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수위 낮춘 군사력 발언…트럼프 통큰 '당근' 겨냥하나
김광호
khk@kpinews.kr | 2020-07-21 15:05:54
경제제재 해제 원하나 비핵화와 맞바꾸기엔 수용 어려울 듯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핵' 표현은 자제한 채 '전쟁억제력 강화' 방안을 논의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대남 군사행동 보류에 대한 추가 언급을 일체하지 않으면서 대남 수위조절에 나섰다는 분석과 함께 북미대화 가능성을 지켜보는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19일 "김정은 동지께서 전날 노동당 군사중앙위원회 제7기 5차 확대회의를 지도했고, 이와 별도로 비공개회의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은 지난 8일 김일성 주석 사망 26주기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일정 이후 11일 만이다.
통신은 "비공개회의에서는 한반도 주변 군사정세 문제와 중요 부대들의 작전 동원태세를 점검하는 등 '전쟁 억제력' 관련 핵심 문제들을 토론했다"면서도 구체적인 회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5월 제7기 4차 확대회의서 언급한 '핵전쟁억제력'과 비교할 때 '전쟁억제력'은 절제된 표현으로 다소 수위를 낮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는 김 위원장이 지난달 23일 대남 군사대응 보류를 결정한 예비회의 이후 열려 사실상 본회의 성격을 띈다.
이로 인해 대남 군사행동 보류에 대한 추가 언급이 나올 수 있어 주목받았으나 관련 사안이 언급되지 않아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이 비공개회의라는 형식을 강조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오는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압박하기 위한 '선제적 메시지'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한미연합훈련 진행 여부 등에 따라 추가 도발할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날 확대회의에서 핵심적인 중요 군수생산 계획 지표들을 심의·승인했는데, 이것이 군사력 강화를 위한 각종 무기 개발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다.
아울러 대미 관련 언급을 자제한 북한이 북미 대화에 적극적인 태도나 낙관적인 인식은 노출하지 않는 선에서 다음 단계 대응을 고심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제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북한 대응은 최근 몇 주일 사이에 비교적 회의적인 반응에서 부분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단계로 달라졌다.
미 싱크탱크인 국익연구소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담당 국장은 16일(현지시간) 현지 우파 잡지 '아메리칸 컨서버티브' 게재한 글에서 미 정부가 북한에 새로운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국무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과 협상이 타결된다면 올 가을에 아시아의 특정 수도에서 3차 북미 회담이 열릴 수 있다"며 "미 정부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상황이라면 북미 정상을 만나게 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이처럼 최근 미 정가에선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이 제시할 '당근'이 단계적인 경제재제 해제 정도일 것으로 보여 북한의 입장에서 경제 회복이 급하긴 하지만 비핵화와 맞교환하기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미국이 3차 북미회담의 군불을 때고 있지만 '빅딜' 제안이 아니라면 회담 가능성은 작을 것이란 관측이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 재선 가능성이 줄고 있다는 분석이 많아지면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변경되는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대응 전략 마련이 더욱 복잡해졌다.
이와 관련해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북한의 이번 회의는 미국과의 3차 정상회담 여지를 남겨 놓고 있는 상태에서 미국이나 한국을 자극하기 보다는 복잡한 대내외 상황을 좀 더 지켜보기 위한 '숨고르기' 차원의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북한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해 자신들이 원하는 걸 받아내야 하는데 너무 압박을 하면 트럼프 대통령 재선의 악재로 등장할 수도 있어 상황을 관망하면서 그 다음 수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여전히 북한이 할 수 있는 여러 카드는 다 열려 있다. 다음달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할 경우 북한이 다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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