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두 달째…"형량 과하다" vs "과한 우려다" 의견 팽팽

김형환

khh@kpinews.kr | 2020-05-25 13:45:59

"민식이법, 강간·방화 등 강력범죄와 동일한 형량"
"민식이법 무서울 이유 없어…규정 지키면 돼"

'민식이법'(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개정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2달이 지난 가운데 '과잉 처벌'이라는 여론과 '과한 우려'라는 여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 '민식이법'이 처음 시행된 지난 3월 25일 서울 성북구 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차량이 규정 속도를 초과해 운행하고 있다. [뉴시스]

'민식이법'은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민식이의 이름을 딴 법안이다.

'민식이법'에 따르면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어린이가 사망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또 피해자가 상해를 입으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이 부과된다.

'민식이법' 논란은 지난 21일 전주시 덕진구에 위치한 한 스쿨존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며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경찰은 운전자가 당시 과속을 했는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조사 결과를 토대로 민식이법 적용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온라인상에서는 '민식이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법의 형평성을 지적하고 있다. '민식이법'의 형량이 강력범죄와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민식이법' 제정을 주장했던 피해자 부모에 대해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법의 취지를 동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들은 '민식이법'의 처벌 수위는 음주운전 사망 사고와 처벌 수위가 똑같다며 어린이 보호를 위한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민식이법, 강력범죄와 동일한 형량…법 체계 해쳐"

지난 3월 23일 '민식이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 글이 올라와 35만4857명의 동의를 얻었다.

▲ 지난 3월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민식이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원인은 "어린이 보호구역 내 어린이 사고의 경우 운전자가 피할 수 없었음에도 모든 책임을 운전자에게 부담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아이들의 돌발행동을 운전자가 무조건 예방하고 조심하라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부당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한 국립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악의를 가지고 저지르는 강력범죄보다 처벌이 강하다는 건 법의 형평성에 어긋난 일"이라며 "민식이법은 책임에 따라 형벌이 높아지는 '체계 정당성의 원리'를 어긴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강간죄나 강도죄와 같은 강력범죄가 '3년 이상의 징역'인데 이는 '민식이법'의 형량과 동일하다. '민식이법'은 책임에 따라 형벌도 그에 비례해서 높아지는 '체계 정당성의 원리'을 해치는 법안이라는 것이다.

강효상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민식이법' 본회의 표결에 반대표를 던지고 그 이유를 '형벌 비례성의 원칙에 대한 소신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민식이법이 무서운 이유는 법의 취지를 이해 못하는 것"

지난 20일 청와대는 '민식이법' 개정 청원에 대해 답변했다.

▲ 행정안전부 김계조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지난 20일 '민식이법 개정' 청원에 대해 답변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행정안전부 김계조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예견할 수 없었거나 사고 발생을 피할 수 없었던 상황인 경우에는 과실이 없다고 인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 또한 입법 취지를 반영해 합리적 법 적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사건마다 구체적으로 판단해 억울한 운전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민식이법'은 스쿨존 내에서 어린이를 상대로 교통사고를 낸 모든 사람이 처벌받는 것이 아니라 도로교통법에 명시된 안전운전의무를 지키지 않은 경우에만 형사 책임을 지는 것이다.

실제로 '민식이법'이 적용되거나 적용이 유력한 사고는 2건으로 한 건은 규정 속도를 위반한 사건이며 다른 건은 불법 U턴으로 인한 사고였다. 운전자가 규정 속도를 지키고 안전운전의무를 다했다면 스쿨존 내에서 사고가 나더라도 '민식이법'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배상훈 전 서울경찰청 범죄심리분석관은 지난 6일 KBS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민식이법이 무섭다는 것은 법의 취지를 전혀 이해를 못하는 것"이라며 "처벌이 될 때는 양형기준이라는 게 있고 현실에서 적법하게 규정을 지켰을 경우 당연히 무죄가 나거나 감경이 된다"고 말했다.

강경숙 익산시의원은 "법의 정당성 문제나 개정 여부는 나중의 문제"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린이와 운전자를 아울러 보호해 스쿨존 내 사고 제로화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김형환 기자 kh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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