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 "정의당의 혁신, '정의'에 대한 정의 다시하는 것부터"
남궁소정
ngsj@kpinews.kr | 2020-05-29 14:00:37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없애야 할 건 '개혁' 아닌 '꼼수'"
"정치는 필연…연약한 시민 존엄 지키는 정치하겠다"
'30대 여성'·'초선 국회의원' 장혜영(33)은 정의당을 혁신할 수 있을까. 정의당 장 혁신위원장은 당을 '만성피로와 혁신 열망이 공존하는 상태'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엄청난 책임감과 함께 재창당에 준하는 혁신을 하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며 "무엇이 이 시대의 정의로움인지 의제와 실력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유튜버, 영화감독, 작가, 싱어송라이터의 삶을 살았다. 2006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했지만 2011년 졸업을 앞두고 대학의 무한경쟁을 비판하며 자퇴를 선언했다. 2017년 중증 발달장애인 동생 혜정(32) 씨를 17년 만에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데리고 나왔다.
2018년 동생의 탈시설 도전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으로 영화감독에 데뷔했다. 정치와 자매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각 많은 둘째 언니'란 유튜브 채널을 4년간 운영 중이다. 지난해 10월 30일 정의당 영입 인재로 정치에 입문한 지 7개월 된 정치 새내기다.
당내에서는 '장혜영 혁신위'를 향한 기대가 크다. "기존 정당의 관성이 없는 새로운 인물이다. 당에 새로운 자극을 불러올 것"(박원석 정책위의장) "혁신위 활동부터 혁신적으로 운영되길 기대한다"(심상정 대표)는 말이 나온다. SNS 등에 그의 등판을 환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5월 29일 장혜영 혁신위원장을 서면으로 만났다.
―현재 정의당 상황은 어떠한가요
"'만성 피로'와 '혁신 열망'이 공존하는 상황입니다. 우리 당은 총선 내내 쉬지 않고 달려왔어요. 그만큼 앞으로의 혁신을 위한 근본적 논의를 가능하게 하는 체력을 회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또 혁신의 방향성을 섬세하고 또렷하게 설정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혁신위원장으로서 정의당의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근본적인 문제는 정의당이 시민들에게 "왜 정의당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충분한 비전을 보여드리지 못한 데에 있다고 봅니다. 혁신위의 역할이 그만큼 막중하다고 새삼 느낍니다."
―정의당이 제대로 된 혁신을 할 수 있을까요
"정의당의 혁신은 '정의'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는 것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이 시대의 정의로움인지 의제와 실력으로 보여줘야죠. 이러한 혁신 과정은 오직 당원과 시민의 성역 없는 대화를 통해서 가능하다고 봐요. 치열한 토론도 필요하죠. 이미 많은 대화의 장이 만들어졌고, 앞으로도 열릴 예정입니다."
―정의당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눈앞에 존재하는 명백한 부정의에 맞서 싸우는 태도입니다. 우리 사회 불평등으로부터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 곁에서 그것을 없애가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정의당은 필연적으로 시대와 함께 호흡하고 있습니다."
―혁신위원장으로서의 목표가 있나요
"약 100일간 활동하는 혁신위의 임기가 종료된 후에도 일상적인 혁신이 지속될 수 있도록 원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엄청난 책임감과 함께 재창당에 준하는 혁신을 하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습니다. 3개월 뒤 정의당은 새로운 비전을 향해 미래지향적으로 힘있게 달려 나가고 있을 것 같아요."
―당대표 중심의 현재 지도체제에도 변화를 줄 생각인지요
"혁신의 결과를 통해 새로운 정의당에 걸맞은 리더십 조건이 드러나겠죠. 우리 사회가 나아갈 비전을 단단하게 뒷받침해줄 수 있는 방향으로 리더십과 조직구성을 조정하려고 합니다."
―정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민 10명 중 1명이 정의당을 지지하셨습니다. 이걸 '외면받았다'라고 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총선 성적표는 외생변수들이 크게 작용한 가운데 정의당이 독자노선을 견지한 결과입니다."
―총선 결과에 아쉬운 점은 없나요
"이번 총선 목표로 정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뼈아픈 실패였습니다. 하지만 시민들께서 정의당이 새롭게 도약할 기회를 남겨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어떻게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연동형 비례제는 국민은 닮은 국회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이며 더욱 강화되어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위성정당이 난무하므로 연동형 비례제를 없애자는 주장이 있지만, 개혁과 꼼수 중 없어져야 하는 것은 꼼수이지 개혁이 아닙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정신장애인 인권 문제가 부각됐는데, 대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코로나19는 같은 재난 앞에서 이미 취약한 사람들이 훨씬 더 고통받는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차별의 선, 불평등의 선을 더 뚜렷이 보여줬습니다. 가을 대유행이 예견되는 지금 시점에 시설이나 병원 등을 중심으로 정신장애인들의 삶의 조건을 면밀히 조사하고 현실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인권에 기반한 공공의료시스템의 획기적인 강화가 절실합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신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구조를 갖추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당선인 신분이 된 후 달라진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국회 입성을 실감할 새도 없이 바쁜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찍 집에서 나와, 자정이 넘어 집에 들어가는 날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설렘과 기대, 책임감을 한껏 느끼고 국회 개원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당선 이후 기억에 남는 '축하 인사'가 있나요
"축하 인사는 아니지만, 당내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일 때 들었던 응원이 기억이 납니다. '세상에 대한 새로운 상상을 펼치게 하는 정치인', '혼자만의 상상이 아니라, 정말 바뀔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를 만질 수 있게 한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많은 힘을 얻었습니다. 이런 열망을 담아 변화를 조직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정치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가장 사적인 것이 가장 공적인 것과 통하는 시대가 지금 우리의 시대입니다. 지금껏 개인의 불행이라고 치부해왔던 무수한 구조적 불평등들에 진짜 이름표를 붙여주고 싶어 창작 활동을 해왔고, 변화를 가속시키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해내겠다는 각오로 정치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위원장에게 정치는 '우연'일까요, '필연'일까요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정치를 목표로 삼고 걸어온 것은 아니지만,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길을 가다 보니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주어진 현실을 수긍하고 적응하기보다는 능동적으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삶의 방향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SKY자퇴생', '생각 많은 둘째언니', '정치인' 장혜영 중 어떤 수식이 가장 마음에 드시나요
"지금까지는 제가 이름을 붙여왔다면 이제는 시민들께서 이름을 붙여주실 차례인 것 같습니다. '나를 대표하는 정치인 장혜영'이라고 많은 분들께서 말씀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영화인, 작가, 크리에이터 등의 삶과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비교해주시겠어요
"사람들에게 비전을 보여주는 일이라는 점에서 정확히 같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창작자들은 그것을 창작물이라는 결과로 보여주고 사람들을 꿈꾸게 하죠. 정치인은 우리 사회가 나아갈 비전과 이를 이뤄가는 제도와 정책, 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실현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꿈꾸게 합니다."
―밖에서 명성을 쌓아도, 여의도만 들어오면 이상해지는 '호모여의도쿠스'라는 말도 있어요. 앞으로의 각오가 궁금해요
"자신의 목적이 모든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기득권에 익숙해지고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멀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의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 잊기 어려운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가장 연약한 시민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정치를 하겠습니다."
―희망하는 상임위와 1호 법안이 궁금해요
"기획재정위원회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소수자를 위한 정치를 위해서는 입법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를 실현할 예산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당의 총선공약이기도 한 젠더폭력방지 3법의 입법을 위해 여성가족위원회 겸임도 희망하고 있습니다. 의원으로서의 1호 법안은 '장애인 24시간 활동지원제도 보장법'입니다. 이에 맞는 보좌진 구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전부 훌륭한 분들입니다."
◆ 장혜영은…
△ 1987년생 △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영상연출과 △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중퇴 △ 유튜브 '생각 많은 둘째언니' 운영 △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2018) 감독 △ 정의당 미래정치특별위원회 위원장 △ 정의당 청년 선거대책본부장 △ 21대 국회의원(정의당 비례대표 2번) △ 정의당 혁신위원장
K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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