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도 없고, 파도 헤쳐 38㎞ 이동?…커지는 '월북 미스터리'
김광호
khk@kpinews.kr | 2020-09-25 17:08:47
기상 상황 좋았으나 목격자 없어…軍 부실대응 의혹도
北 전통문 보내 軍과 다른 분석 내놔…진실공방 계속될듯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어업 지도 공무원이 북한군 총격에 숨진 사건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국방부 발표와 북 통지문의 설명에도 북한의 과격 대응 배경과 사망 공무원의 자진 월북 여부는 모호한 상태다.
25일 국방부와 해경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낮 12시 50분께 인천 옹진 소연평도 남방 2㎞ 해상에서 해수부 소속 어업지도선 선원 A(47) 씨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해양경찰에 접수됐다.
실종자 A 씨는 목포 소재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공무원(해양수산서기)으로, 사건 당일 소연평도 인근 해상 어업지도선(무궁화10호, 499톤)에서 어업지도 업무를 수행 중이었다.
군 당국은 22일 오후 3시 30분께 북한 수상사업소 선박이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상태에서 부유물에 탑승한 기진맥진한 상태인 A 씨를 최초 발견했고, 이후 6시간여 뒤 북한군 단속정이 나타나 A씨를 피격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자신의 슬리퍼를 벗고, 구명조끼를 입은 다음 바다에 입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군 관계자는 "정보 분석 결과 A 씨가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어업지도선 이탈 시 본인의 신발을 유기한 점, 소형 부유물을 이용해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점으로 미루어 자진 월북 시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평도 주민과 유족들은 A 씨의 월북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A 씨가 21일 오전부터 22일 오후까지 하루 넘게 부유물 하나에 의지한 채 파도를 헤치고 38km를 이동하는 게 가능하냐는 것이다. 게다가 A 씨는 평범한 공무원으로, 체력이 뛰어난 군인이나 특수부대원도 아니다.
연평도 주민들은 "헤엄쳐 가는 식의 월북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연평도 주민 60대 김 모 씨는 "육로에서 걸어가도 먼 거리를 누가 헤엄을 치느냐"면서 "북방한계선에서 한참 아래인 소연평도 앞바다에서 월북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연평도에 살았다는 70대 주민 최모 씨도 "연평도 인근 바다의 흐름을 보면 섬을 기점으로 물길이 도는데 아무리 어업지도선에서 일하며 바다 상황에 밝았더라도 그렇게 먼 거리를 이동했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상당히 먼 거리인데,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으니 수영으로 갔을 수도 있고, 부유물을 타고 (노를) 저어갔을 수도 있다. 그 인원이 이곳(연평도 인근)에서 오래 근무를 해서 해류를 잘 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족 측은 A 씨에게 월북할 이유가 전혀 없고, 오히려 군의 경계 실패로 A 씨가 사망하게 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A 씨의 친형 B(55) 씨는 25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건 당일 연평도 해상) 조류 방향도 제가 직접 수색 당시 확인한 바로는 강화도 방향이었고, 동생의 공무원증도 배에 그대로 있었다"며 "무슨 근거로 월북이라는 용어를 내세우며 몰아가느냐"고 썼다.
B 씨는 "지금 진실은 월북이나 가정사, 금전적인 문제가 아닌 우리 해역에서 머무르는 그 시간 동안 군이 무엇을 했고 지키지 않았는지가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의혹들은 어업지도선 내부 CCTV 2대가 지난 18일부터 고장이 난 상태여서 실종 전 A 씨의 마지막 동선을 확인할 수 없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의문점은 실종 당시 기상 상황이 좋았고, 꽃게 성어기라 어선도 많았을 것으로 추정됨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A 씨를 목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1일 오후 1시50분부터 군과 해경이 함정, 선박 항공기를 동원했음에도 결국 A 씨를 찾지 못했다.
군 관계자는 "해상에서 인원을 수색하는 작업이 워낙 어렵기 때문"이라며 "조난 사고가 있을 때 보트를 타고 있어도 발견이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군이 A 씨의 실제 사망까지 약 6시간 동안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지 않고 방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군은 북한 해역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대응이 어려웠고, 우리 군의 감시장비 기능상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24일 긴급 소집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연평도와 백령도에 있는 감시장비는 함정의 움직임, 특히 적의 경비함정을 중심으로 확인하는 경비체계"라며 "사람 한 명의 움직임을 확인하는 것에 대한 것은 우리 감시 장비로 할 수 있는 작전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대응조치에 대해 "서북도서 지역에 있는 경계작전 개념은 그대로 준수하면서 추가적인 감시 장비의 운용이라든가 해상세력에 대한 운용을 추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A 씨 시신 처리도 의문이다. 서 장관은 국방위에서 '화장해서 장례를 치른 거라고 봐야 하냐'는 질문에 "코로나 감염에 대한 조치를 한 것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북한이 왜 그랬다고 생각하나'라는 질의에 "북한이 코로나에 대해 절치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시신에 기름을 붓고 불태웠다는 얘긴데 북의 통지문은 다르다. 북은 통지문에서 총격후 상황에 대해 "
10여미터 접근해 확인 수색했으나 정체불명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됐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군인들은 불법 침입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했으며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A 씨가 정말 월북을 한 것인지, 북이 총격후 시신을 불태운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아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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