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설득·공감'…국회에 새바람 일으킨 초선들

남궁소정

ngsj@kpinews.kr | 2020-08-05 17:44:13

野 윤희숙·이용, 전문성·진정성 있는 행보로 주목
조정훈, 대정부질문에 최재천 "정말 보기 좋았다"
'저도 임차인' 용혜인 '토지 보유세' 필요성 설득

'차분한 설득과 공감'.

제21대 국회의 첫 임시국회를 관통한 핵심 키워드다. 거대여당의 '독주' 속 야당과 범여권 초선의원 일부가 분위기를 바꿨다.

4년 전 제20대 국회의 첫 임시국회와는 딴판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은 각종 '설화(舌禍)'로 곤욕을 치렀다. 급기야 지도부가 초선들을 소집해 입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7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임시국회에서 강한 투쟁의 언어는 주목받지 못했다. 큰 목소리에 담긴 강경 주장보다 차분하지만 명징한 논리로 설득하려는 의원들의 발언에 유권자들은 호응했다. '막말·색깔론'보다 '진정성·전문성'이 먹혔다.

야당인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 이용 의원,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그 가운데 있다.

초선의원들에게 이번 7월 국회는 정계 데뷔 무대나 다름없었다. 스타로 떠오른 인물은 단연 통합당 윤희숙 의원이다. 그의 이름 뒤에 '바람' '신드롬' '현상'이 붙었다. 전례 없는 찬사가 이어졌다. 그가 지난달 30일 임대차 3법 처리를 앞두고 "저는 임차인입니다"라고 시작한 연설 때문이다.

단 5분이었다. 길지도 않았고, 색깔론도 감정적 비난도 없었다. 대신 정책문제에 대한 전문성을 발휘해 국민 눈높이에서 차분하게 논지를 펴 나갔다. 고성은 없었지만 울림이 강했다. 윤 의원 발언의 핵심은 치밀한 시뮬레이션 없이 시장 가격에 함부로 손대지 말라는 경고였다. 시장의 혼란이 고스란히 '천만 전세인구'의 고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같은 당 초선의원들은 열광했다. "논리적이고 결연하다" (배준영 의원), "우리나라 최고 경제학자의 첫 본회의 발언" (박수영 의원), "'검사내전'보다 윤희숙의 '정책의 배신'을 읽어라" (김웅 의원)는 찬사가 쏟아졌다. 윤 의원의 연설 동영상은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화제에 올랐다.

▲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이 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용 의원도 전문성을 살려 눈에 띄는 활약을 했다. 전문 체육인 출신으로 체육계 고질적인 폭력 및 성폭력 근절을 위해 힘썼다. 고(故) 최숙현 선수의 죽음을 공론화했고, 고인의 동료들이 직접 기자회견에 나와 피해 사실을 폭로하도록 설득했다. 너도나도 '최숙현법' 발의에 나설 때, 고인의 아버지 최영희 씨를 찾아가 차분하게 법안 내용을 알렸다.

이 의원은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는게 아니다. 숙현이의 억울함을 풀고자 한다. 조금만 믿어달라고 아버지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의원은 4일 통합당 의원 중 유일하게 본회의장 연단에 서서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안' 제안 설명을 했다. 본회의장에는 어떤 야유와 고성도 없었다. 표결 결과 재석 275명 의원 중 270명이 찬성했다.

이 의원은 "제안설명을 하고 나서 여야 할 것 없이 박수를 쳤고, 의원들이 잘했다고 와서 격려해줬다"라며 "이런게 진정한 제안설명이지 않을까. 여야가 협치와 소통 노력을 하며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약자들에게 손을 내밀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울러 "저 역시도 향후 4년 동안 국회의원의 손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며 만나겠다"고 했다. 이 의원의 활약에 통합당 지지자들은 "통합당에도 이런 의원이 있나. 통합당도 이런 일을 하나"라며 반색했다.

▲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과 보좌진이 6월 2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 소속으로 당선된 범여권 인사인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도 이번 임시국회를 통해 주목 받는 신인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조 의원은 지난달 23일 국회 첫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한국판 뉴딜'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따졌다.

그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향해 한국판 뉴딜의 일자리 정책에 양극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고 질책했다. 그는 "사회적 격차가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다면 한국판 뉴딜은 우리 국민과 국가에 보약이 아니라 독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오로지 조롱하고 면박할 목적으로 막말과 욕설을 쏟아내는 여느 의원들과 달리 조곤조곤 정책에 관해 질문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고 칭찬했다. 조 의원의 발언에 동료의원들도 박수를 쳤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도 4일 본회의에서 이목을 끌었다. 용 의원이 당당하고 차분하게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 표결에 찬성한 이유를 설명하고, 부족한 부분과 대안을 제안하는 논리정연함에 대중은 고개를 끄덕였다. 혹자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얘기라 공감했다"고 했고, 어떤 이는 "또박또박 딱 부러진 말투로, 명쾌한 전달력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찬성 토론을 하고 있다. [뉴시스]

용 의원은 윤희숙 의원의 '5분 발언' 도입부를 차용했다. 용 의원은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며 통합당 의원들을 향해 "강남 3구 국민들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또 "부동산 기대수익을 낮추면서 조세저항을 피하고 부동산 불평등을 해소하는 직접적인 재분배정책인 토지기본소득과 결합된 토지 보유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새내기 의원들의 이번 데뷔 무대는 어느 때보다 주목을 끌었다. 부동산 등 핫이슈로 의회 내에서는 물론 국민들의 시선도 몰렸기 때문이다. 이런 무대에서 젊고 전문성 있고, 정치인의 '때'가 묻지 않은 초선의원들의 발언은 우리의 정치 현장이 어떻게 변해가야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돋보이는 초선들의 신선한 활약과 대비돼 아직도 고성과 야유를 특권인 양 일삼는 구태 의원들의 모습은 더욱 찌질해지고 있다.

K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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