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불패'는 없다…지금 '영끌'도 잘못된 판단"
김이현
kyh@kpinews.kr | 2020-11-05 16:40:37
"투자 수요 줄고, 매물 나오는 내년부터 집값 하락"
"주택공급 정책 효과없어…임대인 책임 강화해야"
"강남 집값이 계속 오른다는 건 미신에 가깝다."
막연한 '부동산 신화'를 향한 촌철살인이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위원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집값이 내려가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과 수도권 집값 상승세를 이끌었던 투자 수요가 줄어들고, 시장에 매물이 나올 것이란 얘기다.
냉철한 '분석'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 연구위원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한 과거 '집값 버블' 사례에서 공급량의 변화에 주목했다. 단순한 아파트 물량이 아니라 시장에서 유통되는 투자자와 다주택자들의 매물 흐름을 통해 '집값이 왜 올랐는지'를 추론한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영끌' 행렬은 판단 미스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미 최고점에 올라 있는 집값을 무리해서 사는 건 '남 좋은 일'일 뿐이라는 얘기다. 그는 "만약 주식이 2배 올랐다면 사지 않을 텐데, 집이라는 특성 때문에 혼동하고 있다. 열심히 돈 벌고 대출받아서 먼저 투자한 이들이 '엑시트(Exit·탈출)'하는 데 돈을 대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집값이 폭등한 원인으로는 부동산 정책을 꼽았다. 이 연구위원은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제가 결정적 원인이었고, 최근 전셋값 상승도 임대차 3법 영향"이라고 말했다. 당장의 주택공급 정책은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도록 하는 것인데, 거꾸로 주택임대사업자에게 온갖 혜택을 몰아줘 집을 더 사게 만든 '청개구리 정책'을 집값 폭등의 주범으로 지목한 것이다.
아울러 "가중돼 온 정책이 어느 순간 한꺼번에 발현되는 시기가 온다"며 "과거에도 그랬듯 시장의 변화가 확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억 단위로 올랐던 집값은 그만큼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무리한 구매가 오히려 패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정부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전세 대책'도 언급했다. 그는 "전셋값이 오를수록 임대인의 부담도 강화돼야 한다"며 "집값의 70% 이상 전세금을 받을 때는 집주인이 보험에 가입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돈을 받은 만큼 의무를 지면서, 갭투자도 방지하자는 취지다.
—시장엔 강남 집값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깊은데, "강남불패는 없다"?
"우선 강남 집값이 하락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2006년 강남 한 아파트 단지가 7억 원 후반에서 그해 11월에 12억 원으로 올랐다. 이후 2010년에도 등락을 반복했고, 2013년에는 7억 원 이하로 다시 내려갔다. 최근까지 강남 집값의 데이터를 봐도 변동성과 하락폭이 크다. 계속 오른다는 건 미신에 가깝다. 특히 강남 아파트는 투자한 사람의 비율이 훨씬 높다. 올 상반기 기준 강남4구 갭투자 비율이 73% 정도다. 내 집으로 사는 사람밖에 없으면 집값이 잘 안 빠진다. 근데 투자 목적으로 집을 보유하면 규제 강화나 경기 불황 등에 따라 당연히 하락할 수 있고, 변동폭과 변화도 크다."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정의하기 어려운 문제다. 과도한 대출이나 무리한 수준으로 레버리지(leverage·부채) 비율을 높여서 집을 산다면 투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30·40세대들이 하는 '영끌'은 투기다. 본인이 감내할 만한 수준으로 집을 매입하고, 적정한 시점에 매매하는 게 투자다."
—정부가 출범 직후 권장했던 등록임대주택 제도가 집값 상승에 큰 영향을 끼쳤나
"결정적인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임대사업자 등록제 이후 유통 물량이 많이 감소했다. 시장에 물건은 없는데 사려는 사람이 있으니까 집값은 당연히 상승한다. 정책적인 원인이 일종의 트리거가 됐다. 이제야 임대사업 등록제를 폐지했는데, 시장 변동 원리를 정확하게 알았다면 이런 정책을 쓰지 않았을 거다."
—집값 하락 시기는 언제쯤으로 전망하나
"내년부터 시작한다고 본다. 이미 투자수요는 감소하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건 취득세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세금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았다. 양도세는 이익에 기반한 세금이기 때문이다. 근데 취득세는 진입장벽부터 높다.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2주택은 취득세 8%를 내야 한다. 투자한 사람은 무조건 집 한 채 말고 두 채를 사야 하는데, 집값 폭등 시기에 한 채를 산 사람은 돈을 못 벌었다. 팔지도 못하고 이사도 못 가니까. 이제 한 채를 더 사기에도 힘든 구조다. 그래서 한 채를 더 살 수 있는 비규제지역이 오르는 거다. 대표적으로 울산, 부산이다. 취득세를 조금만 내니 무서워하지 않는다.
또 내년 6월부터 양도세와 종부세가 오르고, 등록임대사업자 제도 폐지로 기간이 만료되는 물건들이 나온다. 무엇보다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 그러면 투자자들이 집을 가지고 있는 의미가 없다. 매물이 증가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얼마나 떨어질지 예측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가격이 10~20% 정도밖에 안 빠지는데 거래량이 회복되면 그게 최대한 빠진 거고, 반토막이 났는데도 매물이 나오고 살 사람이 없으면 더 빠지는 거다. 하락폭을 얘기하긴 힘들지만, 공급이 감소해서 오른 폭이 30~40% 정도 된다. 최대한 공급이 증가하면 30~40% 정도 빠질 수 있을 거라 예상한다. 강남을 예로 들면, 2018년 말에 19억~20억 원에 거래된 아파트가 2019년 초에 17억 원에 거래됐다. 올해 다시 22억 원을 찍고, 현재 20억 원대다. 변동성이 엄청나게 크다. 이런 식의 변화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영끌' 매수는 잘못된 판단인가
"완전히 잘못된 판단이고, 아쉬운 측면이 있다. 사실 다주택자가 팔고 있는 아파트는 사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더 떨어진다. 지금은 오히려 비싼 가격에 받아주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그동안 집이 없었고, 투자를 잘 못하는 사람들이 지금 집을 사고 있는 거다. 최근 법인 매물이 증가하고 있고, 갭투자 비율은 확연히 줄고 있다. 투자 수요가 감소하고 다주택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거다. 선수들은 지금 팔거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데, 받아줄 사람이 있으니 집값이 안 빠진다."
—'영끌'은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심리를 기반으로 하는데, 억제가 가능한가
"이 심리는 내가 살 집(living)이 없어서 마음이 급한 게 아니다. 옆에 있는 사람이 집으로 2억, 3억 원 벌었다고 하니, 지금이라도 돈을 벌기 위해 관심이 생긴 거다. 그동안 오른 것만 보고, 앞으로도 오를 것처럼 보이는 식이다. 만약 주식이 2배가 올랐다면 안 살 거다. 이미 고점이니까. 근데 집이라는 특성 때문에 헷갈리고 혼동한다. 내가 언젠가는 직접 살 집이기 때문에. 하지만 철저히 투자목적으로 보면 객관적 판단이 가능하다. 집을 독립체로 보거나 사용 가치를 너무 과도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정부는 '아파트 투자로 돈을 벌 수 없어, 괴로울 거야'라는 시그널을 계속 줘야 한다. 세금이든 정책이든 그걸 지금 만들어가고 있다. 집 가진 게 별로 즐겁지 않으면 사지 않을 텐데, 아직 그게 안 되니까 보완이 필요한 거다."
—정부는 신규주택 공급을 더 늘린다는 방침이다. 집값 안정화에 효과가 있을까
"효과 없다. 새집이 부족해서 오르는 시장이 아니다. 새집을 아무리 지어도 매물이 감소하거나, 1주택자가 또 한 채를 사면 소용이 없다. 정책 측면에서 제대로 시장 파악을 해야 한다. 정부는 지금 알아가고 있는 단계라고 본다."
—최근 전셋값이 상승하고 있는데
"전적으로 임대차 3법의 문제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 매물이 없고, 일부 집주인들이 들어가는 거다. 매물은 없는데 육아나 교육, 직장 등을 이유로 그 지역에 꼭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건이 없으니 부르는 게 값이 돼버렸다. 안타까운데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게 문제다."
—전셋값 상승은 매매가격 상승의 원동력이다. 전세난이 이어지면 내년 집값도 오르는 것 아닌가
"전셋값이 오르면 갭투자 비용이 적게 들고, 수요를 일으킬 수 있다. 과거 수치를 보면, 전세가율이 65~70% 수준에 도달하면 갭투자가 생긴다. 지금은 55% 수준이다. 오르는 건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예전에 전셋집이 열 채였으면 전셋값이 열 채가 다 올랐지만, 지금은 열 채 중 한 채만 오른다. 나머지 9건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써서 묶여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시장의 전셋값이 오르는지는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 힘들다. 전셋값이 오르면 집 없는 사람의 심리를 자극할 수 있으니까 집값 상승 가능성도 전혀 없진 않다."
—추가로 나올 전세 대책에 무엇이 담겨야 하나
"임대인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전셋값이 오르는데 임대인은 어떤 책임도 안 진다. 그래서 깡통전세가 나오는데, 이걸 정부가 세금으로 메워주고 있다. 심지어 보험도 임차인이 든다. 집값의 70% 이상의 전세금을 받을 때는 강제로 집주인이 보험에 가입하도록 해야 한다. 신탁도 마찬가지다. 이러면 돈이 묶여있으니까 갭투자도 방지할 수 있다. 이게 임대차보호법보다 더 중요한 거다."
—세 부담 강화와 각종 부동산 규제 등 정책이 급진적이라는 평가도 있는데
"일단 부동산 정책이 너무 많다. 처음부터 확 나왔으면 급진적이란 말도 안 나왔을 텐데, 속도의 문제다. 시장을 보는 입장에서는 정책의 시차가 존재한다. 공시가격 현실화, 보유세, 양도세 인상 등 시기마다 다르게 적용돼 혼란스러운데, 정책이 효과를 보기 전에 또 정책이 나오다 보니 정책이 가중된다. 근데 어느 순간 한 번에 발휘되는 시점이 온다. 한꺼번에 압박이 올 거다. 그래서 시장이 더 위험해진 거다. 규제들이 맞물려서 발현되는 게 내년쯤이라고 본다."
—결국 집은 언제 사야 하나
"집값이 내려가면 사야 한다. 내년에 안 떨어지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면 된다. 이미 방향성은 잡혀 있다. 가격은 떨어지는데 거래량이 회복될 때 집값이 가장 싸다. 매물 증가가 지속적으로 된다는 거니까 그 시점을 잘 고민해야 한다. 당장 내년에 가격은 하락하는데, 거래량도 동반해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다가 거래량이 회복하는 구간이 나온다. 이때가 바닥이고 구매할 시기다."
◆ 이광수는…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한때 GS건설을 다녔으며, 부동산과 건설회사를 분석한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레피니티브(Refinitiv)가 수여하는 '2019 아시아 최고 애널리스트'를 수상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흔들리지 않는 부동산투자의 법칙⟩, ⟨2019년 서울 부동산 경험하지 못한 위기가 온다⟩ 등이 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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