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대북 해법…文정부, 어떤 카드 남았나
김광호
khk@kpinews.kr | 2020-06-19 15:11:59
"대미 특사로 미국 설득…남북미 정상회담도"
"15일 남조선 당국이 특사파견을 간청하는 서푼짜리 광대극을 연출했다."
이는 지난 17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남측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특사로 파견하겠다는 제안을 했으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이를 거절했다고 보도한 내용이다.
정부가 내놓은 회심의 카드인 '대북특사'까지 막히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남북관계의 답답한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북 전단' 사태 이후 남북관계가 20년 전으로 후퇴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6일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한 데 이어 17일에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구에 군부대를 다시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은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복구와 서해 군사훈련을 재개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결국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겠다는 얘기로, 우발적 군사충돌 우려까지 커진 상황이다.
최근 우리 정부도 북한의 막무가내식 행동에도 불구하고 비판을 자제해왔던 태도를 완전히 바꿔 강경 대응 기조로 돌아선 모습이다.
청와대는 17일 김여정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행사 발언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담화를 낸 것과 관련해 "취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매우 무례한 어조로 폄훼한 것은 몰상식한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북한과 '강 대 강' 대치 국면으로 치달을 경우 남북 관계 자체가 2000년 6·15 공동선언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게 되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남북 관계 경색 국면이 장기화되면 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한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비무장지대 국제평화지대화 △김정은 위원장 서울 답방 등의 사업들 역시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남북 간 손상된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빨리 만들어 이번 사태의 불씨가 된 대북전단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외교안보통일정책도 냉정히 점검해 상황이 왜 이렇게 악화됐는지 규명하고, 창의적 해법을 가동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앞서 남북은 2017년 북한의 핵실험 도발이 이어지는 난국에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관계가 급진전됐던 경험이 있다. 현재까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면에 등장하지 않고 있는 점도 충분히 고려할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17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임동원·박재규·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등 대북 전문가들과 오찬을 갖고 경색 국면에 접어든 남북 관계에 대한 고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일방적 파괴와 관련해 "국민들이 큰 충격을 받고 분노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도 실망과 화, 좌절감을 느낀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그렇지만 인내를 갖고 필요하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북측에 거절된 '대북 특사'를 대신할 '대미 특사' 카드도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른다. 미국을 상대로 대북제재 완화의 불가피성을 설득하고, 이를 모멘텀으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를 전격 방문했다.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방미가 이뤄진 만큼 사실상 '특사'로서 미국을 방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를 부인했지만, 북한의 폭로로 드러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서훈 국가정보원장 대북특사와 마찬가지로 미국에도 상황 타개를 위한 특사를 보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대북특사로 활동했던 박지원 민생당 전 의원은 남북관계 경색을 풀 카드로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을 꼽았다. 박 전 의원은 "(미국) 대선 정국을 유리한 정국으로 만들 수 있는 그런 터닝포인트도 되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해야된다"고 강조하면서 그 시기로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 오는 11월 이전을 제시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과의 협력을 통한 외교적 해법을 제안한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부 교수는 "현재 북한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이미 예고한 것들은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우리 정부로선 현 위기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한미간의 공조가 우선 필요하나 중국을 끌어들인 외교적인 해법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 교수는 "북한이 이렇게 나오게 된 것은 중국과의 사전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여전히 중국은 북한에 대해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으로서도 한반도에 극도의 긴장감이 조성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잘 활용해서 북한의 군사적 도발까지 이뤄지지 않도록 외교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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