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무는 검찰 수사심의위…제도적 허점은?
주영민
cym@kpinews.kr | 2020-07-14 16:19:06
국민적 의혹·사회적 이목…여론몰이 좌지우지 가능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이 수사와 기소 전 과정에서 각 분야의 외부 전문가들에게 심의를 받아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검찰 자체 개혁의 일환으로 도입한 제도다.
지난 2017년 12월 대검찰청예규 운영지침이 마련됐고 대검찰청에 설치돼 검찰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자 문무일 전 검찰총장 시절인 2018년 1월 2일부터 시행됐다.
사실상 검찰의 자체 개혁 과제 1호인 수사심의위가 도입된 지 2년 반이 흐른 2020년 6월까지 총 8번의 수사심의 결정을 모두 따른 바 있다.
9번째 수사심의위 대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관련 사건이다. 불기소 판단이 나온 해당 사안마저 검찰이 따른다면 수사심의위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검찰의 무소불위의 권한을 견제하는 제도로써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올 법하다.
하지만, 채널 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간 공모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총 5건의 수사심의위 신청이 이뤄지면서 해당 제도가 검찰수사를 기피하기 위한 창구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은 주지하다시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헌정 사상 두 번째 수사지휘권 발동을 불러오면서 윤석열 총장과 극명하게 대립해 논란을 빚었던 사안이다.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받아들이면서 논란은 일단락한 모양새다.
그러나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측이 신청한 수사심의위 소집이 오는 24일로 결정되면서 나머지 신청에 대한 결과에 세간의 관심이 모인다.
심의가 부결된 채널A 전 기자 이모 씨 건을 제외한 나머지 3건의 수사심의위 요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열려 있어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조계 일각에서는 수사심의위가 일종의 여론몰이를 위한 도구로 변질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해 수사 계속 여부,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된 사건의 수사 적정성·적법성 등을 심의한다.
'국민적 의혹'과 '사회적 이목'이라는 단어에서 볼 수 있듯이 모든 사건이 다 수사심의위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다. 또 신청 건이 모두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다.
사건관계인은 수사 중인 검찰청이나 종국처분을 한 검찰청의 검찰시민위원회에 위원회 소집을 신청할 수 있지만, 부의심의위원회에서 비공개로 개최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원들이 양측에서 제출한 사건 기록, 의견서 등을 통해 수사심의위 개최 여부를 판단하는 데 이번처럼 같은 사안을 두고 여러 건의 신청이 이뤄진 선례가 없다. 같은 사안을 두고 각기 다른 판단이 나올 경우 부의심의위 결정 자체에 대한 논란의 소지가 생길 여지도 있다.
부의심의위에서 반대가 결정되면 수사심의위 소집은 자체가 무산되기 때문이다. 채널 A 기자가 신청한 건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와 달리 이철 대표가 신청한 건이 받아들여지면서 같은 사건에 다른 각기 다른 관련자가 신청한 수사심의위 판단이 엇갈리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수사심의위가 열리기 전부터 공정성 논란이 제기될 여지가 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국민적 의혹·사회적 이목에 대한 판단 역시 주관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보니, 언론에 보도되며 여론몰이가 이뤄지면 부의심의위가 이를 회피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경지검 출신 한 변호사는 "수사심의위가 검찰 자체 개혁 방안이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검찰시민위원회 즉 시민의 결정에 따르는 제도라지만, 애초에 국민적 의혹·사회적 이목이 있는 사건에 대해 적법성을 심의하겠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사안에 대한 관련자가 모두 수사심의위를 요청한 적이 없다 보니 발생한 문제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같은 사건에 다른 결정이 나온다는 것은 부의심의위원이 누구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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