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월북' 24세 남성, 북에서 어떤 대접 받을까
김광호
khk@kpinews.kr | 2020-07-28 15:32:36
"체제선전 동원된 후 처벌될 것" vs "북에서 이용가치 없어"
3년 전 한강 하구를 수영으로 건너 탈북했다가 최근 헤엄을 쳐 다시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진 김모(24) 씨의 탈북 경위와 한국 생활, 월북 방법 등에 관심이 쏠린다.
28일 군과 경찰에 따르면 김 씨가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곳은 한강하구에 있는 강화도다. 강화도 일대 한강하구는 남북 간 거리가 짧은 곳은 2km 안팎에 불과한데, 김 씨는 여기서 강을 건너 북측으로 간 것으로 추정된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현재까지 군은 김 씨가 (강화도) 연미정 인근에 있는 배수로를 통해서 월북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감시장비에 포착된 영상을 정밀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전날 배수로 근처에서는 김 씨가 소유한 것으로 보이는 가방이 발견되기도 했다. 군 당국은 가방에 환전한 영수증, 물안경, 옷 등 여러 물품이 있었으며, 특히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물품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환전 영수증이나 통장을 통해 신원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1996년생 남성으로, 지난 2017년 수영을 해서 한강하구를 통해 남측으로 내려왔다. 군 당국에 따르면 개성에서 중학교를 나온 그는 귀순 전 개성시 개풍군 해평리에서 거주하며 농장원으로 일했다.
김 씨는 지난달 23일과 26일 지인인 탈북민 김진아씨의 유튜브 채널 '개성아낙'에 출연해 자신의 탈북 경위를 자세히 소개했다. 그는 "개성공단이 깨지면서(폐쇄되면서) 장사가 안 됐고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며 "살기가 힘들어서 탈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쌀장사를 하는 고모네가 잘 살아 도움을 많이 받았었는데 공단이 깨지고 고모도 시골 쪽으로 내려갔다"며 "이후 귀가 좋지 않은 제가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개성시 해평리 백마산에 올라가 웅덩이 물과 개미가 끓는 효모 빵을 먹으며 사흘을 지내다가 '이렇게 죽는 것보다 (남한에) 한 번 가보고 죽자'는 생각에 탈북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김 씨는 탈북경위에 대해서도 "오후 3시쯤 분계선 고압선과 가시 철조망을 2차례 넘어서 지뢰밭을 건넜다"며 "지뢰밭을 건넌 뒤 한강 옆 갈대밭에서 3시간을 숨어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불빛만 보고 수영을 한참 하다가 분계선이 좀 가까워졌을 때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다"며 "땅을 밟고 올라갔는데 분계선 문을 열고 군인 8명 정도가 나와서 나가자마자 쓰러졌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또 당초 1시간이면 남한 땅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7시간 30분 가량이 걸렸다며 고생담을 밝히기도 했다.
탈북 이후 한국에 정착한 그는 정부가 제공하는 경기 김포시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거주했으며, 직장생활을 하다 최근 코로나19로 실직한 상태였다. 지난달 거주지인 임대아파트를 처분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김 씨는 지난달 김포시 자택에서 12일 알고 지내던 여성 A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한 차례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은 뒤 경찰에 입건됐고, 이달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경찰에 따르면 A씨의 남자친구가 사건 발생 2시간 후인 당일 오전 3시 26분께 112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피해자가 있던 인천 한 병원에서 증거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지난 4일 국과수로부터 피해자의 몸에서 피의자의 유전자 정보(DNA)가 검출됐다는 통보도 받았다.
이에 처벌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 김 씨가 월북을 계획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진아씨는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김씨의 지인으로부터 그가 '월북하겠다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18일 오후 경찰에 알렸지만 경찰관이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 "김씨가 월북하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해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상태였다"며 "김씨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김 씨가 사전에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등 치밀하게 월북을 준비해 왔다는 증언도 나온다.
김진아 씨는 "(김씨가) 정부가 제공하는 임대아파트 보증금 1500만원을 비롯해 미래행복통장과 취업장려금 약 2000만원, 자동차를 대포차로 판매한 금액 등 약 3000만∼4000만원을 달러로 사전에 바꾼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탈북자들도 김 씨의 '수영월북' 소식에 적잖게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 탈북자는 UPI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 씨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주변으로부터 소식은 들어왔다"면서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한줄 알았는데 범죄를 저지르고 북한으로 돌아갈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자도 "탈북자들 사이에서 월북소식이 간혹 들리는데 대부분 탈북자들에 대한 남한 사회의 차별이나 고향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라며 "범죄를 저지른 탈북자들도 처벌을 달게 받고 남한에서 다시 열심히 살아가려는 마음이지 북으로 도망가진 않는다. 그런데 이번 일이 나쁜 선례가 돼서 탈북자에 대한 국민 인식이 더 안좋아질까봐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재입북한 김 씨는 앞으로 북에서 정상 생활이 가능할까. 몇몇 대북 전문가들은 김 씨가 북한에서 체제선전에 동원된 후 처벌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최근 재입북한 것으로 알려진 탈북민이 북한 내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한국에 책임을 전가할 구실을 제공하거나 체제선전을 위해 동원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맥스웰 연구원은 "재입북한 탈북민들은 대개 체제선전을 위해 동원된 후 북한 당국에 의해 처벌받는다"며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의 경험을 전할 위험이 있어 가족 및 일반 북한 주민들과 접촉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유튜브 '왈가왈북' 진행자이기도 한 탈북자 홍강철씨는 김 씨가 북에서 선전에 동원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홍 씨는 UPI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 씨처럼 경제난 때문에 북을 탈출한 탈북자들은 북한 당국에서 선전에 써먹을 가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욱이 김 씨는 남한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북으로 도망친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이용 가치가 없다"며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구실로 활용한다면 모를까 체제 선동에는 동원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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