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당의 단매] '김가(金哥) 사체 보관소'를 아십니까?
김당
dangk@kpinews.kr | 2020-09-24 16:47:04
군(軍), 2018년 남북정상회담 및 9.19군사합의 전까지 공식 용어
격년刊 〈북한전략정보자료집〉(2018. 12)부터 '금수산 기념관'으로
국방부와 군은 북한이 '금수산태양궁전'이라고 부르는 김일성∙김정일 시신 보존 및 추모 시설에 대해 '김가(金哥) 사체 보관소'라는 명칭으로 호명해왔다. 하지만 2018년부터 '금수산 기념관'으로 순화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국방부 국방정보본부는 북한의 실상을 정확히 분석∙파악하기 위해 국가정보원과는 별도로 군사정보와 전략정보를 수집해 이를 격년마다 〈북한전략정보자료집〉으로 간행하고 있다. 국방정보본부 해외정보부, 정보사령부, 777사령부 등이 수집한 군사·전략정보가 종합된 자료집이다.
미군의 편제에 따라 이른바 '쓰리 세븐 부대'라고 일컫는 '777사령부'는 산봉우리 등 북한군 통신을 쉽게 잡을 수 있는 곳에서 24시간 특수첩보(SI·Special Intelligence)를 수집한다. 최근 북한군 해양수산부 어업지도선 공무원을 사살해 시신을 불태운 사건을 우리 군이 확인한 것도 이런 특수첩보를 통해서다.
UPI뉴스가 〈북한전략정보자료집〉을 전수조사한 바, 국방부가 그동안 김일성∙김정일 시신 보존 및 추모 시설에 대해 '김가(金哥) 사체 보관소'라는 명칭을 사용했으나,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및 9.19군사합의를 계기로 '금수산 기념관'으로 순화해 부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2018년까지 군에서는 '김가(金哥) 사체 보관소'가 공인된 '표준어'
사실 일반 국민에게 '김가(金哥) 사체 보관소'라는 용어는 상당히 낯선 표현이다. '김가(金哥) 사체(시체) 보관소'라는 표현이 얼마나 쓰이는지 포털(네이버)에서 검색해보면 〈국방일보〉에 실린 딱 한 건의 기사(칼럼)가 검색될 뿐이다. 그만큼 잘 쓰지 않는 '특수한 용어'인 셈이다.
하지만 군에서는 '김가(金哥) 사체 보관소'가 공인된 '표준어'였다.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과 9.19남북군사 합의 전까지는 그랬다. 다만, 민간 영역에서는 그 같은 직설적인 표현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위에서 예로 든 딱 한 건의 국방일보 기사는 2017년 5월 당시 이숭재 대령(육군5공병여단장)이 "軍의 대적관을 무너뜨리는 '북한 용어' 바로잡아야"라는 제목으로 쓴 칼럼이다. 이 대령은 칼럼에서 "생각 없이 쓰는, 북한을 찬양하는 용어에 우리 국민의 안보의식과 군의 대적관이 무너진다는 인식을 하고 올바른 '용어'를 선택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일부 언론매체에서 사용하는 용어 중 북한 당국은 '북한'으로, 광명성은 '장거리 미사일'로, 김정은 현지지도는 '방문'으로, 김정은 특각은 '호화별장'으로, 금수산 기념궁전은 '김가 시체 보관소' 등으로 바꾸어 표현해야 마땅하다."
국정원도 내부적으로 '(김일성·김정일) 사체 보관소' 표현
'김가 사체 보관소'라는 용어를 그대로 쓰진 않았지만 '(김일성∙김정일) 사체 보관소'라는 표현을 쓴 기사 역시 딱 한 건이 검색된다. 2012년 10월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국정감사 당시 새누리당 간사인 윤상현 의원이 국감 브리핑을 전한 기사에 등장한다(국회의 다른 상임위와 달리 비밀이나 대외비를 다루는 정보위는 국정원 보고 내용 중 여야 간사가 합의한 것만 브리핑한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국정원은 북한이 김일성·김정일 우상화 작업과 김정은 체제의 업적 선전을 위해 약 3억3000만달러를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해 국회 정보위에 보고했다.
윤상현 의원은 국정원의 이런 보고를 토대로 "(김일성·김정일)사체 보관소의 광장을 대규모 정원으로 변화시키는 공사가 진행 중"이라며 "3억3000만 달러는 북한 전체 주민의 3~4개월분 식량에 해당하는 옥수수 110만톤을 구입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국정원도 내부적으로 북한측의 '금수산태양궁전' 명칭 대신에 '사체 보관소'라는 용어를 사용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탈북자 출신 김광진 선임연구원도 2016년 당시 발표한 글에서 '사체 보관소'라는 용어를 공공연하게 사용했다.
김광진 연구원은 당시 김정일이 8억9천만 달러를 들여 '김일성 사체 보관소'를 만들었고, 김정은은 김정일 사체를 미이라화 하는 데 100만 달러, 매년 김일성-김정일 미이라를 유지하는 데 160만 달러를 탕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군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서 '북한군은 우리의 적' 삭제 때 예고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8년 4월에 성사된 남북 정상회담과 그해 9월의 9.19군사합의를 계기로 〈북한전략정보자료집〉에서 '김가 사체 보관소'라는 용어는 사라지고 '금수산 기념관'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북한측 표현은 '금수산태양궁전'이지만 '태양궁전' 대신에 중립적인 '기념관'을 붙여 사용한 것이다.
이는 국방부가 2018년부터 〈국방백서〉에서 '주적 개념'을 빼고, 국군 정훈교재인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위협하는 우리의 적'이란 표현을 제외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고된 거였다.
이에 당시 국방부와 합참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도 야당 의원들이 "군의 '정신전력 교육교재(정훈교재)' 수정은 〈국방백서〉 수정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우리 군은 '정권의 군대'가 아니라 '국민의 군대'이고, 나라 지키라고 있는 군대이지 정권 입맛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는 군대가 아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듬해 국방부는 국군 장병 정신교육 기본교재에 '대한민국의 핵심적이고 직접적인 적은 북한정권'이란 표현은 물론, 북한군 실체 파악을 돕는 대남 및 군사전략, 지휘체계 등 내용을 빼고 일선 부대에 배포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김정은 위원장이 서해 창린도 방어부대를 '현지지도'한 뒤에 북한군의 해안포 사격훈련이 이뤄졌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해안포 중대 2포에 목표를 정해주며 한번 사격을 해보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사실상 대놓고 9.19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다.
"문재인, 국민 사살돼 불태워졌는데도 북에 구애…대통령 자격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23일(현지시간은 22일 오후) 유엔총회 화상연설을 통해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인 올해 영구적으로 전쟁을 종식하자"며 종전선언까지 제안했다. 종전선언 자체는 새로운 제안이 아니지만 기존 제안과 달리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연계하지 않았다.
문제는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의 선의를 야만적이고 엽기적인 만행으로 되갚고 있는 점이다. 국방부의 24일 발표에 따르면, 우리 군은 22일 오후 3시30분께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이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상태에서 한 명 정도 탈 수 있는 부유물에 탑승한 기진맥진한 상태의 실종자를 최초 발견한 정황을 입수했다.
하지만 얼마 안가 북한군 단속정이 상부 지시로 실종자에게 사격을 가했고, 이어 방독면을 착용하고 방어복을 입은 북한군이 시신에 접근하여 불태운 정황이 포착되었다. 연평도에 있는 우리 군 감시장비도 오후 10시11분께 시신을 불태우는 상황을 관측했다.
이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24일 "북한은 달라진 게 없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같은당의 국회 국방·정보위원인 하태경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국민 사살돼 불태우고 수장했는데도 북에 구애(求愛)한 문대통령, 대통령 자격 없다'는 글을 게재해 이렇게 비판했다.
"북한이 또다시 천인공노할 만행 저질렀습니다. 실종된 우리 국민을 의도적으로 사살하고 불태웠습니다. 국방부·합참에서 제가 보고받은 내용을 종합하면 북한이 실종 공무원에게 저지른 행위는 테러집단 IS 못지 않습니다. 바다에 떠있는 사람을 총살하고 그 자리에서 기름을 부어 시신을 불태웠습니다. 시신을 태운 것을 화장했다고 보도하는 언론이 있던데 이건 화장이 아니라 시신을 훼손한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바다에 수장을 했습니다. 이 사실을 보고받으니 김정은이 장성택 머리를 참수해 당간부들에게 전시했다는 것도 허언이 아닌 듯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보고 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몇 시간 뒤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과 남북보건협력을 북에 제안했습니다.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집니다. 우리 국민이 총에 맞아 죽고 시신이 불태워졌는데 북한에 구애한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북한인권에 눈감더니 이제는 우리 국민의 생명마저 외면하십니까.
문대통령이 유엔연설에서 하셨어야 할 말은 공허한 종전선언이 아닙니다. 북한의 인권 만행, 우리 국민 살인에 대한 강력한 규탄과 그에 상응한 대응조치를 천명하셨어야 합니다. 국민을 지킬 의지가 없다면 대통령 자격도 없습니다."
'금수산태양궁전'의 시신 보존·관리에만 연간 160만 달러를 쓰는 김정은과 우리 국민을 사살하고 불태워 시신을 훼손했는데도 구애하는 문 대통령, 이것이 '엽기적인 남북관계'의 현주소이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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