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은 범죄자"라던 스가 日총리 유력…한일 먹구름 짙어지나
김광호
khk@kpinews.kr | 2020-09-02 16:59:26
한일관계 경색 와중에 한국과 대립 발언…"아베 정권 계승" 관측
전문가 "당장 개선은 어려워…우리 정부도 유연성 발휘해야"
'포스트 아베' 체제에서 역대 최악의 '한일관계'는 개선될 수 있을까. 차기 총리 부임 이후 아베 집권기 동안 급격히 경색된 한일 관계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아베 신조 총리 사임후 집권 자민당은 당 총재를 겸하고 있는 아베 총리 후임을 뽑는 선거에 곧바로 들어갔다.
2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사실상 차기 일본 총리를 뽑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대세론이 굳어지고 있다. 자민당 지도부가 당원 투표 없이 약식 선거를 치르기로 한 가운데, 스가 장관이 당내 파벌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스가 장관은 당내 7개 파벌 가운데 5개의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가 속한 최대 파벌 호소다파를 비롯해 아소파, 니카이파, 다케시타파, 이시하라파 등 대부분 파벌의 지지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스가 장관에 대항해 출사표를 던진 기시다 정조회장과 이시바 전 간사장의 파벌을 제외한 모든 파벌의 지지를 얻은 것이다.
현직 국회의원이 행사하는 394표 가운데 70% 이상을 확보했고, 전체 표를 따져도 절반을 넘긴 셈이어서 사실상 그가 총리 자리를 예약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베 정권이 재출범한 2012년부터 관방장관을 맡아 2인자로서 총리를 보좌해온 스가 장관은 총리가 되면 일단 내년 9월까지인 아베 총리의 잔여 임기동안 총리를 맡게 된다.
스가 장관은 세습정치 문화가 강한 일본 정계에서 근래 보기 드문 농가 출신의 자수성가형 정치인으로, 그간 관료 조직 장악에 강점을 보여왔다.
그동안 아베 정권의 노선과 궤를 같이한 그는 기본적으로 아베 정권의 정책을 계승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한일관계 개선이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가 장관은 특히 아베 내각 출범 후 줄곧 관방장관으로 재직하면서 한국과 맞서는 내용의 발언을 많이 했다.
2013년 11월 19일 안중근 표지석 설치를 위한 한국과 중국의 움직임에 관한 질문을 받고서 "우리나라(일본)는 안중근에 관해서는, 범죄자라는 것을 한국 정부에 그동안 전해왔다. 표지석이 한일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또 2014년 1월 중국에 안중근 기념관이 문을 열자 "우리나라의 초대 총리를 살해, 사형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라고 말해 한국 정부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최근에는 일본의 한 TV에 출연해 일제 강점기 징용 문제를 다룬 한국의 사법 절차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한 뒤,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이 강제 매각될 경우 일본의 대응과 관련해선 "방향성은 확실히 나와 있다"며 보복 조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가 장관은 역사 수정주의에 집착해 주변국과 마찰을 빚었던 아베 총리보다 이념적 신념은 약한 편이어서 대외 정책에 더 융통성을 발휘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과거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만류하거나 일부 정치인이 한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할 때 주의를 촉구한 점 등에 비춰보면 한일 관계가 더 악화하지 않게 노력할 것으로 기대한다.
뉴욕타임스는 일본의 다음 총리가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한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아베 총리 후임자의 대내외 과제를 분석하면서 "전문가들은 일본의 다음 총리가 한국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이날 보도에서 호주국립대의 로런 리처드슨 국제관계학 교수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무역전쟁 등을 둘러싼 한일 분쟁이 오래갈수록 동북아 지역의 동맹 약화로부터 이득을 보는 유일한 승자는 중국과 북한뿐"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우리 정부는 앞으로의 한일관계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기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인 전망을 해야 된다"며 양국관계가 악화된 것은 일본의 잘못된 역사인식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누가 총리가 되든 일본 정부 입장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전문가들도 총리가 바뀐다고 당장 한일관계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에 대해서는 대체로 회의적이다.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교수는 지난달 28일 KBS1 라디오 '주진우의 라이브'에 출연해 "스가 관방장관 체계가 된다고 한다면 이것은 아베 정책을 그대로 계승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한일관계의 개선은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오히려 일본 정국이 혼미해지고 불안해지게 되면 오히려 한국에 대한 강경 정책을 쓰면서 정권의 지지 기반을 유지할 확률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다만 "현재는 정권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아마 새로운 1년 이후에 포스트 아베 신총재 이후에 후계자가 누가 되느냐에 대해서 한일관계는 좀 달라질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포스트 아베' 시대에 한일관계 개선을 이루기 위해선 우리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총리가 바뀐다 해도 당장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강경 정책 기조가 바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면서 "하지만 전형적 관료형인 스가는 노련한 아베에 비해 카리스마나 내각 장악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따라서 스가 내각이 구성된다면 우리 정부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안(양국 기업의 기금 마련을 통해 징용 피해자에 배상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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