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무늬만 공정성? … 논란 자초한 '수사심의위'
주영민
cym@kpinews.kr | 2020-06-16 16:53:21
삼성과 특별한 관계 인물 위원장 임명, 우연이었나
2018년 1월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이 검찰 내부 개혁방안의 하나로 만들어 시행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공정성 논란으로 자충수에 빠졌다.
검찰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의 수사심의위 공방을 앞두고 양창수 위원장이 공정성 논란 끝에 심의에서 빠지기로 결정했지만, 절차상 현안위원 구성까지는 참여해야 한다.
심의위는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문 전 검찰총장이 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도입한 제도다.
심의위는 학계, 법조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사회 각 분야 전문가 150명 이상 250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위원은 검찰총장이 위촉한다.
위원회에는 위원장 1인을 두며 검찰총장이 위원 중에서 위원장을 지명한다. 위원장과 위원의 임기는 각 2년이며, 2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
앞서 문 전 총장은 심의위를 도입하면서 "검찰이 불신을 받는 내용을 보면 '왜 그 수사를 했느냐', '수사 착수 동기가 뭐냐'를 의심하는 경우가 있고 '과잉 수사다', '수사가 너무 지체된다'는 문제제기도 많다. 이런 부분도 (검찰수사심의위원회로부터) 점검받고 (필요하다면) 사후적으로도 수사하도록 하려고 한다"고 심의위의 역할을 규정했다.
공정성 시비를 해소하기 위해 검찰 스스로 도입한 제도가 '위원장 리스크'로 공정성 논란을 자초한 게 작금 상황이다.
양 위원장은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서울고 동기로 "오랜 친구 관계"(양 위원장)다. 또 그의 처남은 권오정 삼성서울병원장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이재용 삼정전자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 소속이다.
최근 한 경제지에 기고한 '양심과 사죄, 그리고 기업지배권의 승계'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및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이 부회장을 변호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증폭됐다.
또 양 위원장은 대법관이던 2009년 5월엔 대법 전원합의체에서 이건희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다수의견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이 회장은 자녀들의 그룹 지배권 강화를 위해 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를 이 부회장에게 싼값에 넘겨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됐는데, 최종 판결에서 대법관들은 6대5로 무죄를 확정했다.
이러한 배경과 이력을 가진 양 전 대법관이 일찌감치 심의위원장에 임명됐고, 이번에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 기소를 앞두고 수사심의를 요청한 것이 우연이겠느냐는 의혹의 시선도 없지 않다.
이날 오전 양 위원장은 여론을 의식한 듯 심의위에서 빠지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오는 26일 수사심의위에 참석할 15명의 현안위원을 선정하는 작업까지는 참여해야 한다.
심의위 운영지침 10조를 보면 위원장은 위원명부에 기재된 위원 중 무작위 추첨을 통해 15명을 현안위 위원으로 선정하게 돼 있다. 지침상 위원장 없이 현안위 구성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특히 위원장이 현안위 구성 단계 전 사퇴를 해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될 경우 다음 절차가 무엇인지가 지침에 없다.
다만, 양 위원장이 현안위를 구성한 뒤 회피 신청을 하면 양 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15명의 현안위원이 호선으로 새 위원장을 선출할 수 있다.
수사심의위 운영지침 제11조는 위원장이 회피 또는 기피 신청의 당사자가 되는 경우에는 현안위원 15명 중 1명을 호선해 위원장의 직무를 대행하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어서다.
이 경우 직무대행자 역시 질문과 표결에 참여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표결에 참여하는 현안위원은 14명이 된다.
7대7의 심의 결과가 시나리오로 가능해지는 셈이다. 이는 기소 결정이든, 불기소 결정이든 모두 '부결'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결' 결과가 나오면 심의는 다시 진행되지 않고 심의가 종결된다. 운영지침에 부결 시 재의결을 한다는 등의 규정이 없어서다.
심의위가 불기소를 결정하더라도 검찰이 이를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가 없기에 심의위 결정 자체가 부결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검찰의 기소에 힘이 더 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이 공정성을 담보하겠다고 스스로 만든 개혁안이 얼마나 졸속으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허점을 보완하지 않은 채 강행할 경우 '무늬만 공정성을 담보하는 허울뿐인 제도'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경지법 출신 한 변호사는 "제도 자체의 허점으로 공정성을 담보하고자 만든 게 오히려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며 "기소권 남용 방지 차원이자, 검찰의 셀프 개혁안인 수사심의위가 졸속으로 처리되면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수사심의위는 이미 몇 번 진행돼 경험이 있는 제도긴 하지만, 이토록 첨예한 이슈에선 처음 적용돼 혼란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제도 차제에 문제가 있다면 그 부분을 보완하고 시정해야 공정성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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