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톺아보기] 13. 또다시 '백두산 정신' 강조하는 까닭
김당
dangk@kpinews.kr | 2020-12-03 17:32:09
'정면돌파전'의 '백두산 공격정신' 연결시켜 '80일전투' 독려
코로나 봉쇄로 물가급등…올해 '백두산대학' 독려는 자멸행위
"백두의 혁명정신, 백두의 칼바람 정신은 부닥치는 애로와 난관을 맞받아 뚫고 나가는 완강한 공격정신이며 백번 쓰러지면 백번 다시 일어나 끝까지 싸우는 견결한 투쟁정신입니다."(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
북한의 관영매체들이 김정은 위원장의 백두산 군마행군 1주년에 맞춰 다시 '백두산 정신'을 강조하고 나섰다. 또한 지난해 12월 김정은 위원장이 백두산 혁명전적지를 군마로 행군한 이후, "혁명의 지휘성원은 백두산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그의 지침에 따라 '백두산대학'에 입소한 인원은 1900여개 단체 8만4천여명이라는 수치도 제시했다.
지난 1년 동안 백두산 혁명 전적지를 10여일 동안 도보로 답사행군하는 일종의 체험 현장학습인 '백두산대학'에 입소한 단체와 인원 수가 공개되기는 처음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1면에 '오늘의 총진군은 전인민적인 애국투쟁'이란 논설을 싣고 80일전투에 대해 "전체 인민의 애국적 열정의 거세찬 분출이자 우리 조국의 진군속도다"라고 강조한 가운데 2면 전체를 '백두산 정신' 관련 기사와 사진으로 채웠다.
신문은 이날 논설에서 "부닥치는 도전과 난관을 정면돌파하며 부강번영할 조국의 내일을 앞당겨 오기 위한 오늘의 80일전투는 전체 인민의 자각적 열의와 도덕적 책임감을 추동력으로 하여 다그쳐지는 애국적 진군이다"라고 80일전투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2면에 △위대한 백두영장 따라 성스러운 행군길 끝까지 가리 △굴함 없는 공격정신으로 △백두의 혁명전통을 빛나게 계승해 나갈 철석의 의지 △백두산지구를 혁명전통교양의 거점으로 훌륭히 꾸리기 위한 사업 활발히 진행 등 4건의 기사를 실어 80일전투의 애국적 진군을 백두산 정신과 결부시켜 역설했다.
노동신문의 '기사 쓰기 공식'은 기사의 핵심 내용을 기술한 리드문 다음에 최고지도자의 '말씀'을 인용해 다시 한번 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위대한 백두영장 따라 성스러운 행군길 끝까지 가리'에서도 지난해 12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과 군의 간부들과 함께 백두산 군마행군을 하면서 남긴 '백두산 공격정신' 관련 어록을 이렇게 인용했다.
"백두의 혁명전통을 영원히 고수하고 그 위대한 전통에 기초한 불굴의 공격정신, 백두산 공격정신으로 혁명의 난국을 타개하고 개척로를 열어 제끼자는 것은 우리 당의 결심이며 확고한 의지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돼 유엔의 제재 압박이 계속되자 그해 12월 당중앙위원회 7기 5차 전원회의에서 이른바 '정면돌파전'을 선언했다. 제재의 장기화에 대비해 대미 장기전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김정은은 그해 12월 간부들과 함께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를 군마 행군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함으로써 '백두산 항일빨치산 공격정신'으로 미국의 제재를 정면돌파 하겠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선포했다.
이날 노동신문은 그때 김정은의 모습을 이렇게 되새겼다.
"몸소 준마를 타시고 백두대지를 힘차게 달리시면서 뜨거운 선혈로 조선혁명사의 첫 페이지를 쓴 빨치산의 피 어린 역사를 자신께서 먼저 안아보시였고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 보존관리사업과 답사실태를 요해하시며 혁명전통교양을 더욱 높은 수준에서 강화하기 위한 방도들을 전면적으로 밝혀주신 경애하는 원수님의 그 거룩한 영상을 인민은 영원히 잊지 못한다."
김정은이 몸소 준마를 타고 시연한 군마행군을 통해 "혁명의 지휘성원은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답사에 솔선 참가하여 '백두산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한 마디에 따라 당선전 일꾼들이 먼저 혁명전적지 답사행군길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전국의 당사업 부문 일꾼들이 백두의 칼바람을 헤치며 백두산지를 도보로 답사했다.
신문 보도처럼 "백두대지에 따뜻하고 좋은 날도 있건만 귀뿌리를 도려내는 듯한 혹한이 기승을 부리는 때에 '백두산대학'의 문을 연" 것도 '백두산 공격정신'에 대한 김정은의 이런 '가르침 덕분'이다.
"겨울철에 답사를 하여야 백두의 칼바람 맛이 어떤가 하는 것을 알 수 있고 그 추위가 얼마나 혁명열을 더해주는가 하는 것을 체험할 수 있으며 항일혁명선열들이 지녔던 강인성, 투쟁성, 혁명성이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을 배울 수 있다. 한겨울에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를 답사하면서 생눈길도 헤쳐보고 손발이 시리고 귀뿌리를 도려내는 듯한 추위도 느껴봐야 한다."
신문에 따르면 김정은의 이런 말씀은 '백두산대학'의 '교수안(案)'과 '강의안'이 되어 "온 나라가 한겨울의 백두산에서 빨치산 정신, 백두산 공격정신을 온넋으로 체득하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겨울의 백두산에서 빨치산 정신, 백두산 공격정신을 온넋으로 체득한' 백두산대학 졸업생은 얼마나 될까? 신문은 그에 대해서도 통계 수치를 제시했다.
"최고 영도자동지께서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에 역사에 길이 전할 불멸의 자욱을 아로새기신 후(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전국적으로 1900여개 단체에 8만4천여명의 인민들과 인민군 장병들, 청소년학생들이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를 답사하였다."
대외 선전매체 〈조선의오늘〉도 이날 "최고영도자 김정은원수님께서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들에 대한 역사적인 군마행군을 단행하신 때로부터 1년이 되었다"면서 "지난 1년간 공화국에서는 1900여개의 단체에 8만4000여명의 일군들과 근로자들, 인민군장병들, 청년학생들이 혹한과 칼바람속에서도 혁명열, 투쟁열로 심장의 피를 끓이며 답사행군길을 다그쳐 혁명의 성산 백두산에 올랐으며 항일의 전구마다에서 혁명선열들의 백절불굴의 투쟁정신을 한생의 귀중한 재부로 더욱 깊이 새겨 안았다"면서 사진들과 함께 보도했다.
김정은이 백두산 혁명전적지를 준마 타고 다녀간 뒤로 전국 1900여 단체 8만4천여명이 도보로 같은 길을 답사하면서 "혁명전통을 뼛속 깊이 새기고 항일선열들의 투철한 수령결사옹위 정신과 열화 같은 조국애, 폭풍에도 굽힘 없는 필승의 신념과 의지, 혁명적 낙관주의로 더욱 철저히 무장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또한 "백두산 공격정신은 우리 원수님의 사상과 영도, 풍모의 위대성을 특징짓는 징표의 하나다"라면서 "백두산 공격정신을 삶과 투쟁의 진리로 여기고 뼈와 살로 간직한 사람만이 오늘의 총공격전에서 영예로운 승리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이어 "시련 속에서 주저앉지 않고 억세게 일떠서 광명한 미래를 앞당기기 위하여 굴함없이 투쟁하는 것, 바로 이것이 백두의 혁명정신으로 살며 투쟁하는 인민의 혁명적 기상"이라며 "모두 다 최고영도자동지께서 헤치신 백두의 준마행군길에 심장의 박동을 맞추며 굴함 없는 공격정신으로 억세게 진군해 나가자"고 역설했다.
그렇다면 올해도 12월부터 '혁명 지휘성원들의 백두산대학 입소'가 이어질까?
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방역이 초특급 단계로 높여진 데다가 수도당원사단까지 수해복구건설전투에 동원된 가운데 전국 각지에서 80일전투를 벌이는 상황이어서 더 이상의 노력동원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관영매체들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29일 "해안연선 지역들에서 바다 출입 질서를 더욱 엄격히 세우고 바다 오물들을 제때 수거, 처리하고 있다"고 밝혀 해안지역 출입 통제는 물론 수입 물자들에 대한 방역도 더욱 강화하는 양상이다.
북한의 초특급 단계는 북한 방역 3단계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육지와 바다, 영공 등 모든 공간을 봉쇄하고 모임과 학업 등을 중지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탈북민 출신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지난 시기에는 해안연선 지대를 봉쇄한다고 해도 국경경비대만 지킬 때는 부분적으로 밀수가 가능했다"면서 "그런데 최근 평안도와 자강도 일대에 특수작전군인 폭풍군단(제11군단)까지 동원해 국경경비를 시켜 밀수 자체가 완전히 봉쇄되었다"고 말했다.
조 소장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경 봉쇄로 인해 식용유와 밀가루, 설탕, 맛내기(조미료) 등 수입 식료품들의 가격이 11월 들어 급등했는데, 특히 설탕 가격 급등이 두드러져 11월 30일 기준 혜산과 신의주는 1kg당 5~6만원, 평성과 평양은 3~4만원까지 치솟았고 식용유도 세 배 상승했다.
조 소장은 특히 "올해 연초부터 코로나19 때문에 국경을 봉쇄한 가운데 유엔의 제재로 인한 무역봉쇄까지 누적돼 생필품이 바닥이 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쌀값도 1kg당 5천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올랐고 돼지고기와 콩 등 주요 식품들의 가격도 들썩거리는 등 생필품 급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백두산 답사행군은 출발지가 어디냐에 따라 일정이 달라지지만, 평양에서 기차가 정상적으로 운행해 혜산에 도착하는 데만도 꼬박 24시간(이틀)이 걸린다. 거기서 삼지연을 거쳐 도보로 백두산 혁명전적지를 행군하고, 보천보전투 등 혁명유적지와 혜산의 혁명사적지를 둘러보게 되면 통상 보름은 걸린다고 한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경 봉쇄조치를 더욱 옥죄면서 경제 전반에 위험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판국에 인민을 '백두산대학에 가라'고 내모는 것은 자멸 행위라는 진단이다.
즉, 80일전투를 독려하기 위해 다시 '백두산 공격정신'을 강조할 뿐이지, 대북제재·코로나19·수해복구전투의 '3중악재'를 겪는 인민에게 '백두산대학 입학'을 독려하진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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