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이냐 '등원'이냐…'안보 위기' 돌파할 통합당 묘수는
남궁소정
ngsj@kpinews.kr | 2020-06-19 09:37:24
"상임위 '18대 0'으로" vs "외교·안보 상임위만 참여"
미래통합당이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원 구성 이후 '진퇴양난'에 빠졌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태에서 북한 이슈가 정치권의 모든 의제를 잠식했다. 사상 유례없는 상임위 강제배정부터 53년 만의 단독개원까지. 제1야당의 문제제기는 뒷전으로 밀렸다.
여당은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며 국회 등원을 압박하고 있다. 통합당은 대여투쟁을 이끌 원내 사령탑마저 공백 상태다. 이러다간 국가 위기 속 '국회 발목잡기'라는 구태를 반복한다는 눈총만 받게 생겼다. 통합당 내 '현실 타협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일부 중진 의원들이 운을 띄웠다. 3선인 하태경·장제원 의원은 통일·외교·안보 관련 상임위는 가동하자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국방위·외교통일위·정보위 등 3대 외교·안보 상임위는 참여해 북한 위협에 대한 초당적 대응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고, 장 의원 역시 "강경론은 투쟁의 수단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4선인 김기현 의원도 "불법적 조치들을 용납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회에 들어가서 야당으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선 '대여 강경론'이 우세다. 외교부 차관 출신 초선 조태용 의원은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 원 구성이 안돼서 이런 상황이 된 것에 대한 시시비비가 가려져야 한다"라며 "여당이 개원을 일방 독주식으로 몰고갔다. 민주당이 먼저 마음을 열고 타협적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법사위는 야당이 계속해왔던 전통이 있으니까 그것만 주면 다른 것은 양보하겠다"고 했다. 전날 열린 초선 의원 총회에서도 태세전환은 시기상조라는 여론이 많았다고 전해졌다. 재선 의원 모임에서 역시 "등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다수였다.
통합당의 대응책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엇갈린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18대 0'을 만들라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UPI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만약 통합당 당대표라면 상임위를 전부 다 주겠다. 그 대신 민주당을 향해 무한 책임을 지라고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가 공전으로 가는 것은 민주당 책임이다. 민주당이 상황을 분명히 알고 있는데도 밀어붙이면서 국회를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통화에서 "지금은 통합당이 장기를 발휘할 기회"라며 "상임위에 복귀해 명분을 축적하고 통합당이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통합당이 여당의 무례에도 안보의 엄중함 때문에 상임위 나가겠다고 할 때 정부·여당에 비판의 날을 세울 수 있다"라며 "외교안보라인 장·차관들을 불러 꾸짖고, 민주당을 향해 북한 문제 관련 안일하게 대응한 게 지금의 결과라고 지적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통합당은 상임위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당내 외교안보특별위원회를 가동하며 현안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 안보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17일 열린 외교안보특위 2차회의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게 현안 보고를 요청했지만, 두 장관은 현장 대응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에 "솔직히 말해서 북한 문제가 터져도 국회가 모여서 할 일은 별로 없다"며 "상임위가 열린다고 해도 새롭거나 뾰족한 대안이 나올 게 없다. 다만 위기 상황에서의 국민적 단결과 통합이라는 상징적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합당 입장에선 하태경 의원의 주장이 합리적이다. 여당이 '협치'가 아닌 '항복'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명분이 될만한 타협안이 거의 없다. 외교·안보 관련 상임위는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주호영 원내대표의 부재다. 원내 협상의 키를 쥐고 있는 주 원내대표가 칩거에 들어가며 당의 복귀 요구에 응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통합당의 상임위 부분 복귀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주 원내대표는 향후 정국이 급변해 특별한 계기가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 한동안 잠행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민주당이 주 원내대표의 복귀 명분을 마련해 통합당의 퇴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교수는 "우리 국회가 30여 년간 쌓아온 관행과 축적된 경험들이 깨졌다. 민주당도 단독으로 처리한다는 정치적 부담이 있을 텐데 초당적 협력의 모습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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