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서민 지킴이' 이계문 "신용위기, 서민 잘못 아니다"

강혜영

khy@kpinews.kr | 2020-09-25 15:28:31

"채무조정만으로 안돼… 재무교육·상담 등 사후 관리로 신용회복시켜야"
"불나면 119 떠올리듯 금융 어려움에는 1397 떠올리도록 홍보 강화"

"쪽방촌 도시락 배달 다녀오느라..."

24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 7층 신용회복위원회.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들어섰다. 인터뷰 약속 시간(4시)이 살짝 지난 터다. 서울 후암동 쪽방촌에 도시락 봉사를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 원장님이 왜 도시락 배달까지 직접

"쪽방촌 분들은 도시락 배달을 안 하면 굶는 분들입니다. 어려운 분들을 직접 봐야 한다는 생각에 일부러 직원들을 데리고 자주 갑니다."

업무의 몰입이자, 확장일 수 있겠다. 이 원장의 '공적 임무'는 저소득 서민을 신용 위기에서 구하는 일이다. 

▲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이 24일 오후 서민금융진흥원에서 UPI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은 한마디로 금융분야 사회안전망이다. 서민을 위한 저금리 정책금융상품을 공급한다. 과다부채·저신용·저소득으로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없는 서민들을 지킨다. 이 안전망이 없다면 숱한 서민들이 쉽사리 불법사금융의 먹잇감이 될 터다.

이 원장은 "병에 걸리면 병원에 가서 제때 치료를 받아야 낫듯이 서민들도 재무적 어려움이 있을 때 빨리 서민금융진흥원을 찾아 상담을 받고 제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원장은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 위원장도 겸하고 있다. 신복위는 채무조정, 서민금융·복지 서비스 연계 등으로 위기의 서민들의 경제 자립을 돕는다. "병원으로 따지면 약 처방이 필요한 분은 서금원, 수술이 급한 분은 신복위로 오시면 된다"고, 이 원장은 간결하게 정리했다.

서금원, 신복위 모두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그 역할이 한층 더 중요해진 기관이다. 팬데믹은 평등하지 않다. 저소득 서민들에게 훨씬 가혹하다.

이 원장은 보고받고 결재만 하는 스타일은 아닌 듯하다. 도시락 배달이 그렇듯 서민의 구체적 삶 속으로 뛰어든다. 도움을 청하는 서민을 직접 상담하는 것도 그래서다. 2018년 10월 임기를 시작한 이후 70여 고객을 직접 상담하고, 20여 전통시장을 방문했다고 한다. "눈물을 보이며 서금원을 더 빨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더라"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 원장은 서금원 홍보를 강화하고 서민금융 서비스 혁신을 이끌었다. 생업에 바쁜 서민들을 위해 1397 서민금융콜센터 상담을 ARS 방식에서 직접연결 방식으로 바꿨다. 상담직원도 대폭 증원했다. 홈페이지도 고객 입장에서 편리하게 뜯어 고쳤고, 핵심 기능만 탑재한 앱도 출시했다. 3~5주나 걸리던 신복위 예약 절차도 평균 2.4일로 확 줄였다.

'서민 지킴이'로서 이 원장의 혁신은 계속될 듯하다. "채무조정만 하고 정책서민금융만 공급하는 게 서민금융 서비스는 아니"라고 이 원장은 강조했다. 

"서금원은 돈을 뿌리는 곳이 아니고, 신복위는 채무조정만 하는 곳이 아닙니다. 금융 교육, 사후 관리를 통해 실질적으로 위기의 서민들이 신용을 회복하도록 하는 게 우리의 역할입니다."

대담 = 류순열 편집국장

다음은 일문일답

—아직도 서민금융진흥원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처럼 빚 문제는 서민금융진흥원을 찾아오면 해결할 수 있다. 상담은 해법을 만든다. 아파서 병원에 가면 어떤 방식으로든 치유가 된다. 빚 문제의 경우에는 부부 사이에도 얘기를 안 한다. 애들한테 알려질까 봐 쉬쉬하다가 돌려막기하고 사채를 쓰면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럴 때 빨리 서민금융진흥원을 찾아와서 상담을 받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경제상황, 신용등급, 소득 등 다양한 이유로 제도권 금융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 저금리의 정책 서민금융상품을 공급한다. 맞춤형 금융상품도 중개하고, 금융교육, 컨설팅, 복지연계 등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작년에는 숙명여자대학교에서 금융 교육을 진행했다. 학생들이 감사하다고 롤링페이퍼를 만들어서 보냈더라."

▲ 숙명여대 학생들이 이계문 서민금융원장에게 전달한 롤링페이퍼. "부모님께 의존하지 않고 효율적인 소비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실용적이고 꼭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셔서 감사하다", "경제에 대해 현명한 대학생으로 거듭나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문재원 기자]


—코로나는 저소득 서민에게 더 가혹하다. 그들의 삶에 얼마나 파고들고 있나

"지금까지 현장에서 나가서 70명과 직접 상담을 진행했다. 그저께 만난 분은 얼마 전에 실직해서 카드 연체가 시작됐다고 했다. 아내도 일용직으로 일하다가 실직했다. 코로나 여파다. 다행히 월 150만 원을 받는 경비원으로 다시 취직했고 신복위에 추심 중단도 신청했다.

화장품 가게와 음식점을 운영하던 분도 있었다. 화장품 가게는 어려워져서 접었고 빚이 연체되는 상황에 처한 분이었다. 그분께 명함 드렸더니 갑자기 울먹거리더라. 열심히 살았는데 창피하다고. 그래서 창피한 게 아니라고 말씀드렸다. 이곳은 어려운 분들을 도와드리라고 국가에서 인정한 기관이다. 열심히 사시다가 코로나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지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씀드렸다. 상담 중에 눈물을 펑펑 흘리는 분도 여럿이다."

코로나 사태가 아니어도 2018년 말 기준 채무 불이행자, 즉 빚이 연체 중인 사람들은 93만 명에 달한다. 작년 말에는 조금 줄어 88만 명 정도인데,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다시 증가할 전망이다.

—서금원 홍보가 필요한 것 아닌가

"직접 상담했던 고객 70명 중에 단 2명만 제 인터뷰를 보고 왔다고 했다. 대다수는 지인 등 알음알음 듣고 오셨다고 한다. 서민금융에 대해서 너무 모른다. 시민단체에서도 서민금융의 문턱이 높다고 뭐라고 한다. 고객을 찾아서 다가가야 하는데 여기는 속된 표현으로 '갑처럼 찾아오는 사람만 겨우 한다'고 지적한다. 시민단체 간담회를 6번 했고 홍보를 대대적으로 하는 등 변화를 줬다. 이전에는 로고 위주로 홍보했다. 신용회복위원회, 서민금융진흥원이 뭔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택시나 버스에 로고를 붙여 홍보해 봐야 효과가 없다. 사례 위주, 실제 경험 위주로 홍보를 많이 바꿨다. 그래도 여전히 부족하다. 불나면 바로 119를 떠올리듯이 금융 어려움에 처했을 때 바로 1397 서민금융콜센터를 떠올릴 수 있도록 홍보 강화가 필요하다. "

—정책서민금융은 금융인가 복지인가

"서금원은 복지기관은 아니다. 복지는 복지부에서 기초수급자를 관리하는 것이다. 우리는 한계 선상에 있는 분들이 복지대상으로 빠지지 않게 돕는 것, 그리고 복지선상으로 빠졌더라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역할을 한다. 복지는 기초수급자 등 생계가 어려운 취약계층에게 국가가 정기적으로 생계비 등 소비성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한번 지급하면 제도화돼 매년 동일예산 투입이 필요하다. 정책서민금융은 레버리지 효과 등을 통해 동일예산으로 복지에 비해 많은 대상자에게 지원이 가능하다. 같은 1조 원이라도 복지는 매년 동일예산 투입이 필요한데 정책서민금융은 운용배수가 6~8배인 것을 감안하면 6~8조 원 지원이 가능하다. 지원액 중 회수액을 다른 대상자에게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도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맞춤대출 규모가 이전보다 상당히 많이 늘었다

"어떤 조직이든 여건 변화 없이 전년 대비 성과를 10~20% 정도 높이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시스템을 바꾸면 늘릴 수가 있다. 서금원에서 제공하는 소액대출은 수요가 있어도 정부가 설정한 재원 이상으로 늘려줄 수 없다. 대신 맞춤대출은 중개해주는 것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 개인이 저축은행 가면 20%대 금리를 받을 수밖에 없는 저신용, 저소득층을 우리가 심사 등을 모두 포함해서 중개를 해주면 11%로 떨어진다. 햇살론 등 정책서민상품도 마찬가지다. 저축은행은 모집인을 통해 받으면 모집인 수수료가 붙는다. 우리가 중개를 하면 모집인 역할을 우리가 해주는 것으로 협약된 기관들에서 금리를 무조건 1.5%p 낮춰준다. 그 결과 올해 들어 7월까지 맞춤대출은 작년 동기에 비해 251%나 늘었다. "

—어떤 시스템을 어떻게 바꿨나 

"1397 서민금융콜센터 상담 전화 서비스가 있다. 그동안 ARS로 진행됐다. 서민이 생업에 바쁜데 ARS로 하면 제대로 안 된다. 끊어버린다. 그래서 직접 상담으로 바꿨다. 리스크는 있다. 전화를 했는데 통화 중이라면 우리 잘못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 늘려라, 내가 책임지겠다고 해서 42명을 증원했다. 전화상으로 개인정보 동의서를 1분 30초 동안 읽어주는 문제도 발생했다. 우리 직원도 힘들고 소비자도 힘들다. 그래서 MMS로 보내주는 것으로 바꿨다. 이제 10초 만에 끝난다. 취임 이후 이용이 86% 늘었다. 

홈페이지도 엉망이어서 뜯어고쳤다. 올해 상반기에는 앱도 굉장히 쉽게 만들었다. 맞춤대출을 위해 고객이 입력해야 하는 정보가 33가지다. 그것을 그대로 홈페이지와 앱으로 올리면 서비스 질이 좋아지지 않는다. 프로세스를 통합하고 없애면서 훨씬 더 간편하게 고객 중심으로 모든 것을 뜯어고쳤다. 1년이 지나자 부장들이 식사자리에서 '지난 1년이 10년이 된 것 같다'고 하더라. 디지털혁신부장은 '10년이 뭐냐 20년 된 것 같다'고 했다."

—신복위 서비스에는 어떤 변화를 줬나

"신복위는 신용유의자가 많아서 예약 절차가 있다. 신복위는 찾아오면 신청하는 순간 추심이 중단된다. 여기서 추심의 고통을 벗어날 것을 알고 연락하시는 거다. 그런데 전화하면 예약이 영업일 기준으로 평균 14일이 걸리며 길게는 한 달도 걸린다. 서민 입장에서는 추심 중단에 대한 기대가 있는데 3~5주 뒤에 오라고 하면 기분이 어떻겠나.

신복위에서 신청서를 작성할 때에도 수기로 작성한다. 서민들이 생업에 바쁘니 못 쓰는 사람이 많다. 안내 상담사가 대신 써주는데 직원이 그것을 다시 컴퓨터 시스템에 옮긴다. 이것만 한 15분 정도 걸린다. 서비스 질이 안 좋은 것이다. 얘기를 들어주고 소득 경위 등 상담을 해야 하는데 앉아서 그러고 있으니 낭비다. 이제는 신분증만 가져오고 스캔하면 화면으로 정보가 뜨게 바꿨다. 쓸데없는 것을 없애니 작년에 1인당 94분이 단축됐다. 예약이 평균 14일에서 3.6일로 줄었다. 8월에는 2.4일로 더 줄었다. 6층 센터에는 예약 절차가 하나도 없다. 디지털 서비스 혁신이 효과로 나타난 것이다."

—남은 임기 1년의 포부는

"채무조정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사후 관리이다. 병으로 치면 직원들에게 상담을 받는 게 진료이다. 상담을 받고 치료 약을 주는게 서금원의 소액금융이다. 안되면 수술이 필요하다. 그런 것은 신복위에서 채무탕감을 해줘야 하는 것이다. 수술을 해서 채무를 탕감 받았으면 회복기가 필요하다. 병원을 주기적으로 다니면서 약도 받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여기는 채무조정으로 끝이다. 채무조정 했다고 갑자기 건강해지나.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법에는 있지만 그동안 없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전화 상담을 시작했다. 전화상담을 통해 돈이 더 필요한지 등을 물어본다. 그분들이 대부업, 사금융을 이용하지 않도록 다른 저리자금 안내해준다."

서금원의 목적은 돈 뿌리는 게 일이 아니다. 그건 우리가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할 수 있다. 신용회복지원도 마찬가지다. 신용을 회복시켜야 하는데 채무조정 위원회더라. 채무조정만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채무조정만으로도 신용도는 올라가는데 거기다가 사후 상담까지 하면 올라가는 속도가 더 빠를 것이다. 이것은 국가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이 원장은 "채무로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는 이들이 있는 상황에서, 적어도 찾아오는 분들의 20~30%만이라도 빨리 경제적으로 회생하도록 역할을 다하면 의미가 있고 보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계문 원장은

△ 조종종합고 △ 동국대학교 산업공학 △ 서울대 대학원 행정학 석사 △ 제34회 행정고시 △ 주태국대사관 1등서기관 △ 재정경제부 서비스경제과장, 문화방송예산과장, 국방예산과장 △기획재정부 기획재정담당관 △ 주미 대사관 공사참사관 △ 기획재정부 대변인 △ 서민금융진흥원 원장(2018.10~)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