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페미니즘 신념 있다고 쉽게 해고하는 악습 없애라"
권라영
ryk@kpinews.kr | 2020-07-14 17:57:59
류호정 "게임업계 여성혐오·차별 실태조사 실시하라"
국가인권위원회가 게임 업계에 여성 작가 배제 관행을 개선하라는 의견을 표명한 것에 대해 여성·시민단체들이 정부와 유관기관에 이행을 촉구했다.
전국여성노동조합과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32개 단체는 14일 '게임 업계 사상검증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저희는 게임 업계에서 더 이상 사상검증 내지는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직장을 잃고 일자리를 잃고 자기의 경력을 잃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더 이상 벌어지면 안 된다는 마음을 모아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 업계 사용자들이 자신은 사업하는 사람이니 돈을 못 벌까 봐 잘랐다고 말했다"면서 "이렇게 사회적 책임 없이, 무책임한 발언으로 돈을 벌겠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번 의견 표명을 계기로 프리랜서 노동자들을 위한 보호, 사회가 확실하게 책임지는 계기가 돼야 하고 아무 제재도 가하지 못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제대로 개정됐으면 좋겠다"면서 "프리랜서 노동자는 어떻게 보호돼야 하며 게임 업계에서 페미니즘이라는 이유의 차별은 어떻게 없어져야 하는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몇 년 전 게임 업계 노동자였던 시절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동료가 회사에 신고했던 일을 기억한다"면서 "밥벌이의 공간에서 혐오를 만난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류 의원은 게임 업계 경영진에게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혐오 없이도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업계 문화를 조성하는 데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대해서는 "게임 업계 내 여성혐오 및 차별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여성혐오와 차별적 관행을 근절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김희경 전국여성노조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장은 "기본 인권이 침해된 사항을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국가가 보호해주지 않는 상황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프리랜서도 국민의 일원일진대 국가 및 유관기관의 그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다"면서 "이러한 소외감과 박탈감은 피해당사자에게 더욱 큰 가해로 다가온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회는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데 법은 너무나 뒤처져 있다"면서 "정부 및 유관기관은 법망에서 소외돼 사각지대에 위치한 창작노동자들을 위한 구체적 법안을 하루빨리 상정해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인권위는 "여성 일러스트레이터와 웹툰 작가가 페미니즘 관련 이슈에 동의를 표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온라인상에서 혐오와 괴롭힘의 대상이 되고 업계에서 사실상 퇴출됐던 사건과 관련해, 문체부 장관,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및 관련 피진정인들에게 게임 업계 내 여성 혐오 및 차별적 관행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페미니즘 관련 글에 '좋아요' 또는 공유를 했다는 등의 이유로 불이익을 당한 피해자 6명이 2018년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한 데 따른 의견이다.
인권위는 피해자 5명의 경우 프리랜서 사업자로 조사대상이 아니라며 각하했고, 회사 직원이었던 1명은 진정의 원인이 발생한 날로부터 1년 이상 지난 뒤 진정했다며 각하했다.
그러면서도 "법적·제도적 개선과 기업들의 관행 개선이 필요한 사안으로 판단된다"면서 콘텐츠진흥원에 "게임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의 업체 선정기준을 개선하는 등 여성혐오 및 차별적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했다.
문체부 장관에게는 "관련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해당 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바라며, 게임업계 종사자들에 대한 법적·제도적 보호를 위해 문화예술진흥법상 '문화예술'의 범위를 '게임' 분야까지 확장하는 법률 개정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날 대독된 피해자 발언에서 한 피해자는 "2년여 간의 기다림 끝에 나온 결정문은 아쉬움이 많다"면서 "다시 한번 이 사회가 프리랜서가 살아가기에 얼마나 가혹한 환경인지를 깨닫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국가가 이 사안에 대해 심각성을 알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미약한 희망을 가져보고 싶다"면서 "사건이 있기 전처럼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상을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인권위의 결정에 대해 "한계도 있으며 당장의 복귀도 되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다"면서도 "혐오를 멈추라는 그 문장 하나가 여성도 게임을 향유하는 유저이고 사회구성원이라고 다시 한번 말해줬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회사들의 비겁한 변명을 꼬집는 그 말이 업계인들이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K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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