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물물교환 좌초…이인영 통일 '작은교역' 시작부터 삐걱
김광호
khk@kpinews.kr | 2020-08-24 15:14:45
통일부 "철회아냐…물물교환 사업 자체 중단 아니다"
유엔 대북제재 여전히 걸림돌…창의적 해법 모색 필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 이후 의욕적으로 추진해 오던 북한과의 '작은 교역'이 난관에 부딪히면서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이 장관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물물 교환'이 북한의 무호응과 대북제재 속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24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통일부의 보고를 받은 직후 기자들과 만나 통일부가 북한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와 진행하려고 한 사업과 관련해 "완전 철회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통일부는 국내 민간단체인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이 중국 중개회사를 통해 남측의 설탕 167톤과 북측 개성고려무역회사의 인삼술·들쭉술 등 35종, 1억5000만 원 상당의 주류를 교환하는 계약을 체결하자 이에 대한 반출입 승인을 검토했다.
그러다가 지난 20일 국정원은 정보위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북한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대상임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이 회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270호에 따라 제재 대상에 올라 있는 북한 노동당 39호실 산하 외화벌이 업체로 추정되고 있다.
하 의원은 "통일부가 국가정보원에 대상 기업에 대해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하면서 "해당 사업은 완전히 철회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측은 물물교환 사업 자체를 중단하지는 않는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통일부는 "아직 구체적인 조치를 하지도 않고, 검토 중인 사안에 대해 '철회'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이 건과 관련해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는 북측 계약 상대방인 여러 기업들 중 하나인 바, 해당 기업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남북 물품 반출입승인을 신청한 기업과 계약내용 조정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물물교환 형태의 교역을 통해 남북 교류 협력의 물꼬를 트겠다던 이 장관의 구상에 일단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오는 27일 취임 한달을 맞는 이 장관은 그동안 북한 맥주와 한국 쌀을 교환하는 방식의 '작은 교역'을 통해 남북 교류를 재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남북대화 복원, 인도적 지원, 남북 간 합의 이행 등과 함께 이른바 '노둣돌 전략'의 핵심 사안 중 하나였다.
이 장관은 취임 3일만에 민간단체의 코로나19 방역물품 반출을 승인하고, 민간단체 대표들과 종교계와도 면담을 통해 교류협력을 당부했다.
취임 첫 주말에는 대북 접경지역인 강원도를 방문해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금강산 개별관광에 대해 언급하는 등 남북 교류협력에 강한 추진 의지를 보였다.
또한 이 장관은 지난 1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제재 관련 협의 측면에서 매우 효율적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면서도 "아쉽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남북관계를 제약하는 기제로 작동했다는 비판적 견해도 있다"고 말했다. 한미워킹그룹에 대한 국내의 비판적 여론을 가감없이 전한 것이다.
하지만 북측 사업자가 대북 제재 리스트에 올라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결국 이번 사업 추진이 무산됐다. 정부가 이번 교역을 승인하게 되면 대북 제재를 우회하겠다는 당초의 취지와 달리 국제 규범을 위반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코로나19 상황이 재확산되면서 빗장을 더 단단히 걸어잠근 북한은 최근 한반도에 쏟아진 폭우로 인한 수해 피해 복구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단을 면담한 사실을 알리면서 "최근 제 마음도 많이 급하고 답답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내에서는 이 장관이 추진하는 '작은교역' 성격의 민간 교류가 머지않아 성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물물교환 논의를 진행하고 있고, 북한의 기업들 역시 계약 체결에 나서는 등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물물교환 사업 자체가 백지화되는 것이 아니라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랑 하려던 사업이 백지화된 것"이라며 "물물교환 등 작은 교역 구상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유엔의 대북제재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작은 교역을 비롯한 남북 교류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세 등 외부환경적 요인도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 있어 이러한 난관들을 뚫고 나갈 또 다른 창의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북한 당국이 남측과의 물물교환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교역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의 경우 우리의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해당하는 조치들을 강력하게 취하고 있어 우리와 협상 테이블에 나설 상황이 아니여서 그렇지 코로나 사태가 안정된다면 충분히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 교수는 다만 "이번 경우에서처럼 유엔의 대북제재에 발목이 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교역 대상이 대북 제재 리스트에 올라 있는지를 정부가 좀더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성급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국제 사회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북한이 관심을 끌만한 '창의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제언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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