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 회계의혹 석달…검찰 왜 매듭 못 짓고 미적대나

권라영

ryk@kpinews.kr | 2020-08-05 16:49:57

언론서 제기한 의혹 잇따라 언중위 '정정보도'
이나영 이사장 "먼지털이식 수사 중단해 달라"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 대한 회계 의혹이 제기된 지 약 3개월이 지났지만 검찰 수사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이러한 가운데 정의연이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 9개 언론사 13개 기사 중 6건이 조정성립, 5건이 강제조정되면서 관련 의혹 수사는 더욱 힘이 빠질 전망이다.

▲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5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에서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5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기자회견'에서 "(언중위에서) 기사 삭제, 정정보도, 반론보도, 제목 수정 등 11건의 조정성립 혹은 강제조정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정보도 대상에는 "하룻밤에 술값으로 3300만 원을 썼다"거나 "방탄소년단 팬덤 아미가 기부한 패딩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받지 못했다"는 내용의 기사도 포함됐다.

정의연은 앞서 이러한 의혹에 대해 "대표 지급처 1곳만 기재한 것이다", "모든 피해자들에게 패딩 점퍼가 전달됐다"와 같은 내용으로 해명한 바 있다.

정의연 회계 의혹에 윤석열 "신속 수사" 지시

회계 의혹은 지난 5월 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열면서 불거졌다. 이 할머니는 당시 "성금·기금 등이 모이면 할머니들에게 써야 하는데 할머니들에게 쓴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후 언론들이 앞다퉈 관련 의혹을 보도하자 일부 시민단체들은 정의연 전 이사장이었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고발하고 나섰다.

검찰은 5월 20일 정의연과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섰다. 다음날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도 압수수색했다.

▲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사무실 문이 지난 5월 19일 닫혀있다.[정병혁 기자]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은 "내부 회계 검증 절차를 추진하며 감사 자료를 준비하는 중이었고 공익성과 전문성,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누누이 약속한 뒤였으며 쉼터 자료를 이미 제출하기로 검찰과 합의한 터라 충격과 서글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의연 측은 5월 23일 검찰의 출석 통보를 받고 26일 첫 번째 면담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같은 달 해당 의혹을 신속히 수사하라고 지시하면서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됐다.

검찰 수사 지지부진…제기된 의혹도 '정정'

그러나 수사가 시작된 지 두 달이 훌쩍 넘도록 검찰은 이렇다 할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안성 힐링센터 매입과 매각, 개인 명의 계좌로 후원금 모금 등 의혹의 핵심으로 꼽혔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소환도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의연 쉼터가 아니라 나눔의 집에서 지내다 14년 전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유족까지 불러 조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먼지털이식 수사"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또 참고인으로 소환했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연 전신) 전직 직원 A 씨가 출석을 거부하자 피의자로 전환해 재소환했다는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검찰은 A 씨와 관련해 "출석 요구 등 과정에서 일체 위법하거나 부당한 사항이 없었다"고 해명해야 했다.

이러한 가운데 정의연이 언중위에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조정을 신청한 기사 13건 중 11건이 조정성립 또는 강제조정 판결을 받았다. 해당 기사들은 국고 보조금 반환 관련 논란, 패딩 미전달 논란, 지급처 지출 내역 논란 등이다.

이처럼 언론을 통해 제기된 여러 의혹들이 잇따라 정정보도 판결을 받으면서 이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난항을 겪게 됐다.

▲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병혁 기자]

이나영 "먼지털이·저인망식 수사 중단해 달라"


이 이사장은 지난달 22일 제1449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정의연은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가 진행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검찰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면서 "수십 개의 문항이 담긴 서면질의서에 매번 응답하고 일주일에도 몇 차례나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하루 종일 조사에 임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용기 있는 피해자들과 전 세계 시민들이 함께 쌓아올린 공든 탑을 무너뜨리지 말아 달라"면서 "무리한 먼지털이식 수사, 저인망식 수사를 중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현재도 수사는 계속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A 씨를 소환해 2014년께 정대협이 받은 국고보조금 사용 내역과 관리 방식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연 관계자들도 여전히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이사장은 5일 "여전히 진행 중인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면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진행 과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육체적 충격과 고통을 견디며 소환과 질의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연과 이용수 할머니 사이의 갈등은 상당 부분 봉합된 모습이다. 이 할머니는 오는 12일 '제8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세계연대집회 기자회견'에 참석할 예정이다.

정의연은 이번 의혹 제기를 발판 삼아 '성찰과 비전 위원회'를 조직했다. 이 이사장은 "미처 살피지 못한 부분은 성찰하고 운동의 초기 정신과 의미를 확장·계승하기 위한 노력"이라면서 "미래 세대에 물려줄 더 단단한 구조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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