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이 사회주의? 오히려 공산주의에 대한 반성"

김형환

khh@kpinews.kr | 2020-06-02 13:11:28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BIKN) 안효상 상임이사
"4차산업 시대 고용불안정 이전 방식 해결 못해"
"빼앗는 개념이 아니라 전체의 부 나누자는 것"
"코로나 계기로 기본소득 논의 계속 이어갈 듯"

'4차 산업혁명, 포퓰리즘, 코로나19, 보편적 복지…' 이 모든 단어는 '기본소득'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귀결된다. 누구나에게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해준다는 기본소득. 현금성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의 목소리와 미래를 위한 해법이라는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활동가,연구자들이 지난 3월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난기본소득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제공]

이런 기본소득을 12년 전부터 연구하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BIKN·Basic Income Korea Network)다. BIKN은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라는 세계적 네트워크의 한국 지부다.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는 기본소득을 연구하는 31개의 국가 및 지역으로 구성돼있다.

"기본소득 논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경제에 대한 미래를 고민하며 시작됐어요. 고용의 불안정성, 산업자본주의에 대한 회의감으로 이전의 방식으로는 한국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겠다고 판단했어요."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하고 있는 BIKN 사무실에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에서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안효상 '대안 정치경제연구소' 부소장을 만났다. 그는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현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고민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안효상 상임이사가 지난달 25일 고양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사무실에서 <UPI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형환 기자]

ㅡ재난기본소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재난기본소득은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상황에서 하기 싫어서 일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경제를 안 돌려야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이런 상황이니 긴급한 소득보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누구나 동의할 거 같아요. 문제는 재난기본소득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비상사태 현금 소득이 필요한 상황에서 왜 거기다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첫 번째는 국가가 구성원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장해준다는 당위적인 이유예요. 두 번째 이유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누가 걸릴지 모르는 그런 상황이고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무차별적이라는 것이죠. 예를 들면 저가항공사가 문을 닫으면 기장은 고소득층에서 저소득층으로 갈 수도 있는 거죠. 예상할 수 없는 위험을 모두에게 해준다는 뜻으로 기본소득이라는 말을 쓴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ㅡ재난기본소득으로 인해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최근 몇 년간 기본소득이라는 말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어요. 그래서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확 떠오른 것 같아요.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 계기들이 여러 가지 있었죠. 일자리 보장,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불완전 노동의 확산으로부터 기존의 복지시스템이 그것을 대응할 수 없게 됐어요.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기본소득이 관심을 받고 있던 차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 계기가 된 것이죠. 기본소득의 성격이 이러한 상황과 딱 맞아 떨어진 거예요.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이번 기회에 기본소득이 각인되고 인식되기를 희망해요. 이런 상황에서는 충분히 효과가 있었다 이런 사실을 인지하기를 바라죠. 하지만 이 상황에서 영원히 살지는 않을 테니깐 재난기본소득이 곧바로 일반적 기본소득으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봅니다."

ㅡ재난기본소득이 모두에게 주는 것이 아닌 선별적으로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데

"우선 기술적 의미에서 골라내는 방법이 없어요. 누군가는 일하고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고 누군가는 평소대로 살아가고 그런 상황에서는 누가 더 어려운지를 어디서 자르자 하는 부분에서 논란이 생겨요. 건강보험료로 자르자는 주장도 있고 다른 주장들도 있지만 분명 사각지대가 발생해요. 현 시스템의 복지가 그물망이라고 표현한다면 기본소득은 플로어(floor)거든요. 보편적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어디에서 자를 필요가 없는 거예요.

그물망과 달리 사각지대가 생길 수가 없는 구조예요. 또 이번 재난기본소득이 지역 화폐로 공급되며 여러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관점은 경제 선순환적 관점에서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장기적으로 현금으로 주는 게 맞지만 한국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볼 때 단기적으로는 지역 화폐로 주어지는 것이 맞다는 생각입니다."

ㅡ기본소득의 개념을 설명해달라

"왜 아무것도 안 했는데 주느냐, 아무런 조건 없이 준다는 말이 세상에 있을 법한 일이냐. 이러한 부분에 대해 사람들이 가장 민감해요. 코로나 사태 때는 모두가 쉬어야 하니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게 기본소득으로 넘어오게 된다면 문제가 돼요. 저희가 설명하는 방식은 '공유부'에 대한 몫이라는 거예요. '지구가 누구 것이냐'라고 물어보면 자신의 것이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모두의 것'이라고 말하거나 '누구의 것도 아니다'라고 답할 수 있겠죠.

지구는 자연의 선물입니다. 인간이 살기 위해서 무언가를 계속 해왔고, 그래서 부라는 것이 완성됐어요. 그간 노력하지 않았던 것들. 자연이 준 것을 나누자는 뜻이죠. 또 누구나 기여도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사회 속에서 살아가요. 예를 들면 홍대입구의 땅값이 비싼 이유가 건물주가 노력해서 땅값이 비싼 건 아니잖아요. 거기에 지하철역이 생기고 사람들이 모이고 그래서 땅값이 비싸진 것이죠. 이런 부를 나누자는 것이 기본소득의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전체의 부에서 일부를 나누는게 정당한 방법이라는 것이죠. 이렇게 말을 하고 있고 이걸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노동에 대한 생각이 필요해요. 열심히 일하건, 일하지 않건 원래 주어진 것이 있어야만 인간이 노동할 수 있었어요. 노동은 부의 아버지, 땅은 부의 어머니인거죠. 이 두 개가 맞아 떨어져야 해요. 그런데 근대 사회에서는 마치 자신이 한 것만 인정하는, 노동가치설이라고 말하는, 노동만을 신성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패러다임이나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죠. 예를 들어 국토보유세와 같은 것을 가지고 기본소득을 나누자는 것이 저희들의 한가지 생각이예요. 한 사회나 정치 공동체 안에서 '공동의 것'이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해요."

ㅡ기본소득이 사회주의적 성격이 강하다는 생각도 많다

"기본소득은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입니다. 그럼 시장이 있다는 뜻이죠, 물론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에서 활동하시는 분들 중에는 사회주의적 이념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지요. 하지만 현실에서 나타나는 양상은 혼합적이죠. 기본소득을 어떤 정책과 함께 쓰는가에 따라 친공산주의적일 수도, 친자유주의적일 수도 있어요.

기본소득이 처음 1980년대 유럽에서 시작될 때 한가지 반성이 공산주의에 대한 반성과도 관련이 있어요. 공산주의의 계획경제는 많은 조롱거리였었잖아요. 예를 들어 배급제 같은 경우에 모든 국민이 빨간 양말을 신어야 한다는 것인데, 개인의 선호를 국가가 파악할 수 없어요. 국가가 무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는 게 있고, 개인의 자유나 합리성에 맞는 게 있을 수 있어요.

예를 들면 교육하고 의료는 무상으로 지급할 필요가 있고. 물품은 자유시장에 맞게 구매하는 것이 맞죠. '혼합경제'라고 말하는 시스템이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기본소득의 기본적인 인식은 기존의 자본주의의 방식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는 반자본주의적 관점이 있죠."

ㅡ한국형 기본소득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한국형이라는 말을 쓰는 이유는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는게 아니고 기존의 한국 체제가 있기 때문이예요. 기존의 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비용과 노동이 들어요. 가장 원활한 방식으로 한국 상황에 맞게 바꿀 것이냐에 대한 생각으로 한국형 기본소득이라고 표현해요. 거기에는 사람들의 인식도 포함되죠. 예를 들면 타 국가에 비해 한국의 조세저항이 높아요. 국가에 대한 불신이 어느 나라보다 강하기 때문이죠.

최근에 와서 코로나 사태 이후 국가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어요. 국가가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서 본인의 삶이 어떻게 바뀌는지 인식했죠. 과거에는 국가가 뺏아가기만 했지만, 촛불 혁명을 거치면서 국가가 자신의 것이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국가에 대한 신뢰, 이런 부분도 기본소득에서 중요한 부분이죠. 이전에 우리나라는 국가 효용성을 느끼는 사례가 적었어요. 최근에 와서 코로나 사태, 촛불 사태를 겪으면서 어느 정도 바뀌었어요.

한국형으로 생각하는 건 2가지 방향성이 있어요. 우선 사회서비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의료 보장이라든지, 공교육을 강화해야 해요. 또 다른 측면에서는 소득보장을 해야 해요. 기본소득을 플로어(floor)라는 표현을 많이 써요. 기본으로 깔아준다고 해야 할까요? 기존의 복지는 사각지대가 반드시 발생해요. 하지만 기본소득은 누구나 기반 위에 설 수 있게 해주는 것이죠. 한국형 기본소득은 없앨 것을 없애고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강화하고 일정 금액만큼의 소득 보장을 한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내년쯤에는 후년에 있을 대선을 염두에 두고 한국 사회 전반적인 방향성이 나올 겁니다."

ㅡ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며 기본소득이 필수적일 것이라는 예측이 있는데

"정말 암울한 미래가 될 수도 있어요. 80년대부터 SF작가들이 암울한 미래를 예측하곤 했는데요. 만약 미래 시대에 기본소득이 '그래 너희들도 먹고 살아야지'하는 마음에 적선하듯이 던져주는 것이면 적절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어요. 미래가 암울할 것인지 희망적일 것인지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일자리 축소 전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냐 소극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냐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4차산업 혁명 시대의 노동을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인간과 노동, 인간과 삶의 의미를 다시 찾아보는 계기로 삼는 게 중요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이 됐든 그런 보장이 필요하게 되겠죠. 그리고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그만큼의 부가 창출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불균등하게 나눠가지고 있는 것이 어느 정도 공평히 나눠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ㅡ결국 재원 문제 아닌가

"초기에는 한국이 조세와 사회보험료를 다 포함해서 국민부담률이 GDP 기준 26% 정도 될 것입니다. OECD 평균은 34% 정도예요. 프랑스 같은 경우 50%입니다. 복지국가라는 것은 그냥 이뤄지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부담해야 합니다. 한국은 불가피하게 조세개혁이라는 개념의 증세가 필요해요. 국민부담률을 적어도 OECD 평균 수준으로 올려야 해요.

그 정도 올리면 전 국민에게 30만 원 정도의 기본소득이 주어질 수 있어요. 지금보다 확대된 사회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어요. 무상의료, 반값등록금 같은 것이 가능하죠. 또 연기금을 이용한 재원 확보도 가능해요. 국민연금이 기업에 지분을 가질 수 있어요. 그러면 배당금이라는 것이 나올 수 있어요. 이런 방식으로도 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죠. 부의 재분배는 반드시 필요한 시대가 된 것입니다."

◆ 안효상은…

현)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
현)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
전) 진보신당 공동대표
전) 사회당 대표
KPI뉴스 / 김형환 기자 kh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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