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철학 판이한 김종인·윤희숙, 정책 호흡 맞을까

남궁소정

ngsj@kpinews.kr | 2020-06-11 15:36:10

'경제민주화' 주창한 김종인 vs '시장자유' 중시하는 윤희숙
김 "빵 먹을 '물질적 자유' 중요" vs 윤 "구조개혁 먼저"
윤 "감세는 가장 좋은 경기부양책", 김종인은 '부정적'

미래통합당 경제혁신위원회(경혁위)는 순항할 수 있을까. 11일 출범한 경혁위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1호 위원회'다. '함께하는·역동하는·지속가능한 경제'를 모토로 기본소득을 포함해 재정 건전성, 사회보장제도 문제 등을 논의해나갈 예정이다.

경혁위는 김 위원장의 구상대로 '창조적 파괴와 과감한 혁신'을 이끌 정책을 개발할 수 있을까. 아니면 오히려 김 위원장의 '좌클릭' 드라이브에 제동을 거는 기구가 될까. '경제 할배'라는 별명을 지닌 김 위원장과 혁신위원장을 맡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출신 윤희숙 의원의 '케미'(케미스트리·조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윤희숙 의원. [뉴시스]

김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윤 의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한 데 대해 "윤 의원은 경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많은 공부를 한 인사"라며 "방향만 설정하면 잘 끌고 갈 것 같다는 판단으로 맡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통합당 안팎에서 '과연 두 사람의 호흡이 맞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둘의 경제철학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둘 모두 경제학 박사인데, 김 위원장은 독일 뮌스터대, 윤 의원은 미국 컬럼비아대 출신이다. 독일과 미국 만큼이나 둘의 경제철학엔 거리감이 상당하다. 

김 위원장은 일찌감치 '경제민주화'를 주창한 반면 윤 의원은 '시장자유'를 중시해온 경제학자다. 김 위원장이 강조하는 경제민주화의 요체는 '탐욕의 제어'다. "인간은 타고나기를 스스로 절제할 수 없게 돼 있다. 시장경제가 제대로 되려면 탐욕의 제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시장개입 필요성을 역설한 것인데, 윤 의원은 흔쾌히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언론 기고와 인터뷰, 저술 등으로 드러난 두 사람의 경제철학을 보면 감세, 규제 완화, 낙수효과(대기업 과실이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린다는 효과) 등 경제정책 이슈 마다 서로 동의하기 보다 대척점에 서기 십상이다. 

당장 김 위원장이 불 지핀 '기본소득'부터 생각이 다르다. 윤 의원은 지난 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당이 감당 못 할 기본소득을 이슈로 만든 것은 실수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어젠다를 문 격이다. 상대 프레임에 갇히면 결코 이길 수 없다"고도 했다. 

충돌 지점은 즐비하다. 김 위원장은 4·15 총선 당시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선거를 지휘하며 코로나19 사태로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대학생들에게 1인당 100만 원씩 특별재난장학금을 지급하자는 주장을 내놨다. 이로 인해 김 위원장이 기본소득 정책을 현실화하는 과정에 청년층을 수혜 대상으로 한 '청년기본소득'을 검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반면, 윤 의원은 올 초 발간한 저서 <정책의 배신>에서 '기본소득은 청년을 위하지 않은 청년 지원 정책'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과 서울시의 '청년수당'을 거론, "청년들의 마음을 현금 지급으로 위로해주는 것은 매우 단기적으로 휘발성의 정책"이라며 "지금 중요한 것은 기성세대와 청년들이 기회를 두고 공정하게 경쟁하지 못 하게 하는 제도적 병목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감세 정책에 부정적인 김 위원장과 달리 윤 의원은 11일 기자들을 만나 "경기부양에 가장 좋은 수단은 감세"라고 말했다. 다만 "고령화가 급속한 나라는 증세할 수밖에 없는 만큼, 어떤 방식일지에 대해선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2006년 도입돼 2009년부터 근로장려금 지급이 시작된 근로장려세제(EITC)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과 윤 의원의 시각은 다르다. 근로장려세제는 일정소득 이하 노동자에게 국가가 현금을 지원해주는 근로연계형 소득지원제도다.

김 위원장은 제도 도입 단계부터 줄곧 반대해왔다. 그는 2011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실업수당 제도가 잘 돼 있어서 일하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려고 이 제도를 도입했지만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라며 "일을 하고 싶지만 일자리가 없어서 문제다. 미국 제도 베껴서 '복지했다'고 말하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윤 의원은 자신의 저서에서 "근로장려세제는 사용자가 부담해야 하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국가 재정으로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을 보조하는 대안"이라며 "저임금 근로자 전부가 아니라 그중에서도 빈곤한 이들에 한해 보조금을 제공하는 방식이라 최저임금보다 어려운 사람을 지원하는 비율이 높아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당내 분위기도 변수다. '변화 그 이상의 변화'를 선언한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정치권에 화두를 던지며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 한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김 위원장의 급격한 '좌클릭' 행보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장제원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서 "꿈의 정책들이다. 듣기만 해도 뿌듯하다. 그러나 실현가능성에 대해 물어야 할 것 같다"며 "말만 던지고 실천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양치기 정당'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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