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없이 찾아온 코로나 사태…'기본소득·차별금지법' 등 급부상
포스트코로나 불확실성 대비 전략…"위기의 상시화 논의도 필요"
예고 없이 찾아온 '코로나19'는 불과 반년 사이에 온세상을 흔들어 놓았다. 1~2년안엔 극복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포스트코로나를 위한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가치 기준)을 이야기하고 있다. 삶의 패턴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새로운 표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하철 혼잡 시간 마스크 미착용 승객에 대한 탑승 제한이 시작된 지난 5월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역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정병혁 기자]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감염병의 뉴노멀 시대에 적절히 대응하라고 강조했다. 또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코로나19가 세계 질서를 영원히 바꿔놓을 것이라며 새로운 시대를 대비한 계획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학계와 언론계에서도 생태 및 경제 분야 등에서의 성찰적 대안을 심도 있게 토론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인류 공통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뉴노멀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시작됐다.
특히 '기본소득'과 '디지털·그린뉴딜', '차별금지법' 등이 정치적 담론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불확실성에 대비한 전략으로 각각의 담론이 현재 어떻게 추진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 시대전환은 기본소득당, 녹색당,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와 함께 지난 2월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본소득 입법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본소득당 제공]
기본소득, 시대정신의 중심에 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사회 안전망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서 기본소득 논쟁에 불이 붙었다.
기본소득제란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매달 일정액을 조건 없이 지급하는 제도다. 2016년 6월 스위스의 기본소득 도입 시도는 이 의제를 대중화한 계기가 됐다. 한국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전 국민에게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을 계기로 기본소득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에 '쩐'의 위력을 실감한 정치권에서는 최근 '전 국민 30만원', '전 국민 80만원', '전 국민 고용보험' 등 여야의 베팅 경쟁이 벌어졌다.
기본소득 찬성론자들은 기업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최저 생활비를 지급, 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현실성이 떨어지고 효과 검증이 안 된 제도라는 걱정이 많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코로나발(發) 경기 침체로 어려운 상황에서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면 재정 부담만 더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전 국민에게 생활비를 지급하려면 상당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건강보험 등 기존 복지제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기본소득을 추가로 도입하려면 결국 증세를 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의 저자이기도 한, 오준호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비서관은 UPI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본소득은 포스트코로나 이후 불확실성이 커진 현 시대에서 국민들이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오 비서관은 "감염병으로 인해 이제는 우리 경제가 고용이나 취업에만 의지할 수 없어졌기 때문에 새로운 분배 인프라를 구축해야한다"면서 "이제는 '소비경제' 시대가 아닌 '면역경제' 시대다. 인간으로서 조건없이 보장되는 최소한의 소득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예측 불가능한 앞으로의 위기에도 상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새로운 성장 정책 '디지털·그린 뉴딜'
"튼튼한 고용·사회안전망을 토대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두 축으로 세워, 세계사적 흐름을 앞서가는 선도국가로 나아가겠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 기조 연설을 하면서 했던 발언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경제 위기가 촉발되자 정부와 청와대가 '디지털·그린 뉴딜'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들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발판삼아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문 대통령이 주재한 한국판 뉴딜 보고대회에서 종합계획을 보고했다.
정부는 우선 디지털 뉴딜 분야에서 데이터 산업을 육성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데이터를 기업들이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끔 15개 분야에서 빅데이터 플랫폼을 만들고 14만 개의 공공데이터를 순차적으로 개방한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제7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그린뉴딜 대책도 나온다. 그린뉴딜에는 급격한 기후변화를 막자는 목표만이 아니라 산업을 친환경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먼 미래에는 제조업 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정부는 친환경 기술을 보유한 기업 100곳을 선정해 2022년까지 연구개발부터 사업화 작업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태양광·풍력·수소 등 3대 신재생에너지 기반을 만들기 위해 정부는 융자를 제공하고 건물, 주택, 농촌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그런데 '그린뉴딜'과 관련해 여전히 구체적 의미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다. 또 문재인 정부가 한국형 뉴딜에 포함한 그린뉴딜이 사실상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과 같다는 비판이 각계에서 제기돼 왔다.
더욱이 국회 예산정책처의 '2020년도 제3회 추경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회는 3차 추경안에 제안된 '한국판 뉴딜 사업'에 대해 "새롭고 혁신적인 정책이라는 의미의 '뉴딜' 사업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기 어려운, 사업목적이 불분명하거나 사업계획과 사전절차가 미흡해 사업효과를 담보하기 어려운 사업들이 상당수 편성돼 있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보완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운동가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UPI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린 뉴딜 정책이 코로나발 경제 위기와 기후변화 위기를 동시에 해결할 열쇠"라며 "그린 뉴딜은 전력 판매를 독점하는 한국전력처럼 특정한 사람, 특정 기업이 향유하는 산업이 아니다. 내 집에서 만든 태양열 전기를 옆집에 팔 수 있고 내가 아낀 전기를 남에게 팔 수 있는 것처럼 모두에게 열린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린 뉴딜이 성공하려면 정부가 재정 투자와 규제 개혁 등을 통해 관련 시장이 열리도록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로 부각된 우리 사회의 차별성…'차별금지법' 재점화
이와 함께 코로나19 사태 이후 차별과 혐오를 멈추자는 국민 공감대가 어느 때보다도 넓어진 상황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정치·경제 등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이뤄지는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인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의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 차별 유형에는 성별, 장애,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 23개 항목이 망라됐다.
사실 차별금지법이 처음 발의 된 것은 노무현 정부 때다. 법무부는 2007년 10월 병력, 출신국가, 언어, 가족형태, 성적지향, 학력 등 7개 차별금지 사유를 담은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개신교계의 강력한 반발 등으로 2008년 17대 국회 회기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제20대 국회의 경우 정의당 외 공동 발의자를 구하지 못해 발의조차 하지 못했다.
이번 국회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법안 발의 요건(10명)도 가까스로 채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이 최소 100명 이상 공동발의자를 모아 차별금지법 대표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대 여당의 중진 의원이 보수 기독교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법안 발의에 나설 경우,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통과 가능성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혁신성장그룹장이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포스트코로나'와 관련해 ‹UPI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광호 기자]
"우리 사회 목적지에 대한 논의가 없다"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혁신성장그룹장 제언
"'포스트코로나'와 관련해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 번째는 '위기의 상시화'다. 일단 기후변화가 심각하다. 기후변화와 더불어 물 부족, 팬데믹, 생태계 파괴 등 '복합위기'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위기의 상시화 속에서 살아야 하나'에 대한 궁리를 시작해야 한다.
두 번째는 '미래'다. 미래는 '가능미래'와 '선호미래'로 구분된다. 한국사회가 제한적으로만 가능미래에 대한 탐색은 진행되고 있는데 선호미래에 대한 생각이 없다. 우리 사회의 목적지에 대한 논의가 없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부각된 기본소득과 차별금지는 국민들이 원하는 선호미래상에 속한다. 최근 한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이 원하는 미래상의 요소는 생태도시, 균형발전, 인간 중심 자동화, 글로컬(글로벌+로컬), 부담없는 가족형태 등으로 나타났다. 선호미래는 가능미래 뿐만 아니라 나와 가족이 함께 살고 싶은 바람직한 미래다. 포스트코로나를 계기로 이러한 논의가 본격화 될 때이다"
◆박성원은…
△ 하와이 마노아 주립대학교 정치학 박사 △ 국회의장 직속 기관인 국회미래연구원 혁신성장그룹장(연구위원) △국민대 사회학과 대학원 겸임교수 △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디지털 전환과 미래의 일' 위원회 위원 △ 미래학회, 미래의료인문사회학회 학술이사 △ 행정안전부 지자체 합동평가단 평가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