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아시아나 품는다…3자 연합⋅노조 반발 변수
김이현
kyh@kpinews.kr | 2020-11-16 15:39:27
양사 직원들 구조조정 우려…노조 "원점 재논의" 촉구
"인수 과정서 파열음 최소화⋅항공 업황 회복이 관건"
국내 1, 2위 항공사가 '한 지붕' 아래 놓인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빅 딜'이 추진된다. 산업은행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산업의 재편을 위해 자금을 수혈하고, 연내 인수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두 항공사가 합쳐진다면 세계 10위권의 수준의 위상과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구조조정을 우려한 노조의 반발, 아시아나의 막대한 부채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진칼 최대주주인 '3자 연합'이 인수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16일 정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골자로 한진칼과 80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당초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 간 인수 협상이 불발되자 '플랜 B'를 가동시켜 경영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 유상증자 통해 1조8000억 원 인수 대금 마련
산은은 우선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5000억 원을 투입하고, 3000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한진칼을 지원한다. 이후 한진칼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대한항공의 유상증자(2조5000억 원)에 참여한다. 이를 통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신주(1조5000억 원) 및 영구채(3000억원)로 총 1조8000억 원을 투입한다.
인수가 확정되면 한진그룹의 항공사 지배구조는 '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의 자회사이자 한진칼의 손자회사가 된다. 대한항공은 노선망, 항공기, 공급규모 등 주요 지표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직원들 "구조조정 불안"…아시아나 부채 ↑
하지만 각 항공사 직원들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업황이 침체된 상황에서 회사별 업무가 중첩되는 경우,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에 근무하는 직원 A 씨는 "코로나19가 종식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정부 지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의미없는 덩치키우기가 될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지상직 한 직원은 "내부에서는 당연히 구조조정이 있을 거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질문에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며 "양사 중복 인력은 600~1000명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한진가의 확약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고용 불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이미 아시아나항공은 8개월 가까이 임원 월급을 반납하고, 직원 최소 15일 이상의 무급휴직을 운영 중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국제선 노선 110개 중 30% 수준인 33개만 운항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국제선 100개 중 26개만 운항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면서 화물 운송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객 수요 회복은 시기를 가늠할 수 없다. 또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지난 6월 기준 2291%에 달한다. 자본잠식률이 56% 수준이다. 향후 정상화를 위해 수조 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할 수도 있다.
경영권 캐스팅보트 쥔 산은…"일방적 편 안 들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3자 연합'의 움직임도 변수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등으로 구성된 3자 연합은 아시아나 인수를 반대하고 있다. 한진칼 지분율 측면에서 3자 연합(46.71%)이 조원태 회장 측(41.14%)보다 더 높지만, 산은이 이번 지원으로 한진칼 지분 10.6%를 확보하면 경영권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
최대현 부행장은 "현 경영진에 일방적으로 우호적인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며 "3자 연합 및 기타 주주와도 의견을 같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은은 인수가 원활히 이행될 수 있도록 경영평가위원회, 윤리경영위원회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3자 연합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 절차 자체가 정관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만큼,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사 노조 "노사정 협의체 구성해 원점 재논의"
양사 노동조합도 반대하고 나섰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대한항공 직원 연대지부 등은 이날 공동입장문을 내고 "노동자들의 의견을 배제한 채 산업은행과 정부, 한진칼 간에 결정된 인수합병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전세계 항공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신규 노선 개척이나 항공서비스의 질적 제고에 여유 인력을 투입한다는 목표는 현실성이 없다"며 "동종업계가 인수하면 중복인력으로 인한 고용불안이 불가피하다.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 작업이 진행되고 실제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올 것"이라면서도 "정부와 산은이 주도적으로 나선 만큼 합쳐질 가능성에 무게를 더 둔다"고 평가했다. 이어 "관건은 구조조정 따른 갈등을 어떻게 최소화하고, 항공업계 전반의 상황이 보다 빠르게 회복할지 여부"라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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