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공정경제' 의지에 흔들리는 국민의힘 '재벌편향'
남궁소정
ngsj@kpinews.kr | 2020-09-18 15:22:00
"공정경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vs "기업규제 3법"
김종인 리더십 관건…'쇄신 바로미터'라는 지적도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제·개정에 대해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찬성 의사'를 밝히면서 이번 정기국회 회기 안에 법안이 처리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여당은 "환영한다"고 밝힌 상황에서 변수는 국민의힘 내부의 기류다. 당내 찬반이 엇갈린 상황에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정무위원회와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의견을 수렴해가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18일 UPI뉴스가 만난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통계청장을 역임한 경제전문가로 통하는 기재위 소속 유경준 의원은 "경제민주화는 김종인 위원장의 오랜 지론이고, 당헌·당규에도 담겨있지 않느냐"라며 "공정거래나 경제민주화에서 당은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유 의원은 "다만, 어느 정도 허용할지에 대해선 의원들의 스펙트럼이 다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에는 찬성기류가 강할 수 있다고 보지만, '다중대표소송제'는 시행 중인 국가가 별로 없다는 점을 볼 때 각론에선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정경제 3법 중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사익편취 규제 대상 확대,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골자로 한다. 상법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도 신설, 감사위원 분리 선임 및 대주주 3% 의결권 제한 등이 담겼다.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은 삼성이나 현대차처럼 비지주 그룹이라도 2개 이상 계열사가 금융업을 하면 금융그룹으로 보고 감독한다는 내용이다.
정무위 소속 윤두현 의원은 "구체적 조항을 보고 기대하는 효과와 걱정되는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검토한 후, 관련 상임위에서 잘 논의해야 한다"라며 "정부여당에서 법안이 무슨 뜻인지 실질적으로 어떤 일이 생기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3선 장제원 의원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이들 법안을 '중요한 경제개혁 과제'라고 칭하며 "소위 공정경제 3법은 정강, 정책 개정과 함께 오히려 우리가 먼저 던졌어야 했던 법들"이라고 했다. 그는 "말로 이미지만 가지려 하는 것은 허세다. 실천을 통해 내용을 채워가야 변화다"라며 "거침없는 실천, 그것이 진취"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공정경제 3법 찬성과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의 동조는 국민의힘의 정체성을 바꾸는 일대 전환이다. 그동안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되고 계승된 국민의힘 DNA는 '친기업·친재벌'이었다. 공정경제 3법은 20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내용으로 발의됐지만, 당시 국민의힘은 '대기업 옥죄기'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그 DNA가 어느날 갑자기 바뀌거나 사라질 수는 없는 일이다. 당내 기류 저변에 당혹감과 반발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
기획재정부 1차관 출신의 '경제통'인 추경호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경제계 우려를 귀담아들어야 한다"라며 "기업 현장에서 경영상 우려가 있고, 투자에도 여러 제약 요인이 생긴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걸 무시하고 이렇게 성급하게 가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삼성물산 사외이사 출신으로 정무위 소속인 윤창현 의원 역시 UPI뉴스에 "법안들의 내용을 하나하나 보면 '공정성'과 직결되는지 모르겠다"라며 "경제는 공정뿐만 아니라 효율성과 실질적 이득을 따져야 한다. 법 개정으로 일자리가 24만 개 없어진다는 분석이 있는데, 이걸 어떻게 공정하다고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전속고발권은 기업들이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고, 지주회사 규제가 강화되면 기업에 30조 이상 부담이 주어지는데, 그 돈을 신규 투자로 연결하면 일자리가 생겨 더 공정한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한 초선 의원은 기자에게 "왜 공정경제 3법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기업규제 3법 아닌가"라며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보호법'이 아니라 '전월세 근절법'이다. 민주당의 과거 행태를 볼 때 공정거래법이라는 이름만 보고 찬성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공정경제 3법 동의 여부가 5·18 법안과 함께 국민의힘 쇄신 여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주장한다. 결국 김 위원장이 당내 의견을 어떻게 수렴하고 이견을 봉합하는지가 관건이다.장제원 의원은 "김 위원장이 '경제민주화' 소신을 당의 주류 입장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당은 다시 정강정책을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K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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