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승 이끈 '원화강세'…"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듯"

강혜영

khy@kpinews.kr | 2020-11-25 15:39:31

백신 보급·미국 부양책 기대감에 달러 약세…"내년 상반기 1050원"
국내외 코로나 재확산·정부 구두 개입 등 원화 강세 단기적 제동 요인
"최근 환율 '균형환율' 수준 하회" vs "장기 평균으로 보면 적정 수준"

원화 강세가 지속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증시 '사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는 외국인 자금 유입에 힘입어 역대 최고점도 갈아치웠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예고한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이 공식화되면서 최근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지속하고 있다. 중국 경기 반등 영향으로 강세를 기록하고 있는 위안화와 원화 간의 연동 효과, 한국 수출 개선세 등도 원·달러 환율 하락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외 코로나19 재확산과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강화 등은 단기적으로 원화 강세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올해 연말은 물론 내년 상반기까지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달러당 1050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3.80원 내린 1108.90원을 나타내고 있다. [뉴시스]


"내년 상반기까지 달러 약세 흐름 이어질 듯"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3.8원 내린 달러당 1108.9원로 마감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마무리돼 추가 부양책이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모아지고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가시화되면서 최근 원·달러 환율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9월 초와 비교해서는 100원 가까이 하락해 달러당 1100원 선도 위협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백신 보급이 거의 임박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달러 약세가 심화하고 주식 랠리가 이어지는 등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이 공식화하면서 추가 부양책 통과와 통화정책 완화 기조 유지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달러 약세 흐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수출이 개선세를 나타내는 등 한국 경기 펀더멘털이 나아진 점 역시 원화 강세를 이끄는 요인이다. 10월 일평균 수출은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 전환한 이후 11월 1~10일까지 수출도 20.1% 증가했다.

원화와 위안화 간의 동조 현상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중국 경기가 여타 선진국 대비 상대적으로 빠르게 개선되면서 위안화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높은 대중국 수출 의존도 등으로 인해 최근 위안화와 원화 간의 연동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달러가 약세가 연말을 넘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선임연구원은 "달러 약세와 한국 및 중국 경제의 상대적인 경기 펀더맨털 개선 등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 하락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할 것으로 보이며 하단은 1090원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박상현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원·달러 하단을 1050원으로 제시했다.

국내외 코로나 재확산, 정부 개입에는 환율 '잠시 주춤'

달러 약세 흐름은 코로나19의 국내외 확산 등으로 단기적으로는 약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신 보급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지만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 악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내년 1분기 미국 GDP 성장률이 -1%의 역성장하면서 더블딥(Double Dip)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신규 확진자 수도 최근 300명 대를 기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2단계로 격상된 것 역시 원화 강세 분위기를 다소 누그러트릴 수 있는 변수다. 

박상현 연구원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 급증에도 불구하고 백신 보급이 현실화하고 있어 경제적 충격은 1차 팬데믹 당시와는 달리 제 한적일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고 달러화 역시 약세 흐름이 주춤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규연 선임연구원은 "백신 개발 소식이 강해지면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단기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더 많이 부각되면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속도 조절용 시장 개입 강화 등도 단기적으로는 약세 흐름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은 환율 하락세와 관련해 강한 구두개입을 했다. 

환율 하락, 수출엔 악재?..."균형환율 달러당 1100원" 분석도

달러 약세는 외국인 매수세를 견인한다는 점에서 한국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지만 수출 기업 경쟁력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한국무역협회가 주요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출 시 최적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정 환율'은 달러당 1167원, 수출 시 손익분기점 환율은 달러당 1133원으로 집계됐다. 

무협은 "최근 원화 환율은 수출기업들의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수준이고, 이 추세가 지속되면 기업들의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중장기적으로 수출가격 경쟁력 및 시장점유율 확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환율이 대내균형과 대외균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환율 수준인 '균형환율(Equilibrium rate of exchange)' 밑으로 떨어졌다고 진단한다. 균형환율은 한 나라의 경제 상황에 적합한 적정한 환율 수준으로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으며 국제수지의 균형을 가져오는 환율을 의미한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현재의 1100원 대 환율은 수출에 큰 손해가 없는 수준인 균형환율을 하회하는 것이라고 본다"면서 "실물경제가 회복이 안 된 상태에서 경기 펀더멘털을 반영했다기보다는 실물 경제와 금융 시장 괴리로 인해 환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장기 평균과 비교했을 때 현재의 환율은 적정 수준이며 수출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20일 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과 원화 실질실효환율의 상관관계에 따르면 달러당 1100원이 실질실효환율 기준 장기평균과 일치한다"면서 "한국과 주변국들의 경제 여건과 교역 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균형을 이루는 이론적인 적정 수준이 달러당 1100원이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박상현 연구원도 "2010년 이후 10여 년간 원·달러 환율 평균치가 달러당 1100원 초반이었다는 측면에서 볼 때 지금 환율은 적정한 수준"이라며 "원·달러 환율만 하락하는 게 아니라 위안화, 엔화 등 경쟁 통화의 동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수출 경쟁력에 미치는 악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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