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한, '당 인민군위원회 집행위원회' 신설
김당
dangk@kpinews.kr | 2020-05-26 17:03:40
핵억제력·포병화력 증강 및 리병철·박정천 승급…미국·남한 동시 겨냥
北전략무기 강화 속에 통일부 북한정보포털 당중앙군사위 정보 '부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도한 노동당 중앙군사위 제7기 4차확대회의에서 토의결정한 두 가지 핵심 내용은 핵억제력과 포병 화력타격 능력의 강화이다. 북한은 또한 당이 부여한 국방사업을 관리하는 '노동당 조선인민군위원회 집행위원회'를 설치했음이 이번 회의에서 처음 확인되었다.
이는 우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4일 "나라의 핵전쟁억제력을 더한층 강화하고 전략무력을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이 제시되었다"면서 "또한 조선인민군 포병의 화력타격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중대한 조치들이 취해졌다"고 보도한 데서 확인된다.
또한 노동신문은 "제4차확대회의에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들과 노동당 조선인민군위원회 집행위원회 위원들, 군종 및 군단급 단위 지휘관들과 정치위원들, 국가보위성, 인민보안성, 호위사령부를 비롯한 각급 무력기관의 지휘성원들, 당중앙위원회 주요부서 부부장들이 참가하였다"고 보도했다.
'노동당 조선인민군위원회 집행위원회' 이번에 처음 등장
'노동당 중앙군사위 위원들' 다음으로 호명된 '노동당 조선인민군위원회 집행위원회'는 이번에 처음 등장한 기구이다. 5개월 전에 열린 당중앙군사위원회 3차확대회의 때는 노동신문이 참석자들에 대해 이렇게 보도했다.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들과 조선인민군 군종 및 군단지휘성원들, 총정치국, 총참모부, 인민무력성 지휘성원들, 인민보안성, 국가보위성, 호위사령부를 비롯한 각급 무력기관의 지휘성원들,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부부장들이 참가하였다"
4차확대회의에 처음 등장한 '노동당 조선인민군위원회 집행위원회'(당 인민군위원회 집행위원회)는 3차 확대회의 때는 물론, 과거에 한번도 등장하지 않은 노동당 조직이다. '당 인민군위원회 집행위원회'는 북한에 관한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통일부 '북한정보포털'에서도 검색되지 않는다.
이 기구는 국방정보본부에서 발간한 대외비 자료인 〈북한 전략정보자료집〉에도 빠져 있다. 국방정보본부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해온 군 관계자도 "'당 인민군위원회 집행위원회'는 처음 들어본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노동당 제1위원장 시절인 2016년 2월 4일 "당 역사에서 처음으로 당중앙위원회와 당인민군위원회 연합회의 확대회의를 소집한데 대하여 언급하고 개회를 선언하였다"(중앙통신, 중앙방송)고 보도한 것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것도 '당 인민군위원회' 또는 '인민군 당위원회'였지 '당 인민군위원회 집행위원회'는 아니다.
이에 '당 인민군위원회 집행위원회'는 김정은 위원장이 2019년 4월 미측에 제시한 '비핵화 협상 시한'(2019년 말) 종료를 앞두고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결정하기 위해 지난해 연말에 사흘간 열린 당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 새로 설치된 기구로 추정된다.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핵미사일 개발 총책임자 리병철
노동신문에 따르면 당시 김정은은 전원회의에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무적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계속 강화해 나가는 것은 우리 당의 드팀없는 국방건설목표"라고 하면서 "어떤 세력이든 우리를 상대로는 감히 무력을 사용할 엄두도 못내게 만드는 것이 우리 당 국방건설의 중핵적인 구상이고 확고부동한 의지"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정은은 "전략무기개발사업을 더 활기차게 밀고 나가야 한다"면서 "이제 세상은 곧 멀지 않아 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확언했다. '당 인민군위원회 집행위원회'는 김정은이 제시한 국방건설목표와 전략무기개발사업의 이행을 감독하는 기구로 추정된다.
이번 4차확대회의에서 토의결정한 핵억제력 강화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고, 포병 화력타격능력 향상은 남한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과 남한을 동시에 겨냥한 김정은 위원장의 의도는 군조직·편제 개편과 인사조치에서도 확인된다.
노동신문은 "확대회의에서는 또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선거하고 일부 위원들을 소환, 보선하였다"면서 "리병철 동지를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거하였다"고 밝혔다.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자 군수공업부장인 리병철은 이른바 핵·경제 병진노선의 한 축인 핵미사일 개발의 총책임자이다. 김정은이 리병철을 자신이 위원장인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앉힘으로써 대내외에 핵미사일 개발 및 투사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셈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노동당(중앙위원회) 위원장이자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이다.
2019년 4월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선출된 당중앙군사위원회 구성원들은 김정은(위원장), 김재룡, 리만건, 태종수, 김수길, 최부일, 리영길, 노광철, 정경택, 리병철, 김조국, 박수일, 서홍찬, 장길성 등 14명이었다.
포병사령관 출신 박정천 총참모장을 현역 최고직급 차수에
이후 지난해 9월 6일 개최된 당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제7기 2차)에서 인민군 총참모장이 리영길에서 박정천으로 바뀌었다. 이에 당시 당중앙군사위원회에서 리영길이 소환되고 박정천이 신임 위원으로 선출되었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런데 김정은 당중앙군사위 위원장은 이번에 '지휘성원들의 군사칭호를 올려줄 데 대하여'라는 명령(5월 23일자)을 하달해 박정천을 대장에서 차수로, 정경택을 상장에서 대장으로 승급시켰다. 차수는 인민군에서 원수와 대장 사이의 최고 직급으로 현역 중에서는 박정천이 유일하다.
우리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총참모장 박정천은 지난해 초대형방사포 시험사격 때마다 김정은 곁을 지킨 군부의 떠오르는 핵심 인물이다. 김정은은 2019년 한해 동안만 13차례에 걸쳐 초대형방사포와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이를 "자위적 국방력 강화" 조치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해왔다.
박정천 또한 지난해 12월 14일 이례적으로 총참모장 명의의 담화를 내 "힘의 균형이 철저히 보장되어야 진정한 평화를 지키고 우리의 발전과 앞날을 보장할 수 있다"고 국방력 강화 방침을 강조했다.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당의 군사노선과 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대책을 토의결정하며 군사력을 강화하고 군수공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사업을 비롯해 국방사업 전반을 당적으로 지도하는 기관이다.
당중앙군사위원회는 당대회와 당대회 사이에 군사 분야에서의 모든 사업을 조직지도한다. 북한은 국가적인 주요 결정이나 발표가 있을 때 당중앙위원회와 당중앙군사위원회 공동명의로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역대 당중앙군사위 확대회의의 중요 결정과 조치들
북한은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이른바 '새로운 길(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천명한 이후 세 차례의 당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개최했다(아래 [표] 참조).
[표] 당중앙위 제7기 3·4·5차 전원회의 이후 열린 당중앙군사위
당 중앙군사위
개최일
개최 배경
중요 결정 및 조치
군조직 및 인사 개편
제7기 1차확대회의
2018년 5월
북미정상회담 앞두고 '국가방위 개선대책' 논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군수뇌부 3인(총정치국장, 총참모장, 인민무력상) 교체
제7기 2차확대회의
2019년 9월
태풍 '링링' 대비 비상확대회의
태풍 피해 경고 따른 재난대비 비상확대회의
총참모장 교체(리영길→박정천 포병국장)
제7기 3차확대회의
2019년 12월
'비핵화 협상시한' 종료에 따른 '중대한 군사적 결정' 앞둔 대비태세 마련
'자위적 국방력 강화'와 부대 편제 및 배치 변경'
박정천 중앙군사위원 선임
제7기 4차확대회의
2020년 5월
'국가방위력과 전쟁억제력을 더한층 강화해야 할 필수적 요구로부터 출발'
'자위적 국방력 급속적 발전'과 '새로운 부대들 조직편성'
리병철 부위원장 선임, 인민군 차수 박정천·대장 정경택 승급
당중앙군사위 제7기 1차확대회의(2018년 5월)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국가방위 개선대책"을 결정하기 위해 개최되었다. 이 회의에서는 북한군 수뇌부 3인(인민군 총정치국장, 총참모장, 인민무력상)이 모두 교체되었다. 이어 약 1주일 뒤에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했다.
2019년 9월에 열린 2차확대회의는 대형 태풍 '링링'의 북상에 대한 대비태세 마련을 위한 비상확대회의 형식으로 열렸다. 비상확대회의에서는 리영길을 대신해 박정천 포병국장이 새로운 총참모장에 임명되었다. 총참모장은 통상 총정치국장에 이어 군서열 2위로 통한다.
2019년 12월에 열린 제7기 3차확대회의에서도 당중앙군사위 일부 위원들이 소환·보선되고 무력기관 지휘성원들이 해임·임명된 것으로 발표되었다. 하지만 관영매체들이 명단을 발표하지 않아 구체적 내용이 사실로 확정되진 않았다.
다만 관영매체에 공개된 사진(8장)을 보면, 박정천이 확대회의의 앞줄 좌석에 앉은 것으로 볼 때 그가 3차확대회의에서 새로운 당중앙군사위원으로 보선되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당중앙군사위 3차확대회의와 4차확대회의 비교해 보니
선군(先軍)정치를 내세운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의 당중앙군사위 위원은 군부의 원로들로 구성되었던 반면, 김정은 시대에는 야전 군인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12월 3차확대회의 사진(8장 공개)와 이번 4차확대회의 사진(13장 공개)을 분석해 봐도 유의미한 변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3차확대회의는 2019년 1월 김정은이 신년사를 발표했던 노동당 본관의 서양식 도서실에서 열렸다. 70여 명의 군부 인사들이 책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는 도서실에 촘촘하게 앉아 회의를 하는 모습은 군부의 호전성을 반감시키는 효과를 주었다.
이번 4차확대회의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관 회의실에서 열렸다. 참석 인원도 110명 규모로 늘었다.
70여명이 참석한 3차확대회의에서는 회의장의 맨 앞줄(좌석은 10개)이나 두번째 줄에 앉은 인민복을 입은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은 2명(당중앙위회 조직지도부의 리만건 부장과 김조국 제1부부장으로 추정)뿐이었다. 나머지는 다 군복을 입은 자들이다.
약 110명이 참석한 4차확대회의에서는 회의장의 맨 앞줄(좌석은 16개)에 앉은 인민복을 입은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은 4명(김재룡 내각총리와 리병철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최부일 당중앙군사위 위원, 김조국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추정)이다.
그런데 통일부의 '북한정보포털'의 북한 '권력기구도'에서 당중앙군사위원회 현황(26일 검색)을 보면, 김조국·위성일·림광일 당중앙군사위원의 얼굴사진이 빠져 있다. 특히 김조국(노동당 조직부 제1부부장)은 당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3·4차확대회의에 모두 참석했는데도 얼굴사진이 빠져 있다.
북한정보포털의 노동당 권력기구도에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19.12.22), 당 중앙위 제7기 제5차 전원회의('19.12.28~31), 당 중앙위 정치국 회의('20.4.11) 결과 반영"이라고 돼 있다.
김정은이 지시봉으로 가리킨 스크린 속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한 까닭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한 4차확대회의 사진 13장 중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문서에 서명하는데 당중앙군사위원들이 지켜보는 사진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확대회의에서 토의결정된 7건의 명령서에 서명하는 장면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당중앙군사위에서 토의결정된 새로운 군사적 대책들에 관한 명령서들과 중요군사교육기관의 책임과 역할을 높이기 위한 기구개편안에 관한 명령서, 안전기관의 사명과 임무에 맞게 군사지휘체계를 개편할 데 대한 명령서, 지휘성원들의 군사칭호를 올려줄 데 대한 명령서를 비롯한 7건의 명령서들에 친필서명했다고 24일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당초 이 사진에 "이번 회의에서는 당 중앙군사위 인사도 단행됐다. 승진 인사 대상인 최부일, 리병철, 김수길, 박정천, 정경택(왼쪽부터)이 문서에 서명하는 김정은 위원장을 보고 있다"고 설명을 달았다가 나중에 정경택(국가보위상)을 김정관(인민무력상)으로 수정했다.
한편 북한은 이번 4차확대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지시봉을 들고 연단 한쪽에 마련된 대형 TV 스크린 속의 한 곳을 짚으며 설명하는 사진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연단 아래의 당중앙군사위원들과 무력기관 지휘성원들, 인민군 간부들은 각자 학생들처럼 종이에 김 위원장의 발언을 받아적으며 경청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북한 당국은 사진에서 김정은이 지시봉으로 가리킨 스크린 속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해 보이지 않게 해 눈길을 끈다. 모자이크 처리해 확인할 수는 없지만, 4차확대회의에서 핵억제력과 포병 화력타격 능력의 강화를 강조한 것에 비추어볼 때 전략미사일이나 신형 대구경방사포 배치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김정은 "세상은 곧 새로운 전략무기 목격하게 될 것"…SLBM 발사 '임박'
북한은 지난해 12월 7일과 13일, 두 번에 걸쳐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발표하면서도 미국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 시험의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었다. 북한은 또한 신형무기 3종을 공개하는 한편으로, 3년만에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시험발사하는 등 무기체계를 다양화했다.
북한은 또한 지난해 10월 공개한 '북극성-3형' 3발을 탑재할 수 있는 3000t급 신형 잠수함을 함남 신포조선소에서 건조하고 있다. 이 잠수함의 건조 사실은 작년 7월 김정은 위원장이 시찰한 장면이 공개되면서 드러났다. 이후 한미 군 및 정보 당국은 북한이 이 잠수함에 SLBM을 탑재하는 체계를 갖추는 과정을 정밀 추적해왔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추후 군사 행보와 관련, 당장 신형 ICBM을 발사해 미국을 직접적으로 자극하기보다는 완성된 SLBM 발사 체계를 갖춘 3천t급 잠수함을 먼저 공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한다. 완성된 SLBM 발사 체계를 갖춘 신형 잠수함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미국에 심리적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북한이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신형 잠수함의 등장 시기다. 김정은은 이미 지난 연말에 "이제 세상은 곧 멀지 않아 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확언을 한 상태다. 이에 미국에 제재 해제 등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자 조만간 공개될 것이란 관측과 함께, 오는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에 맞춰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북한은 미국을 겨냥한 전략무기 말고도 남한을 겨냥해 비무장지대 248km를 따라 고지대에 1만기의 포를 배치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하벙커 안에 숨겨져 있다.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개전 초기 북한군은 서울을 향해 최대 50만 발을 발사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 당국과 군이 당중앙군사위원들의 신상정보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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