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C 고민 깊어졌나…LG·SK 배터리 판결 또 연기

김혜란

khr@kpinews.kr | 2020-10-27 09:19:31

LG화학 "코로나 때문" vs SK이노 "숙고하려는 것"…대화 문은 열어놔
미국 내 일자리와 직결되는 문제…트럼프 행정부, 거부권 등 검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소송전을 다루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이 또 한 번 연기됐다. ITC가 두 차례나 결정을 미룬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업계에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본사 전경 [각사 제공]

ITC는 27일 새벽(한국시간) 위원회의 투표를 통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결정을 오는 12월 10일로 다시 연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이유는 발표하지 않았다. 이로써 당초 이달 5일 발표 예정이었던 최종 판결은 이날로 밀린 데 이어 다시 6주가량 연기됐다.

이에 두 회사 관계자들도 혼란스럽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놨다. LG화학은 이날 "최근 2차 연기되는 다른 사례도 있어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순연된 것으로 보인다"며 "LG화학은 ITC 소송에 계속 성실하고 단호하게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쟁사가 진정성을 가지고 소송 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은 "구체적인 연기 사유는 알 수 없으나 ITC 위원회가 앞서 1차로 21일 연기한 데 이어 추가로 45일이라는 긴 기간을 다시 연장한 사실로 비춰 위원회가 본 사건의 쟁점을 심도 있게 살펴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기로 소송 더 절차가 더 길어지게 됐으며 SK이노베이션은 연기와 관계없이 소송에 충실하고 정정당당하게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모두 미국 내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기업인 만큼, ITC가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업계 일각의 분석이 있다.

만약 예비판결대로 LG화학이 승리한다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서 사업을 사실상 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내년 가동 예정인 미국 조지아주 공장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건설투자비만 3조 원에 이르는 조지아주 공장에서 3000개가 넘는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후보이자 현재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의 주요 공약이 일자리 창출이었던 만큼 외신의 관심도 뜨겁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12월 "미 행정부는 현지 배터리 공장 수를 늘리고 싶어 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ITC가 SK이노베이션에 관대한 결정을 내리길 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ITC가 LG화학 승소로 최종 판결을 해도 SK이노베이션에 수입금지 조치는 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 행정부는 '공공의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하면 ITC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번 배터리 분쟁은 LG화학이 ITC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하며 시작됐다. ITC는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증거인멸 혐의가 명백하다며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SK이노베이션은 이의 신청을 냈고, ITC는 4월 "전면(in its entirety)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K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