 절차적 공정성에 여러 문제가 제기됐고, 법무부 감찰위원회와 법원마저 윤 총장 손을 들어준 터다.
이런 마당에 윤 총장을 무리하게 찍어내는 것으로 비칠 경우 정권이 거센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미 여권 안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갈등이 정권 지지율을 깎아먹고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감봉, 견책 등 경징계는 애초 선택지가 아니었다. "그럴 거면 뭣하러 그 난리를 친 거냐", "애초 무리한 징계 청구였던 거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해 이 역시 역풍을 부를 게 뻔하다.
결국 윤석열 찍어내기 징계라는 인상을 희석하면서 윤 총장이 제기할 행정소송에도 대비하려 절충점을 찾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중론이다. 총장 직무를 두 달만이라도 중지시켜 원전 수사 등 정권에 부담이 되는 검찰 수사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노림수도 깔렸을 거란 분석도 있다.
소송 대비 포석으로 '약한 중징계'를 결정했을 것이란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 2개월 정직은 법원이 강조한 '회복할 수 없는 손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조미연)는 지난 1일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윤 총장이 추 장관을 상대로 낸, '직무집행정지 명령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결론적으로 징계위의 결정은 정치적 후폭풍은 줄이면서 윤 총장의 운신 폭을 좁히는 절충적 선택을 한 것이란 평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징계위의 이번 결정이 청와대나 법무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무적인 판단이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윤 총장에 대한 해임이나 면직을 밀어붙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추-윤 갈등 이후 문 대통령에게 등돌린 일부 지지층을 되돌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두 달 뒤다. 윤 총장은 원위치해 특유의 기질대로 살아있는 정권에 칼을 들이댈 것인가.
그러기는 어려울 듯하다. 윤 총장이 복귀하면 남은 임기는 다섯달 남짓. 한 법조계 인사는 "두 달 뒤 복귀해도 이전과는 다를 것이다. 레임덕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내년초 출범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대상 1호가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윤 총장의 직무가 다시 정지될 공산이 크고, 임기 종료 때까지 '식물총장'으로 전락하게 된다. 국민의힘도 여당이 징계위를 통해 윤 총장의 손과 발을 묶은 뒤, 공수처를 통해 윤 총장을 수사하는 시나리오라고 예상했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과 추 장관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게 됐다. 윤 총장의 남은 임기는 지켜주면서, 정부를 겨냥한 칼날은 무디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윤 총장 측은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징계위의 결정이 나오자마자 즉각 징계권자인 문 대통령을 상대로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징계수위가 높지 않아 법원의 벽을 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일각에선 이번 징계로 대규모 '검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한다. 그러나 검찰 조직 내부에선 이미 관련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뚜렷한 집단 행동은 꺼리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사들이 이번 사태로 집단 사표 등의 단체 행동을 하진 않을 것이다. 사표로 되는 건 없다는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도 출범하고 '삐딱한 윤 총장'의 손발을 묶었다고 해서 검찰개혁이 순조로울지는 미지수다. 이종훈 평론가는 "현재 상황에서는 윤석열 측에 불리하지만 윤 총장이 소송을 통해 징계위가 인정한 4가지 혐의가 부당함을 입증한다면 윤 총장이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검찰 조직이 더욱 결집할 가능성이 커 검찰개혁에도 난관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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