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미등록 외국인 자녀 고교 이후 추방은 인권 유린"

김지원

kjw@kpinews.kr | 2020-05-07 14:09:39

법무부에 체류할 수 있는 방안 마련 권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장기 체류 미등록 이주 아동을 무조건 강제 퇴거하지 말고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찾아야한다고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 국가인권위원회. [뉴시스]

6일 인권위는 한국에서 거주하는 미등록 이주 노동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A 양에 대해 "한국에서 태어나고 한국에서 교육받은 고등학생이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A 양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 출국을 당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고등학생인 B 양도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만 자랐지만, 부모가 미등록 체류 상태인 외국인이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역시 강제 출국 대상이 된다.

법무부는 A, B 양 모두 '불법체류 학생의 학습권 지원방안' 지침에 따라 고등학교 졸업 시까지 강제퇴거가 유예된 것뿐이라며 유예 사유가 소멸한 후에는 단속에 걸리면 강제퇴거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인권위는 두 사람 모두 한국에서 태어나 초·중·고등학교를 이수하고 한국의 언어·풍습·문화·생활환경 등에서 정체성을 형성했으며 교우관계 등 사회적 기반이 한국에서 형성된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아울러 법무부의 출입국관리 행정이 공익적 측면과 헌법상 규정된 인간으로서의 존엄, 행복 추구의 권리, 국제협약에서 보장하고 있는 피해자들의 권리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해야 하고 인권존중과 과잉금지원칙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법무부가 피해자들의 강제퇴거를 결정할 권한이 있으나, 피해자들의 강제퇴거 명령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한국에서만 사회적 기반을 형성한 피해자들이 입게 되는 개인적 불이익이 더 클 것이 확실히 예견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들이 국내 체류를 원하면 체류 자격을 신청해 심사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제도 마련 이전에라도 현행 법·제도를 활용해 체류 자격 부여 여부를 적극적으로 심사해야 한다고 법무부에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단속이 되면 거의 강제 추방당하는 실정"이라며 "현재 이의 신청 제도가 존재하긴 하지만, 거의 구제가 되기 어렵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인권위의 권고는 체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심사제도 자체를 마련하라는 것과, 해당 제도를 마련하기까지 걸리는 물리적 시간동안 피해를 받을 경우 해당 피해를 대처할 방안을 만들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청주지방법원은 2018년 나이지리아계 미등록 외국인 자녀에 대해 강제퇴거를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번 인권위의 권고로 정부의 개선대책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K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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