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철거하라" 정대협 논란 타고 극우세력 역사 역주행

김지원

kjw@kpinews.kr | 2020-05-27 17:44:21

극우보수단체 "소녀상이 할머니들 가슴에 대못질"
수요집회 측 "정의연·수요시위 혐오조장 중단하라"

"소녀상을 팔아서 국회에 갔다. 반드시 소녀상을 철거해야 한다."

27일 정오, 제1441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수요시위)가 열린 바로 옆에서 집회를 한 극우단체 자유연대 이희범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 제1441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린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자유연대, 자유민주국민연합 등 보수단체가 정의기억연대 해체와 소녀상 철거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정병혁 기자]

이날 종로구 수송동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앞은 평화롭지 않았다. 수요시위와 고작 열 발자국을 사이에 두고 자유연대, 엄마방송, 자유민주국민연합 등 극우단체들이 '맞불' 집회를 열었다. 최근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둘러싼 회계 부정 의혹과 인권운동가 이용수 '위안부' 피해자의 정의연 관련 폭로에 '소녀상 철거' 등을 주장하는 극우단체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희범 자유연대 대표는 이날 소녀상 철거를 주장했다. 그는 "소녀상이라는 역사적 상징물은 당사자들의 아픔을 치유하고자 시작한 것인데, 결론적으로 할머니들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며 "이를 통해 국회에 진출했는데, 소녀상을 더 이상 정치·사회적인 운동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전 정의연 대표 윤미향 당선인의 사퇴를 촉구했다.

강준영 4·15 부정선거 규탄 청년단체 회원은 "소녀상 하나에 7500만 원에서 8000만 원이 드는데 원가가 3300만 원이다. 소녀상 하나를 만들 때마다 정의연에서 5000만 원을 가져간다"며 "돈이 어디로 갔을지 수사해야한다"고 소리치며 회계 관련 문제를 제기했다.

소녀상 앞은 수요시위와 이에 맞서는 극우단체의 목소리로 시끄러웠다. 집회 참가자들, 기자, 경찰, 지나가는 시민이 뒤섞였다. 시민들은 사진을 찍기도 하고, "밝힐 게 있으면 밝혀야지"라고 저마다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41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이 언론개혁 촉구와 정의기억연대를 응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정병혁 기자]

막말도 오갔다. 극우단체 참가자들은 윤미향 당선인 부부를 "부부XX들"이라고 비속어로 지칭했다. "공산주의자"란 말도 나왔다. 반면 수요시위 참가자 쪽에서는 극우단체를 향해 "토착왜구"라 비난했다. 한복 차림에 갓을 쓴 이는 "토착왜구를 비판하고자 전통의상을 입고 왔다"고 설명했다.

언론을 향한 규탄도 거셌다. 특정언론을 폐간하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든 시민이 다수였다. 이들 중 한 명은 "니들은(너희는) 언론이 아니니 찍지 마라"며 모 종편 방송사 카메라를 손으로 가리기도 했다.

▲ 27일 열린 제1441차 수요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모 방송사를 향해 "찍지말라"고 외치고 있다. [김지원 기자]

이날 수요시위에는 독도사랑운동본부, 한국 천주교여자수도회 정상연합회, 평화나비 등 다양한 단체가 참여해 일본 정부의 피해자들에 대한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주장했다. 나아가 언론에 정의연과 수요시위에 대한 혐오조장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수요시위는 피해자 할머님들의 명예와 인권이 회복되는 그 날까지 멈추지 않을 것을 맹세한다"고 강조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보수단체 무차별 고소·고발에 이어 정의연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됐다"며 "외부 회계검증절차 추진하며 공익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구체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누누이 약속한 뒤였으며 쉼터 자료를 이미 제출하기로 검찰과 합의한 터라 충격과 서글픔은 이루 말로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의연의 논란을 타고 보수단체의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갈등은 당분간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단체인 자유연대는 오는 6월 23일부터 6월 26일까지 주한 일본 대사관 소녀상 앞에서 진행될 '정의연 해체, 윤미향 당선인 사퇴 촉구 집회'를 관할서에 정의연보다 먼저 신고했다. 자유연대가 먼저 집회 신청을 하면서 약 30년간 정의연이 이곳에서 진행했던 수요시위는 후순위로 밀렸다.

후순위로 밀려났다고 집회를 해당장소에서 집회를 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집시법 제8조(집회 및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 통고)는 관할경찰서장이 장소와 일시가 중복되는 2개 이상의 시위가 있는 경우 시간을 달리하거나 장소를 분할해서 신고된 시위 모두 진행될 수 있게 해야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종로경찰서는 자유연대가 선순위지만 정의연과 일시 장소가 중첩될 경우 장소 분할 등을 통해 마찰을 방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각 단체의 본격적인 집회 시작에 앞서 평화의 소녀상 옆을 지키고 있던 평화나비대표 김지선씨는 "(오늘처럼)시끄러운 일이 종종 있다"며 "결국 (위안부 문제의)해결이 안 된 데에서 비롯된 거니 더 열심히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직장 동료와 사진을 찍으며 집회를 지켜보던 직장인 변경희 씨는 "회계 얘기 때문인거죠? 잘못된 건 바로 잡되 본질을 훼손하진 말아야죠"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정의연 문제를 비난하고 일본 측 주장에 편승하는 세미나도 열렸다.

이승만학당과 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퍼시픽 호텔에서 공동 개최한 '정대협의 위안부 운동, 그 실체를 밝힌다'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연이 할머니들을 조종해 일본의 사죄를 막고 배상금 등을 받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승만학당 주익종 이사는 "2015년말 일본에서 정부 자금으로 10억 엔을 내놓겠다고 했는데, 정대협이 강력 반발했다"면서 "당시 47명의 위안부 생존자 중 9~10명이 거부했는데, 마치 이들이 다수인 것처럼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국민 대다수가 위안부 문제가 해결이 안 됐다고 알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주 이사는 정의연에 대해 "언제부턴가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여성인권단체가 아니라 한국과 일본을 이간질하는 당국과 정치단체가 됐다"며 반일 감정을 앞세워 비난했다.

▲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41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전 날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기리는 꽃이 놓여 있다. [정병혁 기자]


K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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