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등 취약층 같은 재난이지만 전혀 다른 세상 살고 있어"
권라영
ryk@kpinews.kr | 2020-06-26 09:58:19
이동석 "장애인 지원서비스는 사람 중심으로 가야"
오향순 "노인복지시설, 객관적인 실태조사 필요해"
박세경 "아동 참여권 고려해 새로운 일상 준비해야"
코로나19 확산으로 복지시설 등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이 문을 닫았다. 학교는 겨우 문을 열었지만 아직 이전처럼 매일 등교는 어렵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장애인과 노인, 아동 등이 불편을 겪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25일 '코로나19 속 우리의 돌봄은 안녕한가?'라는 주제로 콜로키움을 열었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물리적 공간이 아닌 '웨비나(웹세미나)' 형태로 진행됐다.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는 특별 강연에서 "바이러스는 국경·국적·민족·인종·성별을 가리지 않는다고 얘기한다"면서 "이 말은 일정 부분 사실이지만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환경에서 인간은 바이러스에 노출되고, 바이러스에 더 빈번히 노출되는 환경이 특정 집단에서 더더욱 빈번하게 드러난다"면서 "같은 재난을 맞이했지만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지원서비스, 개별화로 나아가야"
이동석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장 중요했던 것은 정보"라면서 "사회적 격리가 뭔지, 사회적 격리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런 정보들이 많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그 정보를 받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으로 드러난 장애인 지원서비스의 문제로 공공서비스의 부재로 민간의 헌신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 돌봄의 재가족화, 개별화 지원의 실패를 꼽았다.
아울러 "기존 지원서비스의 변경이 필요한데 누구의 기본권도 훼손되지 않는 정책이 원칙이었으면 좋겠다"면서 "기존 장애인 복지서비스가 개별·유연화된 방향, 사람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미영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사람중심서비스국장은 "팬데믹 기간에도 장애인 지원서비스는 진행돼야 한다"면서 "집단에서 개별, 시설 중심에서 가정과 지역사회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또 "우리 기관도 온라인 학습을 했다"면서 "언택트 서비스에 대한 지원은 학교 현장 못지않게 장애인의 보통의 삶을 지원하고 평생교육을 책임지는 기관에도 지원돼야 한다고 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노인복지시설, 체계적 감염관리시스템 필요"
오향순 순천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는 노인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먼저 "확진자 중 60세 이상이 23% 정도를 차지하는데 사망자 중에서는 96%"라면서 "대부분의 사망이 노인에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노인의 감염전파에 대한 인식과 수행 수준이 낮다"면서 "교육과 훈련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60대와 70대의 인터넷 사용률이 매우 차이가 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정보를 줄 때 어떤 자원을 이용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인복지시설 감염관리현황을 살펴봤는데 중요한 점은 체계적인 감염관리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라면서 "객관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고, 시설에서의 감염관리지침을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민홍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복지법에 의하면 노인시설을 관리·감독하게 돼 있는데, 보통 한 명의 공무원이 전체 구나 시를 담당하기 때문에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건강보험공단에서 3년마다 시설평가 하고 있는데 48개 평가지표 중 3개 정도가 감염 관련"이라면서 "3문항이 아니라 15개 이상으로 확대해서 감염관리를 잘못했을 때는 평가에 낮은 등급을 받게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동의 참여권 고려해 소통 창구 마련돼야"
박세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서비스정책연구실장은 "아동은 의료적으로는 상대적으로 이번 사태에 안전하지 않았냐 할 수 있지만 의료적으로 안전한 것이 절대 아동을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실직·소득 감소·가족 갈등의 심화 등 가정이 경험하는 위기가 고스란히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상황이 학대와 폭력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아울러 "경찰청에서 4월에 전년 대비 우리나라의 가정폭력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고 소개하면서 "폭력 가해자와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전화 신고조차 쉽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가 얘기하는 아동 권리적 측면에서 발달권이나 보호권 그리고 나아가서는 아동의 참여권까지 고려하면서 새로운 일상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김선숙 아동권리보장원 아동정책평가센터장은 "아동을 감염병에 취약한 존재로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문제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존재라고 우리가 먼저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지 않을까"라면서 "아동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창구들이 다양하게 마련돼야겠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이번에 질병관리본부에서 아이들에게 미리 질문을 물어보고 답변을 하는 기회를 상징적으로 가졌는데 굉장히 중요한 시도라고 생각한다"면서 "아동들 스스로 세상의 구성원이라는 것을 알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